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필명은 무아(無我)입니다.
무아는 불교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말 그대로 모든 존재에는 고정된 '나'가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는 변하지 않는 고정된 자아를 의미합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끊임없이 변하고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실체적인 ‘나’라는 것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차원으로서의 무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는 사실 여러 가지 요소(몸, 감정, 생각, 습관 등)가 모여 만들어진 것이고, 이 요소들은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고정적인 ‘나’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이죠.
철학적인 차원으로서의 무아
세상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해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나일뿐’이라는 게 아니라, 환경과 관계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무아에 따르면, ‘나’는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용어를 알게 된 건 조울증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을 때였습니다. 현실의 한계에 좌절했고,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나 스스로가 밉고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때,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분께서 저에게 무아의 개념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말이 저에게는 큰 위로와 동시에 변화의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제가 저에게 바라는 변화는 조울증의 완치가 아닙니다. 애초에 완치가 어려운 병임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조울증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은 제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조울증이 저에게 있어서 마이너스(-) 되는 요소라면, 다른 능력이나 소질을 계발해 플러스(+)되는 요소들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저를 이루고 있는 요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조울증이 갖는 마이너스의 농도는 옅어져 갈 것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합니다. 단, 그 과정에서 지치지 않도록 사랑으로 나를 기다려주면서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릅니다. 하루하루 변화할 수 있고, 변화가 모여 성장이 되리라 믿습니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아’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디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