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는, 사람들의 일상이 내게 익숙하지 않았다. 나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내 앞만 보고 살았다. 아들만 쳐다보고 살았다.
아들의 사고 이후, 1년 동안은 10군데가 넘는 병원을 옮겨 다니며 유목민처럼 지냈다. 병원 법규상 한 병원에서 4주 혹은 3개월만 입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고를 만난 포항에 있는 병원에서 시작하여 서울의 동서남북에 있는 병원이란 병원을 다 다녔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들이 있는 곳은 단 한 번도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졸음을 이기지 못하여 내려야 할 곳을 놓친 적은 있다.
그 해, 불광역 근처 재활요양병원에 아들이 입원해 있을 때였다. 평일에는 간병인 이모가 아들을 봤다. 그러나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마다 새벽부터 아들에게로 달려갔다. 땀 흘려 도착하지만 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세미 코마 상태였다. 그 때나, 사고 이후 12년이 된 지금이나...
불광역에는 등산객 차림을 한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산행길로 떠나는 사람들은 바쁜 걸음이었다. 나도 바빴다. 그러나 나만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다. 대체로 산으로 향하던 그들과 달리 나는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