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는 이야기

감정을 정리할 필요는 있습니다.

by 내J

제가 좋아하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은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슬픔 외의 감정도 마찬가지 입니다. 왜냐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파도처럼 어느새 확 덮쳐왔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씬에서 몰려오는 파도 속에서 사랑을 느끼고 절규하는 ‘해준’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파도처럼 밀려온 감정이 주체되지 않을 때는 전할 수 있을지 모르는 편지를 썼습니다. 어떠한 마음이 들었고, 왜 지금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말하지 못하는가? 얼만큼 좋아하는가? 왜 좋아하는가?와 같은 내용들을 두서없이 그저 머릿 속에 떠다니는 감정들을 브레인스토밍하듯이 나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를 수 개월, 비정기적으로 간격을 두고 찾아오는 감정에 편지는 하나 둘 쌓이고, 다른 일이 약간은 막막한 상황에서 그 사람에게 우스갯소리로 점을 보러가자고 했습니다. 사실은 점을 핑계로 마음을 떠보고 싶었던 나의 목적은 지갑 속 궁합을 봤을 경우까지 고려해서 뽑아둔 복채용 현금을 보면 너무도 자명했겠습니다. 살짝 미적지근한 태도에, 완전 싫은 것은 아닐까? 했던 나의 긍정 회로는 두고 두고 밉습니다. 만약 다른 결과를 원했다면 적어도 그 타이밍은 아니었을 겁니다.


무튼 결과적으로는 완전한 오판으로 그 다음날 약속을 잡고 편지를, 그리고 편지를 쓰면서 그나마 정리된 마음을 말로 전달했습니다. 사실은 이정도로 쌓아둔 감정을 말로 전달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연애관으로는 편지만큼 정리되면서 진솔한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고등학생 시절 작성했던 러브레터가 행운의 편지마냥 전교생을 거치게 된 최악의 경험 이후로는 조금은 편협하게, 나의 호감이 곧 관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대와의 만남들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덧붙여서 감정의 전달 또한 하지 못한 채 흘러간 몇몇의 인연까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기필코 전하고자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일단은 전달만 해도 ‘저’라는 인간의 측면에서는 성장이니깐! 하는 자기위로의 마음과, 어차피 이 사람아니면 앞으로는 이런 감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기와 성향에 따른 복합적인 마음이 조금은 저를 재촉했다고 봅니다.


한 2주쯤 후, 그 사람의 자리에서 얼핏 보이는 책과 편지가 담긴 아담한 종이봉투는 나의 호출 짐작할 수 있었고, 역시나 오늘이 그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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