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손잡이가 달린 둥근 웍을 인덕션 위에 올려놓고 아날로그식 다이얼을 돌려 숫자 9까지 맞추었다. 지이이잉~ 하는 전자기장음이 들리면서 검은 팬이 금세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침에 냉동실에서 미리 꺼내어 실온에 천천히 해동해 둔 햄버거 스테이크의 비닐 포장을 벗겼다. 하얀 지방이 작은 물방울 무늬처럼 점점이 박힌 것이 팬에 굳이 기름칠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달구어진 팬에 스테이크를 넣었다. 치이이익~ 고기가 익는 기분 좋은 소리가 났다. 한쪽 면이 노릇해진 것을 보고 실리콘 뒤집개로 뒤집은 다음 스테인레스 뚜껑을 덮고서는 인덕션 다이얼의 숫자를 4로 내렸다. 두께가 족히 2cm는 되어 보이니 안까지 충분히 익으려면 저온에서 천천히 조리하는 게 안전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케이준 감자튀김을 꺼냈다. 며칠 전 한강공원에 놀러갔다가 석양을 감상하기 위해 들렀던 레스토랑에서 감바스와 함께 주문한 것이었다.
그닥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여기까지 왔으니 꼭 노을을 보며 맥주 한 잔을 해야 한다고, 사람이 여럿인데 메뉴를 하나만 주문할 수는 없다고 남편이 우겨서 시켰지만, 역시나 생맥주와 감바스만 겨우 먹고, 감자튀김은 손도 대지 않고 포장해왔더랬지.
감자튀김을 에어 프라이어에 넣고 170도에 10분으로 맞춘 다음 수돗물을 틀고 흐르는 물에 양상추를 몇 장 씻었다. 토마토를 썰어 넣고 본격적인 샐러드를 만들 생각이었지만 냉장실 안 토마토는 이미 시들해진지 오래라 그냥 양상추만 먹기로 했다.
에어 프라이어가 땡~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 감자튀김을 그릇에 담고 화이트 소스를 곁들인 뒤 웍 위에 올려진 스테인레스 뚜껑을 열었다. 스테이크가 마치 빵처럼 봉긋하게 부풀어오른 것을 보니 육즙이 제대로 가두어진 듯 했다. 꼴깍 군침이 고였다.
스테이크까지 그릇에 옮겨 담고 거실 탁자에 자리를 잡은 다음 맥주캔을 딸깍! 열고 한 입 마셨다. 차갑고 알싸한 청량감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얼른 햄버거 스테이크를 한 입 깨물자 입 안 가득 육즙이 흘러들어왔다. 으음... 죽인다. 화이트 소스에 찍은 감자튀김도 한 입. 고소한 기름맛과 소스의 감칠맛이 잘 어우러졌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설책을 펼쳐들면서 다시 맥주캔으로 손을 뻗었다. 이만하면 주말을 보내는 방법으로 손색없겠지. 저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