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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Jul 27. 2021

어딘가에 꽃피고 어딘가에선 꽃이 진다

사계장미

  태양을 피해 걸었지만 꽃을 마자 샛길로 빠져버렸다. 막 피어난 듯 신선한 꽃을 그늘도 없는 미공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장미가 만발하게 핀 모습은 나를 꼼짝 못 하게 다. 알록달록 화려하게 피었던 지난봄으로 돌아간 착각이 들었다.

 

 오월나자 장미가 시들었고,  정원사들은 시든 꽃대 잘라냈다. 그렇게 지런한 손이 봄의 흔적을 없애 버리자 아무것도 핀 적 없는 빈 화단처럼 초라해 보였다.

 

 아주 잠시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틈에 장미는 준비했다.


 릇파릇 새로 돋은 가지마다 생애 처음 피운 꽃들을 보란 듯이 내밀다. 화단에 자라는 사계장미는 동절기외하곤 계속 꽃을 피운다. 정원사들이 장미 관리가 까다롭다고 푸념하지만, 이렇게 최상의 꽃을 피우니 사랑할 수밖에 없 것이다. 아름다운 꽃송이 뒤에 가시로 무장한 강인함 생명력도 단했다. 장미가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장미 정원 화단 @songyiflower인스타그램

 모처럼 싱한 장미꽃찍기 위해 세세 살피며 내 것 인 듯 느리게 꽃송이를 골랐다. 여름 장미는 에 핀 장미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꽃잎 짧고 작았지만   촘촘했고 색은 더 진해진 듯 보였다. 마스크를 내리고 향기를 맘껏 맡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시간이다. 향기를 맡느라 한눈팔 수 없으니 보는 것에 더 치중하며 꽃들을 찍었다.

 

 둡고 매끈한 초록잎은 장미꽃잎밝고 돋보이게 했다. 화단 모든 장미가 건강비슷비슷하게 꽃을 피우며 가는 사람들의 눈길 머물했다. 여름 태양이 완전히 뒤덮은 열기 속에 장미정원은 다시 으로 만발해졌다.


 어디선가 꽃은 핀다. 그리고 어디선가 꽃이 진다.
 

 내가 잠시 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꽃 사진을 많이도 찍다. 사람태어난 곳을 떠나 가고 또 어딘가에서 멈추게 된다. 꽃을 보며 삶을 배우나도 점점 말수가 줄었다. 


진짜 앞에선 장황하게 표현하거나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자연이 보여주는 건 항상 진짜였고, 자연을 아무리 찾아가도 시간 낭비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지만 보지 못한 꽃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 리지 못다. 깊은 산속 야생화들이 기다릴 것만 같지만 모든 걸  보러 갈 수는 없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피는 꽃도 모르 지나치기 쉬운데 말이다. 길을 나서지 않았다면 여름 장미도 놓쳐버렸을 것이다.

 장미 그렇듯 어딘가에 꽃피고, 또 어딘가에선 꽃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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