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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첫 아침

아직은 낯설은 자유, 그러나 분명한 시작

by 피터팬


눈을 떴는데, 시계가 조용했다.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었지만
확인할 메시지도, 회의 알림도 없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그래, 나 이제 회사 안 다니지.


천장이 낯설 만큼 하얗게 보였다.
이불 속 공기가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였다.

몸은 가벼운데, 머릿속은 막혀 있었다.


일어나야 하나, 더 누워 있어도 되나.
그 단순한 판단조차 어색했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회사 다닐 땐 그 3분 동안 메일을 확인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물 끓는 소리만 들렸다.


TV를 켰다.
아침 뉴스에선
“오늘도 출근길 정체가 심합니다.”
그 문장 하나가 가슴에 툭 박혔다.


‘출근길’이라는 단어가
아직 내 귀에 붙어 있었다.


베란다 문을 열었다.
바람이 부드럽게 들어왔다.
그냥 평범한 월요일 아침인데,
세상은 나만 빼고 그대로 굴러가는 것 같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제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책상 위엔 회사 로고가 찍힌 머그컵이 있었다.
버려야지 하면서도 손이 가지 않았다.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 그냥 놔뒀다.


시간이 너무 천천히 갔다.
10시 반밖에 안 됐다.


회사 다닐 땐 그 시간쯤이면
이미 욕 한 번쯤은 했을 텐데,
이젠 그럴 대상도 없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동만두, 식은 밥, 캔맥주 하나.
그걸 바라보다가 그냥 닫았다.


퇴사 다음 날,
이렇게 조용할 줄은 몰랐다.


나를 괴롭히던 게 사라졌는데,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게 더 낯설었다.


그래도 창밖은 맑았다.
햇빛이 바닥에 번져 있었다.
그걸 한참 바라보다가
괜히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오늘은 그냥 이대로 있어도 되지.


원하던 자유였지만,

아직은 어색한 첫 월요일이었다.


이상하게, 그 어색함이 나쁘진 않았다.
아마도 지금의 이 낯선 자유로움이

다시 뛰기 위한 잠깐의 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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