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나를 계속 써 내려간다

퇴사는 끝이 아닌 ‘이야기의 첫 문장'

by 피터팬


퇴사란 건, 마침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야기의 첫 문장이었다.


한동안 나는 그걸 몰랐다.

책상 위에 놓인 사직서를 바라보며

‘이게 끝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익숙함을 떠나는 두려움,

누군가의 시스템에서 빠져나오는 공허함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기분과 비슷했으니까.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건 끝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아주 작은 신호였다.


누구도 대신 써주지 않을 내 이야기를

이제 내가 책임지고 써보라는 뜻.


퇴사 후의 시간은

전보다 훨씬 느리고, 훨씬 솔직했다.


수입은 줄었지만

나를 향한 질문은 오히려 많아졌다.


“나는 뭘 좋아하지?”

“어떻게 살고 싶지?”

“지금 이 속도로 괜찮을까?”


그 질문들 앞에서 비로소

나는 ‘나’라는 문장을

조심스레 이어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퇴사를

기존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탈출이라고 말하지만,

내게 퇴사는

내 서사의 주어를 다시 찾아오는 일이었다.


회사라는 커다란 문장 속에서

부사처럼 흘러가던 역할이 아니라,

주체적인 첫 단어로 딱 서는 일.


그리고 그 시작이

조금 서툴고 느리더라도

그게 바로 ‘나만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이었다.


이제 나는 안다.

퇴사로부터 멀어질수록

나는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걸.


의도적으로 느리고,

조금은 나태하지만

우아하게 살아보려는 마음도

이제는 내가 스스로 고른 삶의 방식이었다.


내일의 나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확실함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백지의 두려움보다

백지를 채울 수 있는 용기가

조금씩 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제와는 조금 다른 속도로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언제든 고쳐 쓸 수 있고,

필요하면 한 줄쯤 지워도 되는

오롯이 나만의 이야기.


퇴사는 끝이 아니라,

첫 문장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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