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난다. 예전에는 휴일에 늘어지게 자곤 했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모두 잠든 사이에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아침을 먹는 것도 평소와 같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아주 간소하게, 허기만 달랠 정도로 먹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침을 두 번 먹을 계획이므로.
8시 반에서 9시쯤, 어떤 날은 10시가 다 되어야 남편이 기지개를 켜는 기척이 난다. 그러고도 일어나려면 한참 있어야 하지만 나는 '이때다' 싶어 안방으로 들어가 남편 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한다.
"여보, 샌드위치 먹고 싶어."
남편은 못 들은 척하거나, 오늘은 딴 걸 먹자고 말해보지만 나는 참을성 있게 '샌드위치'라고 예닐곱 번쯤 말한다. 그러면 남편이 별 수 없다는 듯 반쯤은 마지못한 척, 반쯤은 은근한 의욕을 내며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결혼하고 나서 가장 신기했던 건 남편이 부엌일을 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청소고, 빨래고 다른 집안일은 잘했다. 손이 야무지고 꼼꼼해서, 뭐든지 대충대충 하는 나보다 훨씬 나았다. 그럼에도 요리는 전혀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간단한 라면 끓이기나 계란후라이조차 나한테 해달라고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 의아했다.
나는 첫 명절에 시가에 가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라는 소리를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던 것이다. 시아버지는 심지어 아장아장 걷는 네 살배기 아들아이가 나를 따라 부엌에 들어오는 것을 보시고도 아이에게 "아이고, 소망아! 남자가 왜 자꾸 부엌에 들어가니."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었다.
성평등을 따지기엔 솔직히 나보다 집안일을 더 잘하기 때문에, 딱히 요리 잘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넘어가긴 했으나 늘 뭔가 아쉬운 기분이 남아있었다. 친구들의 SNS에서 남편이 차려 준 밥상 사진을 본 날은 더욱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남편이 내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아마도 내가 아파서 누워 있었거나, 일이 밀려서 집에서 열근모드였거나, 아니면 그저 내가 만든 음식이 남편 입에 안 맞아서였을 수도 있다.
나는 감격했다. 남편이 부엌에 서서 요리를 하다니! 토스터에 식빵을 넣고, 계란을 깨서 휘젓고, 치즈의 비닐포장을 까고 있는 남편이 신선했다.
남편이 해 준 샌드위치는 치즈 사이에 스크램블드 에그를 끼운 단순한 것이었고, 케첩을 듬뿍 뿌린 것이 담백한 내 입맛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저 맛있었다. 그 날따라 남편의 뒷모습이 듬직해 보였다.
그때부터 나는 틈만 나면 주말에 샌드위치를 얻어먹기 위해, 아침 두 번 먹는 것도 불사한 채 남편의 귓가에 대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나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주방에 선 등짝을 보기 위해서, 투덜거리면서도 가지런히 만들어 은근히 내가 좋아하는 접시에 플레이팅까지 해서 주는 배려가 기뻐서.
이번 주에도 성공! 식재료 절약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계란도 두 개, 치즈도 두 개, 뭐든지 호방하게 넣은 남편표 샌드위치를 한 입 물며 나는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