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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Oct 19. 2024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야채 구이엔 진심~

I로 시작하는 Imitation(모방)

포항에서 신접살이를 했던 딸 내외가 서울로 올라온 지 3년이 넘었다. 딸내미가 우리 근처로 와서 살게 되니 참 좋았다. 엄마로서 뭔가 챙겨줄 수 있으니 뿌듯하다. 딸 내외는 매주 토요일마다 우리 집에 와서 잔다. 이튿날 우리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리고 성도들과 교제를 나눈 후에 꼭 재래시장에 들른다. 한 주간의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서다.


그 시장에는 있을 건 다 있다. 딸 내외는 우리 아파트 근처에 있는 그 재래시장을 좋아한다. 그곳의 과일, 야채 등이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거랑 비교가 안 된단다. 싸고 싱싱하니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까지는 반찬 가게에서 밑반찬을 구입했었다. 올해, 정년 퇴임하여 전업주부가 된 나는 매주 요리하는 시간을 따로 냈다. 딸 내외에게도 주려고 이왕에 요리하는 김에 양을 넉넉하게 했다. 


얼마 전에, 딸 내외가 '샐러드 마스터'를 마련했다. 다이어트도 할 겸, 샐러드 위주의 식사를 한단다. 샐러드 마스터를 이용하여 만든 야채 구이를 즐겨 먹는단다. 야채를 삶거나 데치는 게 아니고, 찌는 것도 아니란다. 야채를 굽는다고? 야채를 굽다니... 아하, 그렇게 조리하면 야채에 있는 영양이 덜 손실되겠다. 그들이 야채 구이를 해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밑반찬을 만들어 주는 대신에 다양한 야채를 사 준다. 요리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한결 수월했다. 야채 구이 덕분에 자기들은 건강해져서 좋고 내게는 여유 시간이 생겨났다.


최근에  최명숙 작가님의 글 중에 '나는 아들딸과 거리두기 중이다' '아들딸과 거리두기, 실패했다' 를 읽은 적이 있다. 두 글 모두 마음에 와닿았다. 그러나 양자택일 해야 한다면 기꺼이 후자를 택할 테다. 할 수만 있다면 딸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 내가 딸 내외를 위해 하는 일은 단순하다. 손주를 봐주는 것도 아니고 물질적으로 크게 챙겨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먹거리를 챙겨주는 정도다. 그 정도는 딸이 아닌 누군가에게라도 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남편이 요리나 집안 살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딸네 가정도 주로 사위가 요리한단다. 개발자인 딸내미는 유튜버다. 자신들의 일상을 Vlog로 만든다. 딸내미의 유튜브 채널로 야채 구이 만드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사위를 따라 그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마침, 그러잖아도 가을엔, 요리를 하겠다고 브런치에 대서특필했었다. 영상을 보니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였다.


나는 따라쟁이다. 누군가 하는 것을 곧잘 따라 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사위가 하는 요리를 따라 하는 장모가 됐다. 아무튼 모방은 제2의 창조라는 말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wiYmfciucw(샐러드 마스터로 야채 구이를 만드는 딸 내외)


우린 샐러드 마스터가 없다. 꿩대신 닭이라 했던가? 그래서 일단 웍을 이용하여 야채 구이를 해 볼 참이었다. 

냉장고 야채 칸을 열어보니 야채가 몇 가지뿐이었다. 그게 무슨 대수일까?  토마토, 파프리카, 애호박 등이 있었더라면 맛이 더 좋았을 뻔했다. 그 점은 아쉬웠다.


드디어 웍을 이용한 야채 구이가 완성됐다. 그럴싸했다. 맛도 괜찮았다. 마지막 단계에서 뚜껑을 닫고 7분 정도 뜸을 들였더니 파릇파릇한 색상이 덜 선명하긴 했다. 그게 샐러드 마스터를 흉내 낼 수 없는 점이었다.


웍이 아닌 다른 도구로 해보면 샐러드 마스터로 한 것과 흡사하려나? 생선구이 전용인 레인지 메이트로 야채 구이를 해보기로 했다. 이번에 꿩대신 오리라고 해 두자.


레인지 메이트로 야채 구이를 했다. 3/3/3으로. 3분간, 양배추, 양송이버섯, 당근 등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아시* 익혔다. 그것을 두루 섞어 준 후에 3분간 더 구웠다. 마지막으로 깻잎, 양파, 대파, 청경채 등을 넣고 소금 간, 후추, 발사믹 식초를 가미한 후에 다시 3분간 구웠다. 짠~, 먹음직스러운 야채 구이가 완성됐다. 그런데 영상에 나온 아로마 트러플 올리브 오일이 없어서 그 단계에서 그냥, 프리미엄 올리브 오일을 사용했다. 

 

[레인지 메이트로 완성한 야채 구이]

완성된 야채 구이의 맛은 엄청 맛있다기보다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맛이었다. 자꾸만 손이 갔다.

신기하네 질리지 않는 맛이네,라고 하며 남편이 바닥이 보일 때까지 야채 구이를 흡입했다.


앞으로 야채 구이를 즐긴다면 이전보다 야채를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던 포트메리온 필스너 글라스를 꺼냈다. 연한 레몬수를 글라스에 담았다. 레몬수를 곁들여 식사하니 개운하기도 했고 호텔 뷔페 느낌이 났다. 맛있으면 다행인데 건강에도 좋으니 금상첨화였다.


샐러드 마스터나 레인지 메이트가 없는 경우에는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면 될 것 같았다. 검색해 봤더니 예상대로 그게 가능했다. 에어프라이어로 야채구이를 해도 된단다. 웍으로 사용해도 되니, 결국 어느 누구나 야채구이를 할 수 있겠다.




우린,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작품 제목이기도 한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그래도 야채를 즐겨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럴 때, 이만한 요리도 없을 것 같다.


이제부터, 사위가 했던 요리,
야채 구이를 종종 해 먹으려고요~

P.S. 이 글을 쓰다가 미처 읽지 못한 채식주의자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강 작가가 직접 읽어주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노벨상에 빛나는 한강 작가님의 책을 구입하면 차분히 탐독할 참이다.




*아시: 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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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샐러드 마스터 #야채 구이  #레인지 메이트  #웍  #에어프라이어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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