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민박 초보사장 성장기 1
아직 어떤 숙박 플랫폼에도 등록하지 않고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만 열었을 때, 한 손님이 민박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하고 직접 문자로 예약을 문의하셨다. 첫 직장의 입사 합격 통지를 받은 것 마냥 기쁘고 신기하면서도 믿기지 않고 괜한 불안이 꿈틀댔다. 그리고 '와 이제 공은 던져졌구나,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에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혹여나 문자에 마음 상할 문장이나 뉘앙스는 없는지, 맞춤법은 다 맞는지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기사를 송고할 때보다 더 마음이 조여 오는 긴장감이었다. 문자 하나에 우리 가족에 생계가 달렸다는 과한 비장함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딘가 모르게 안쓰럽기까지 하다. 나는 평소에 쓰지 않던 이모티콘을 이것저것 넣었다 뺐다 하며 조금이라도 더 친절한 뉘앙스를 풍기려고, 그러면서도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적당한' 문구를 만들어내려고 고군분투했다. 그 어렵다는 '적당함'을 찾기 위해 애면글면하는 초보 사장의 지난한 글쓰기에 하늘이 감동했는지 첫 숙박 예약이 드디어 성사되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진짜 예약이 된 건가. 친구가 모르는 번호로 장난치는 건 아니겠지. 신종 사기도 아니겠지'라며 사장이 오만가지 의심을 화수분처럼 창조해 내는 동안 뜰지기 느린은 콧노래를 부르며 그저 이 상황을 신기해하며 내게 말했다.
"이 순간을 즐겨, 즐기는 거야"
하지만 바야흐로 손님이 오시기 전날 밤. 유유자적하던 느린도 긴장모드가 되었다. 느린과 나는 새집 냄새가 코 끝을 0.1초라도 스치지 않도록, 먼지 한 톨 눈에 띄지 않도록 무균실 방역 수준의 청소를 하고 웰컴 푸드와 엽서, 음악, 조도 등을 무대감독의 마음으로 세팅하느라 몸이 축나는지도 모르고 밤샘작업을 했다. 노동만 고된 게 아니라 손님이 왔을 때 벌어질만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렸다 지웠다 하느라 작업 막바지에 내 멘탈은 쿠크다스가 되었다.
2023년 9월 1일 금요일. 체크인 시간이 넘어가는데 감감무소식.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소리,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
"사장님, 저희 도착했는데요. 고유의 뜰이 안 보이네요"
분명히 내비게이션 상에는 도착했다고 떴다는데 내 눈앞에는 아무도 그 누구도 보이지가 않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빠른 상황판단과 직접행동이다.
"손님, 일단은 큰길 쪽으로 다시 나오실 수 있을까요? 제가 나가겠습니다!"
우사인볼트의 스피드로 뛰어나갔다. 윗 골목에서 차를 돌려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달려갔다. 저 멀리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우리의 첫 손님을 향해 나는 달렸다. 그의 인간 내비게이션이 되어 숙소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일. 시골 민박 사장의 첫 미션을 완수했다. 어렵게 만나면 더욱 반가운 법. 뿌듯했다.
고유의 뜰에 정식으로 첫 손님이 오셨다. 나와 문자를 주고받았던 스마트폰 화면 너머의 사람이 약속된 날짜에 정말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 신비로움이란, 전날 밤늦은 시간까지 세팅하는데 진을 빼느라 달아나버린 넋이 손님 등장과 함께 뿅! 하고 돌아오는 막강한 힘이었다.
"고유의 뜰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손님이 남겨주신 방명록(좌)과 따로 보내주신 문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