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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SIL Sep 01. 2020

[히말랴야트레킹]내가 히말라야를 간다고?

2017 히말라야트레킹 이야기(1) 준비, 그리고 첫날

*2017 히말라야트레킹 당시 기록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일생 한번은 가야 할 것 같은 이름, 네팔 히말라야. 일단 비행기티켓을 지른 것이 D-1년전이다.

1년간 동행언니와 틈틈히 검색하고 정보를 저장해두고, 도서관 책 있는대로 빌려 공부하고, 숙소와 가이드 예약하기, 장비 물품 준비, 등산화신고 계단 오르기와 공원 걷기, 영어회화 팟캐스트 듣기 등 꽤 준비를 했다. 여행을 미리 준비하는 편이긴 한데-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이름때문일까, 내 체력에 대한 불신 때문일까- 이렇게 여행을 긴장하면서 준비하는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출발일은 찾아왔고, 방콕과 카트만두를 거쳐 포카라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트레킹을 떠나는 일정이어서 긴장을 늦출수 없었다. 명절 연휴 성수기라 일정 변동 불가. 비자받기, 트랜스퍼, 수화물 등 뭐 하나 삐끗하면 모든게 어그러질 판이다. 하지만 무사히 포카라에 오후 다섯시쯤 도착했다. 예상보다 한시간쯤 늦었다.

트레커로 가득찬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 카트만두를 뒤로하고 포카라로.
20분만에 포카라공항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지친 채로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내일 출발할 트레킹팀 브리핑이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인 매니저가 4개팀 한꺼번에 간략히 설명해주고 각팀 가이드를 배정했다.


우리팀 가이드는 디펜드라라는 이름의 20대 청년이다. 소년같은 선한 인상에, 젊지만 트레킹 경험은 꽤 많고, 한국말도 곧잘 한다. 2명이면 짐이 2개라 짐만 들어주는 포터를 한명 더 고용했다. 자기 사촌동생이 포터로 합류한다고 했다.


여행기에 줄창 나오겠지만 스포하자면-
스마트하고 센스있고 친절한 디펜드라는
최고의 가이드였다.


디펜드라는 커다란 지도를 펴고 우리가 열흘간 이동할 루트와 숙박할 장소를 차분하게 설명해줬다.

우리가 갈 곳은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 안나푸르나(1봉)는 8,091m의 세계 10번째로 높은 산인데, 6,000~8,000m급 30개의 산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안나푸르나 산군의 대장격이다. 등반가 분들이 저기 올라가기 위해 모이는 곳이 베이스캠프. 우리같은 일반 트레커는 대부분 베이스캠프까지가 목적지다. 특히 안나푸르나1봉은 성역처럼 산들로 둘러싸여져 있어 베이스캠프까지 가야 제대로 정면을 볼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ABC도 해발 4,136m로 만만치 않다.

포카라에서 차로 힐레라는 곳으로 이동하여 트레킹을 시작, 히말라야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언덕 푼힐을 들렀다가 마차푸차레베이스캠프(MBC, 3,700m)를 거쳐 ABC에서 1박 후 내려와 또다른 전망대가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캠프에서 하루 쉬고 돌아오는 9박 10일 코스다.

설명을 들으면서도- 과연 내가 여기 갈수 있을까,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당장 내일 출발인데 할일이 많다. 가이드와 포터가 들어주는 배낭을 숙소에 미리 예약해두었는데, 성수기인데다 현지 축제기간이라 구하지 못해서 직접 구해야 한다. 다 어두운 저녁이 되어 배낭 2개를 구하러 포카라 시내를 한참 돌아다녔다. 포카라 시내 그 많은 장비샵에 대여용 배낭이 씨가 말라있었고, 다행히 디펜드라 덕에 7번째 들른 가게에서 겨우 구할수 있었다.

그러고 돌아와 밤늦게까지 짐을 다시 나눠 싸야했다. 아직 트레킹은 한발짝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 피곤함 무엇...


Day 01

Pokhara> Hille > Banthanti


피곤했지만 일찍 눈을 떴다. 트레킹 첫날이 밝았다.

지난 밤 내 짐은 내가 들 배낭과 포터의 배낭, 그리고 숙소에 맡길 트렁크 세군데로 나눠졌다.

숙소에서 한식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8시에 지프를 타고 출발했다. 운전수, 우리 둘과 디펜드라, 그의 사촌(포터), 다른 팀 한분과 포터, 총 7명이 5인승 지프에 옹기종기 타고 출발했다. 트레킹 시작점 힐레까지 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포카라를 빠져나가는 차 안에서 맑은 하늘에 드러난 설산이 보였다! 내가 히말라야에 가까이 있다는 걸 처음 실감하는 순간이다.

차에서 보이는 설산. / 입산허가 체크포인트다. 진짜 왔구나,

트레커들은 모두 비레탄티라는 곳에 잠시들러 입산 허가증인 ‘팀스퍼밋’을 확인해야했다. 디펜드라가 다 알아서 해서 신경쓸일은 없었다.ㅎㅎ

다시 출발한 차는 거친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더니 얼마안되 목적지에 도착했다.


진짜로 걷기 시작.


거창한 표지판도 없는 길에서 출발한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묶고, 장갑을 끼고, 스틱 길이를 맞추고, 모자를 쓰고, 첫걸음을 뗐다. 첫날인 오늘부터 공포의 3천 계단이 있다고 하니 힘빼지 말고 걸으려 노력하지만 긴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길은 대부분 돌과 흙이 섞여 있고, 현지 마을과 트레커들이 함께 사용하는 길이다. 중간중간 서서 배낭을 맨채로 걸칠 수 있도록 높은 돌받침이 있고 손글씨 표지판도 수시로 나온다.

