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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SIL Aug 19. 2018

[중국 차마고도(1)] 보이차 향기나는 길일거야

휴가로 갈만한 걷기여행(2) 

차마고도, 바로 그...!

‘차와 말을 바꾸는 오래된 길’이라는 뜻의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오래전 TV다큐멘터리에서 접했던 곳이다. 기원전 2세기 이전부터 존재한 길로, 중국의 차(茶)와 티베트의 말(馬)을 교환하기 위해 개통된 교역로라고 한다. 아, 이 유명세! 이름값을 따지는 허세 여행자(!)로서 매력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 차마고도라는 이름만 들으면, 또 퇴사를 하고 중국일주 쯤은 해야 갈수 있는 오지처럼 느껴졌다. 직장생활 중 휴가지 고려군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3년전 지인분이 어린 아들과 같이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야, 직장인의 휴가로도 갈수 있는 곳임을 알게되었다.

오케이, 여기다! 2년전 여름휴가로 중국 윈난성 리장의 차마고도 여행을 떠났다.


이번엔 여행스타일이며 입맛 등이 찰떡인 여행동지 2명과 함께했다. 이제 더이상 혼자 여행을 고집하지 않는 걸 보면 나이를 먹긴 한 것 같다. 잘맞고 편한 친구들과 긴장풀고 여행다니는 게 좋은거구나 새삼 알게된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건 식당가서 먹고싶은 메뉴를 잔뜩 시켜먹을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합동여행먹방도 성공적이었다.

불과 쿤밍에서 리장까지 오면서 1박2일간 먹은 것들...
2박 3일은 걸려야 차마고도지!

윈난성(운남성云南省)은 중국의 남서부 끝에 위치한 성으로, 북쪽으로는 티베트자치구와, 남서부로는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맞닿아 있다. 차마고도 트레킹을 하기위해서는 리장(여강丽江)으로 가야하는데 직항이 없어, 윈난성 가장 큰 도시인 쿤밍(곤명昆明)으로 입국 후 리장으로 밤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그렇게 2박3일 걸려 도착한 리장 역시 리장고성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전주 한옥마을의 몇십배 정도 되는 중국식 옛도시를 상상하면 된달까. 전주와 같이 관광지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 이방인에겐 마치 쿵푸팬더가 살고 있는 다른 세상의 도시에 도착한 것 같은 첫인상이었다!

쿤밍에서 리장으로 가는 밤기차
리장의 놀라운 첫인상!

리장에 도착한 첫날에는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낸 한국인 민박집에 묵었다. 중국어를 모르는 우리들 대신 민박집 사장님께서 차마고도 트레킹으로 떠나는 차량, 숙박, 옥룡설산 투어 등을 예약해 주실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민박집도 리장 고성 내의 소박한 옛가옥이었다. 리장 고성에 있는 숙소들은 대부분 옛가옥을 그대로 활용한 곳이 많아 매력적이다.

리장 민박집. 사무실에도 차를 마시는 도구가 있다.
보이차는 마셔보고 걸어야지 않겠어?

이런 저런 장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민박집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보이차였다. 차마고도로 가기 전날인 만큼, 이 길을 통해 말과 바꿨다는 바로 그것, 윈난성의 상징(!) 보이차를 체험해야 하지 않겠는가? 민박주인분께 괜찮은 곳이 있는지 여쭤봤더니, 마침 주인분의 중국인 남편분께서 민박집 바로 옆 찻집을 운영하신단다. 그렇게 보이차 체험을 바로 시작했다. 민박집 사장님의 통역을 통해 전문 다향사에게 보이차의 종류, 먹는 방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종류별 차맛을 보았다. 보이차를 한번 우릴 때 7~8번까지도 우려 마신다. 생차, 숙차, 홍차... 정신차려보니 장장 3시간이 지나있었고, 마신 보이차 수는 작은 잔이지만 100잔이 넘었다.

하나의 보이차를 우리면 7~8잔이 돌아간다. 생차는 녹차빛깔이다.
숙차는 잘익은 레드 와인 빛깔이 난다.
향기나는 그림같던 그 순간

차를 마셨던 그 순간이 마치 그림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버드나무 드리워진 옛가옥에서 바로 옆엔 빨래하는 아낙이 오며가는 아름다운 우물이 있고, 찻집의 큰 창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보이차를 따라주는 다향사 중국언니의 기다란 손가락은 너무 예쁘시고, 보이차의 흙향은 구수하며 그 다음 마신 홍차의 향은 너무 달콤하고-

리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이다.

찻집 옆에 있었던 우물, 빨래하는 아낙들이 있다.
다향사 언니의 예쁜 손. 차에 빛이 통과되면 좋은 차라고 했다.

중국사람들이 이렇게 여유로운 문화를 가졌다는 것은 솔직히 의외였다. 중국에 대한 어떤 선입견 중 일부분이 깨진 듯한 느낌이었다. 중국이란 나라의 매력 중 하나를 알게되었달까? 민박집 사장님께서는 이렇게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이 실수하기 쉬운 술자리 문화보다 훨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보이차가 술보다 몸에 부담없음은 당연한 것이고.


밤기차의 피곤함이 보이차의 짙은 향기와 함께 나른하게 사라진다. 내일 차마고도가 얼마나 멋있으려고 이러는 걸까?


*보이차(푸얼차):  중국 윈난성에서 생산하는 흑차 (후발효차) 중 하나. 2008년 중국 정부가 정한 보이차의 정의에 따르면, 윈난에서 채엽된 윈난 대엽종 차나무 잎을 사용해 햇볕에 말린 초벌 차를 원료 삼아 윈난에서 생산한 것을 이른다. 보이차는 야생차나무에서 뜯은 찻잎으로 만든다고 하며, 생차와 후발효를 거친 숙차로 나뉘는데, 생차는 깔끔하고 녹차의 떫은 맛이 나며 숙차는 진한 색에 스모키하고 은은한 흙향이 난다. 각각 다른 매력이 있다.


*예고(?): 살짝 미리 보는 차마고도입니다.^^


휴가로 갈만한 걷기여행 

01 미얀마 껄로 트레킹 ‘순수함으로 걸어들어가다’ 

02 중국 차마고도(1) (프롤로그) 

03 중국 차마고도(2) 호도협트레킹 ‘감칠맛나는 길, 차마고도’ 

04 스리랑카(1) 스리파다(아담스픽) ‘스리파다, Serendipity’ 

05 스리랑카(2) 하퓨탈레 ‘누군가의 시크릿가든’ 

06 스리랑카(3) 호튼플레인즈 ‘교향곡을 즐기듯 걷기’ 


*2018 뚜르드몽블랑 일주 여행기 1편

*2017 히말라야트레킹 여행기 1편

*2012 까미노데산티아고 순례 여행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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