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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Oct 22. 2024

[에필로그] 저도, 밑줄 긋기 해도 되나요?

- U로 시작하는 Underline(밑줄)

밑줄은, 그 부분을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을 때 긋는다. 중요하다고 여기거나 꼭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긋게 된다. 이 연재의 '에필로그'에서, 나도, 브런치 밑줄 긋기를 하고 싶다.


브런치에 입성하면서 브런치 글을 읽는 '독서 습관'이 생겼다.

양심고백을 하자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책을 읽은 게 너무 적어서 내재된 글밥이 빈곤할 정도였다. 어린 시절, 고전 읽기 대회라는 걸 준비하면서 몇 권의 책을 진지하게 읽어보긴 했다. 그게 전부였을 정도다. 삼국지는 물론 세계 명작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래서 글을 많이 읽는 사람이 존경스러웠다. 이루어지지 않았던 옛사랑의 그가 '초대받지 않은 여자'라는 두꺼운 책을 들고 있는 모습에 콩깍지가 씔 정도였다. 그런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살기에 바쁘셨던 부모님은 자식에게 책 읽으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으셨다. 집안일이 바쁠 때는 결석하라고 했던 분이 바로 내 아버지였으니... 그런데 아버지는 신문 보급소를 하셨다. 때때로 읽어 보라며 신문을 던져 주시곤 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박순천 여사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들고 오셨다. 그리고 자세히 읽어 봐,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딸이 박순천 여사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길 원하셨던 것일까?


가난한 농사꾼의 가정이었지만 아침마다 신문이 당도했다. 장터에 있는 신문 보급소에서 윗마을에 있는 본가로 신문이 배달됐다.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였다. 우리 집은 그렇게 자연적으로 신문 구독자가 됐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활자를 접했다. 읽기의 명맥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됐다.


신문을 훑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때 박완서 작가를 알게 됐다. 한국일보에 연재 됐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는 소설을 매일 읽었다. 박완서 작가의 필력에 나는 중독되어 갔다. 언젠가 나도 소설을 쓰리라, 박완서 작가와 같은 소설가가 되리라, 남모르게 꿈꾼 적이 있다. 신혼 때, 단편소설을 잡지사에 투고하여 입상 한 경험도 있다. 그 이후에 삶의 소용돌이에 빠져 책 읽기는 물론 글 쓰는 것도 다 내던졌다.


22년 2월에 브런치 작가가 됐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날이 느꼈다. 다른 작가님들이 발행한 글을 읽으면 주눅이 들었다. 애당초 읽었던 양이 적으니 글쓰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였을까? 브런치에 글 쓰는 것보다 글 읽기에 더 집중했다. 종이로 된 책을 읽기보다 폰으로 읽는 것이 훨씬 편해진 이유는, 브런치 글 읽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리라. 브런치를 마구마구 읽어 젖혔다. 나의 관심분야가 아닌 것도 읽었다. 산등성이나 들길에서도 읽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전철 안에서도 읽었다. '브런치'라는 '읽기 바다'에서 마음껏 유영했다. 읽고 또 읽었다. 틈만 나면 읽었다. 소파에 앉아서도 읽었으며 주방에서도 읽었다. 한 작가의 글을 읽다가 가독성이 좋다 싶으면 그 작가가 발행했던 모든 글을 깡그리, 정행하여 읽었다.


브런치 글을 읽다가 울기도 했다. 때로는 빵 터지며 웃었다. 아직 나는 글 읽기에 목이 마르다. 이 갈증이 사그라들 때까지 나의 읽기 열정은 식지 않을 것이다.


한편, 틈나는 대로 글을 썼다. 쉬지 않고 글을 썼다. 읽고, 쓰는 것은 곧바로  '글쓰기'에 다시없을 훈련이란 걸 알게 됐다.


현재 발행된 내 글은 500여 편이 좀 넘는다. 다양한 종류의 글을 썼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보기도 했다. 또한 미움이나 아픔을 다루어 보았고 아련한 추억도 그려보았다. 세상에 이보다 좋은 취미는 없을 것 같았다.


<알파벳 두레박으로 정을 긷다>라는 이 연재가 끝나면, 곧이어 <숏폼 시/ 엔절 넘버 시/20글자 시>라는 브런치북도 연재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도다. 어떤 것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보면 문외한인 것보다는 나은 법이다.

현재, 나의 브런치 글 조회수는 66만 뷰를 향하고 있다. 이게 어느 정도의 반응인지 가늠할 수는 없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 꾸준히 노출되고 있었다.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내 몫이었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유익했다. 나를 관화할 수 있었다. 추스를 수 없는 감정을 글을 통하여 많이 정리했다. 무엇보다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니 마침내 나의 모난 부분이 다듬어지고 있었다.


지금, 감당할 수 없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실을 관조(觀照)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겼다. 브런치에서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래서, 브런치 밑줄 긋기를 해 보았다.


