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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차리지 않고 산다는 것

by 무아 Apr 03. 2025
현명할수록 명예와 체면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를 안다. - 쇼펜하우어


내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아니, 계획과 정 반대라고나 할까.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그럴듯한 직장에 취직해서 평균을 웃도는 삶을 살길 꿈꿨다. 그렇다. 나는 ‘남부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남부럽지 않은.

말 자체부터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하다. 삶의 주체가 내가 되지 못하고, 내 삶의 평가를 남에게 맡긴다는 말 아닌가. 그럼에도 누군가가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고 싶었다. 체면 차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이거보다 더 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닥을 친 경험이 내 생각을 바꿔주었다.


삶을 한 마리 말이라고 쳤을 때, 내 삶의 고삐는 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뒤를 열심히 쫓아가기 바빴다. 다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게 인생인데, 그 간단하고도 명료한 진리를 잊고 살았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시인이자 작가인 류시화 작가의 책 제목이다. 이 말처럼,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린 살면서 너무 많은 표지판에 둘러싸인다. 그 표지판들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잊게 할 만큼 혼란스럽게 만든다.


특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가이드를 자칭하며 지름길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이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도움이 될 조언을 건네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경험이 상대방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거라 오판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적지 않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들을 건 듣고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 삶의 밸런스를 나에게 맞춰야 한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낀다면, 지금, 이 순간을 전환점으로 삼으면 된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버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타인의 삶에서 답을 찾지 말자. 남이 이러쿵저러쿵 내 인생에 간섭하게 두지도 말자.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든, 내 삶을 대신 결정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감당해야 하는 것도 내 몫이고, 후회하는 것도 내 몫이다.


끝으로, 요즘 빠져 듣고 있는 노래 한 곡을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벌이고 있는 치열한 싸움을 응원한다.


노래 ‘내일이 있잖아 - Hann 및 Chan' 가사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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