약간 오르내리막 길을 한시간정도 걷고 한 롯지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디펜드라가 추천해준 네팔정식 달밧과 샐러드, 레몬차를 시켰다.


곳곳에 배낭을 걸칠 수 있다. 티케둥가 Laxmi롯지에서의 첫 점심식사.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두분과 점심 식사를 했다. 같은 회사에서 오셨다는 임과장님, 길과장님은 히말라야트레킹이 버킷리스트였다고 했다. 임과장님은 무려 첫 해외여행이시라고. 대단하시다. 두 분은 이후 트레킹 내내 우리와 함께했다.


아이고~~ 곡소리 나는 네팔 계단

점심을 다 먹고 다시 신발끈을 묶는다. 이 긴장은 3천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때문일까! 먼저 아래가 다 보이는 흔들 다리로 계곡을 건넌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이게 안나푸르나의 패턴이었다. 다리가 나오면 곧 계단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다리를 건너면 계단이 나온다는 네팔 길의 법칙.

꼬박 두시간짜리 계단이라고 한다. 그저 하나하나 올라야 할 뿐이다. 몇년전 스리랑카 아담스픽 일출을 보기위해 올랐던 계단이 생각난다. 거의 4시간을 기어올라갔었던... 그때와 비교하면 나은 편이라며 묵묵히 올라간다. 커다란 (우리) 짐을 맨 디펜드라와 포터 비스무허리도 오르막에선 발걸음이 느려지는 걸 보니 괜히 미안해진다.

동행언니가 계단에서 곡소리가 난다고 계단을 ‘아이고~아이고~’라고 불렀다. 헉헉거리는 우리를 보고 안타까웠는지 디펜드라가 발걸음과 호흡을 같이 해보라고 조언해줬다. 오른쪽 걸음에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왼쪽 걸음에 숨을 내뱉는다. 호흡이 정리되니 한결 나았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울레리. 결국 그 마지막 계단을 밟았다. 어떤 괴로움도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식상하지만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가 오늘 묵을 숙소는 울레리에서 좀더 올라가야 하는 반탄티라는 마을이다. 푼힐 바로 아래라 그런지 롯지나 가게가 많은 큰 마을이다. 차도 닿지 않는 곳에 이렇게 큰 마을이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언니가 유독 오늘 힘들어 하는게 이상했는데, 알고보니 공짜물을 하나 더 챙겨 2리터의 물을 이고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욕심이 부른 참사... 이후 언니는 물 무게에 집착해 물을 사자고 해도 자꾸 이따가 사자고 하고, 내 물을 자꾸 꺼내마시곤 했다. 몸으로 겪은 것이란 참 무섭다.


드디어 울레리 도착ㅠㅠ


서울 포시즌은 안가봤지만
네팔 포시즌 정도는 가줘야지


반탄티의 포시즌 롯지에 도착. 후에 알게 되었지만 마지막날 빼고 이날이 가장 적게 걷는 날이었다. 4시간 정도 걸은 건가? 근데 왜이렇게 힘든거야.ㅠㅠ 하지만 우리는 첫날 뿐 아니라 트레킹 내내 곡소리를 냈다.

디펜드라는 우리에게 구름이 눈앞에 있는 절벽 위 포시즌롯지의 끝방을 잡아줬다. 여행내내 디펜드라는 이 성수기에 VIP수준의 방을 잡아주는 능력을 발휘했다. 우린 그저 무한 리액션으로 고마움을 표할 뿐이다.

탁 트인 창문이 있지만 지금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욕실이 안에 있는 방은 이 롯지가 마지막이었다. 따뜻한 물도 나온다고 했지만 금방 찬물로 바뀌어 졸지에 냉수마찰 샤워를 했다. 그래도 이 산에서 이게 어디냐.

짐을 줄인답시고 숙소에서 입을 바지로 쫄바지만 챙겨온 것이 큰 실수임을 첫날 바로 깨닫게 되었다. 울트라히트텍 쫄바지도 속에 입는 쫄바지일 뿐 홀로 추위를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시 내려갈 수도 없으니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빈탄티 첫날 숙소 포시즌 롯지 도착!!!! 구름이 눈앞에 있는 포시즌 롯지


고민도 걱정도 없다. 몸의 신호를 따를 뿐.


한가지, 추위를 이기는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밥이었다. 쫄바지+냉수마찰 샤워로 덜덜 떨며 벌써 고산병이 오는 것인가 잠깐 심각했는데, 밥을 먹으니 바로 몸이 따뜻해졌다. 머쓱.

첫날 저녁 메뉴는 이탈리안 스타일로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해서 먹었다. 여기 롯지들은 음식을 기본 이상 하는 것인지, 죽어라 걷고 나서 먹는 거라 입에 넣는게 다 맛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다 맛있다! 게다가 이탈리안부터 한식까지 전세계 음식이 가능하다. 식사 때마다 우리는 감탄해야 했다.

먹으니 행복하고 잠이 온다. 첫날 8시에 까무룩 잠에 들었다. 이렇게 내 몸의 반응에 오롯이 복종하면 되는 삶이라니. 믿을만한 가이드도 있겠다, 편히 누울자리 있겠다, 고민도 없고 걱정도 없다.

그렇게 평화로운 첫밤이 지난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안나푸르나 #푼힐


2017 히말라야트레킹 이야기

(1) 내가 히말라야를 간다고?

(2) 불타는 설산을 보러, 푼힐

(3) ABC 턱밑까지 왔다

(4) 드디어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5) 오스트레일리안'힐링'캠프


*2018 뚜르드몽블랑 일주 여행기 1편

*2012 까미노데산티아고 순례 여행기 1편

*휴가로 갈만한 걷기여행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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