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 활용법
초보 농사꾼의 실수.
나는 이 얼갈이라고 알고 있던 채소 샐러드를 친구들에게 해주려고 얼마전 마트에 갔다.
이미 텃밭에 있는 건 다 먹었고, 주말 부부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지방에서 일산으로 가져오는 것도 신선도 문제와 번거로움 때문에 마트에서 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사고 보니 생김새가 내가 알고있던 얼갈이와 달라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내가 밭에서 직접 키워서 마트꺼랑 다른건가? 이상하네.”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그 뒤로 의아한 생각이 떠나지 않더니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봄동으로 보자니 마트에서 본 봄동과 내가 텃밭에서 수확해서 먹은것 또한 생김새가 달랐기에 그것도 아니다 싶었다.
나는 곧 지방으로 이사할 예정이라 요새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있는데, 전 직장의 계약사 사장님이 환송회를 해주시기로 하여 동료들과 같이 만나기로 했다.
때마침 사장님은 오래전부터 집 부근에 농사를 짓고 계셨기에 얼른 사진을 보여드리며 물어봤다.
그런데 청천 날벼락 같이 듣고싶지 않은 대답을 들었다.
“야 이건 봄동이잖아! 원래 농사 지을때 흔히 하는 실수인데, 씨를 뿌릴때 그 씨앗이 너무 작아서 밭에 여러 종류로 심어놓으면 그게 구분이 잘 안가요. 그래서 나도 초반에 헷갈려서 고생했고, 그래서 다이소에서 작은 이름표 사서 붙였다.”
초보 농사꾼으로서 무지했던 나를 반성하며, 독자들과 브런치팀에 사과드리며 양해를 구하고 싶다.
그래서 얼갈이를 봄동으로 수정하고 그에 맞는 내용으로 고쳐쓰게 되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봄동이라는 채소를 아는가.
봄동은 겉절이 정도로만 기억되는 비주류 채소였기에, 올 겨울에 이 채소를 이렇게나 잘 활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봄동 샐러드는 지난 글에도 썼지만, 한번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울 정도로 좋은 식재료이다.
내가 꼭 봄동 홍보대사 라도 되야될 것 같지만 봄동의 다양한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자주 해먹는 요리다 보니 또 쓰게 되었다.
몇 번을 먹어봐도 이건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맛! 결코 틀리지 않은 맛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에게 야채는 늘 구비해둬야 하는 필수 식재료인데, 요즘 야채 값이 좀 비싼가.
요즘에는 다양한 야채를 활용한 샐러드가 꽤 심심찮게 나온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결혼식 부페에 가도 샐러드 코너엔 꼭 양상추가 메인으로 있듯, 샐러드 문화 초창기 시절부터 샐러드 = 양상추라는 공식을 어디서든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샐러드 야채의 범위를 주변에서 좀 더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확장시키거나 대체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그건 다름아닌 겨울에 많이 나오는 봄동으로귀결시켜도 좋을 법 하다.
올 겨울, 정말 여느 때보다 추웠던 올 겨울에 나는 백수로서 그리고 텃밭을 일구는 초보 농사꾼으로서 남편이 심어놓은 겨울 채소인 시금치와 봄동을 종종 수확해서 먹었다.
자기 전엔 항상 내일 뭐 먹을까를 생각하며 잠드는 나에게 봄동은 골치덩어리 재료였다.
김치는 자신 없기도 했고, 이미 여기저기서 얻은 김치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 봄동으로 뭘 해먹나.
번거롭고 어려운 레시피는 내가 따라할 수도 없고, 겉절이 말고 좀 색다르게 먹고 싶은 마음에 한국식 말고 서양식 스타일로 만들고 싶었다.
궁리 끝에 어차피 못 먹고 그냥 버리나, 맛없어서 버리나 별 차이 없으니 일단 샐러드로 해보자 싶었다.
별 거 없다.
봄동을 깨끗하게 씻어낸다. 우리는 농약을 치지 않아서 흙만 잘 털어내면 되었다.
물에 깨끗이 씻어낸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 봄동을 샐러드 보울에 담는다.
소금을 조금씩 톡톡 치고, 올리브 오일을 전체적으로 휘익 두른다.
홀그레인 머스터드가 있다면 그걸 취향대로 그릇에 덜어내고, 꿀을 조금 섞어서 전체적으로 뒤적거려준다.
자, 이게 끝이다.
홀그레인 머스터드 즉 씨겨자 소스가 없다면?
그냥 올리브 오일과 소금으로만 간을 해서 먹어도 봄동의신선한 풋내와 은은한 달달함이 잘 살아나서 꽤나 먹을 만 하다.
또, 기본 올리브 오일 ,소금에 발사믹 소스를 뿌려 먹으면 새콤달콤하니 얼갈이의 중후한 맛을 발사믹이 톡톡 튀게 살려준다.
올 겨울에만 이 봄동 샐러드를 한 열번은 해먹은 것 같다.
기호에 따라서 고형 치즈를 갈아넣으면 어느 이태리 식당에서 파는 샐러드인가 싶을 정도로 맛도 모양도 그럴싸하다.
봄동은 자체의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서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성격 좋은 친구처럼 활용할 레시피는 무궁무진하다.
이 봄동만 있다면 겨울 샐러드 언제든 저렴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봄동 샐러드! 겨울에 꼭 도전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