1) 소위: 작가님의 글에서 나는 향기를 느낀다. '글향 소위'라고 부르고 싶다. 작가님이 발행한 글은 단 한 편도 빠짐없이 정주행 했다. 작가님을 만난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소위 작가님은 올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고 브런치에 연재했던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라는 브런치북도 러브콜을 받아 출판에 들어갔단다.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라는 브런치북 타이틀을 보고 그 기발함에 무릎을 쳤었다. 그렇게 오묘하고 의미심장한 문장을 지을 수 있으시다니... 글 구성이나 작법, 표현에 있어서도 가히 교과서적이었다. 특히, 소위 작가님은 내가 발행했던 모든 글에 댓글로 응원해 주셨다. 그 댓글만 모아도 한 권의 책이 될 듯하다. 어느 날, 그 댓글을 스크랩하여 <댓글로 쏘아 올린 책>이라는 브런치 북을 발행해도 될 정도다. 작가님의 댓글이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2) 김별: 작가님을 생각하면 '사통팔달'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인문, 과학, 철학, 시사 등등, 모든 면에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작가님의 <문과녀의 이과산책>이라는 브런치북에는 방대한 사상이 들어있었다. 인생을 돌아보게 했고 영원을 꿈꾸게 했다. 공모전에 도전하여 수상도 하시며 성근지게 살고 있는 작가님이다. 디카시, 시 낭송 등은 작가님의 영향을 받았다. 내게 멘토 같은 분이다. 나더러 차분히 따라오라며 저 멀리 앞서 가시는 작가님이다.


3) 김분주:  브런치의 개콘을 꼽으라면 김분주 작가님의 글마당이리라.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빵 터진다. 글로 웃기기란 쉽지 않을 텐데, 작가님은 타고난 위트쟁이다. <재밌게 살다 보니 재밌는 람이 되었다>라는 브런치북 등이 있다. 마음이 우울하거나 실컷 웃고 싶으면 작가님의 브런치에 입장하면 될 듯하다.


4) 사차원 그녀: 가님에게는 뾰족하게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이다. 작가님의 반짝거리는 글을 읽을 때면 작가의 '사차원 그녀'라는 필명이 이해된다. <청개구리가 우리 집에 산다>  등의 브런치북을 읽으면 작가님의 삶은 그야말로 사차원적이다,라고 느끼게 된다. 글이 참 진솔하고 정직하다. 최근에 발행한 글, '현실부부는 이런 일로도 싸웁니다'라는 글은 사람 냄새가 폴폴 났다. 현실부부의 모습이라 좋았다. 일독한 후에, 저녁을 먹고 있는 남편에게 낭독해 주기도 한 글이다.


5) 발자꾹: 작가님은 스토리 텔러다. 일상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분이다. <순간이 모여 일상이 된다>라는 브런치 북에도 작가님의 삶이 잘 녹아 있다. 작가님의 글을 읽기 시작하면 금방 글 마무리 부분에 다다라 있을 때가 많았다. 독자를 흡입하는 능력을 지니신 분이다.


6) 포도송이:  <마알간 영혼 이지수>라는 브런치북으로 눈물을 스미게 하는 작가님이다. <대출하는 사람입니다>라는 매거진에서 보여주듯이 그분은 도서관에서 근무 중이다. 책 더미 가까이에 계셔서 그런지 작가님의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소설 같은 에세이를 쓰시는 분이다. 작가님의 글은 다정하고 정겨웠다.


7) 빛나는 윤별경: 작가님은 감성 장인이시다. 공감과 배려, 그리고 친절이 가득하신 분이다. <결혼 2회 차입니다>라는 브런치북을 읽고 작가님을 많이 이해하게 됐다. 그런 어려운 고비를 너끈히 이겨내시고 차분히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인성이 글에 스며 있었다.


8) 포레스임: 흔들림이 없는 작가님이다. 차분히 묵상하고 잘 발효시킨 일상을 글로 발행하는 분이다. 작가님의 글 중에 반했던 것은,  <내 숨결의 습작>이라는 브런치 북에 올라온 동화 때문이었다. 아마도 자전적 동화 같은데? 그래서 작가님은 이런 톤의 글을 쓰시면 좋을 것 같다. 작가님께 감히, 추억을 소설처럼 엮어내는 글쓰기를 주문하고 싶다.


9) 필력:  <아홉 살, 나는 살고 싶었다>라는 브런치북을 읽으며 눈물을 많이 참았다. 온몸에 가득 채운 글감이 마치 잉크처럼 펜촉에 묻어 나오는 작가였다. '필력'이라는 필명이 제대로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힘든 유년을 보냈지만 숭고한 정신력으로 글을 쓰는 작가님이 대단해 보였다. 곁에 있다면 안아드리고 싶다.


10) 문 정: 위트와 재치, 숏폼 글로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하는 작가님이다. 게다가 멋진 그림 솜씨까지 겸비하셨다. 한동안, 연일 연야, 브런치 메인에 떠 있던 작가님이었다.  <여보, 나 런던 갔다 올게>라는 브런치북 시리즈 4권은 주옥같았다. 7월 중순 이후로 글이 발행되지 않고 있는데 아마도 뉘른베르크, 양지바른 곳에서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 같다. 그 그림과 함께 또, 웃기거나 눈물 나게 하는 글을 구상 중일 것으로 믿고 있다. 좋은 작품을 준비하여 다시 브런치에 입장하실 것 같다.  


11) 최명숙: 최근에 접하게 된 작가님이다. 현재 연재 중인 <꽃 속에서 놀던 때가>라는 브런치북은 참 향긋하고 정겹다. 수묵화 같은 글을 읽으니 마음이 고요해지고 따뜻해졌다. 작가님이 들고 계신 '글쓰기 돋보기'는 성능이 무척 좋아 보인다. 작가님은 아주 미세한 것까지 캐치하며 마음 깊숙한 것까지 보시는 듯하다. 또한 사회 전반의 통념과 맞서 한 마디 던지는 글도 쓰신다. 조만간 나는, 이 작가님이 발행한 글을 정주행 하여 모조리 다 읽을 것이다.


저도, 브런치에 밑줄 긋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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