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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SIL Sep 02. 2020

[히말라야트레킹]불타는 설산을 보러, 푼힐

2017 히말라야트레킹 이야기(2) 푼힐에서 추일레

*2017년 히말라야트레킹 당시 기록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2017 히말라야트레킹 이야기(1)


DAY 2

Banthanti - Ghode Pani - Poon Hill


히운출리, 거기 있었던 거야?

트레킹하면 기절하듯 잘 것 같았지만 9박 내내 중간에 두세번씩 꼭 잠이 깼다. 첫밤도 11시쯤 단체 트레커팀 덕에 시끄러워서 깨고, 새벽 2시쯤 화장실 때문에 깨고, 두꺼운 침낭때문에 더워서 깨고..ㅠㅠ

그런데, 5시에 깨서 하늘을 보니, 앗 이게 뭐야!!! 어두운데도 전날 구름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던 설산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둘째날 아침, 숙소에서 보이는 히운출리.

설산의 이름은 히운출리(6,441m). 네팔 말로 ‘히운’은 ‘히말’과 같이 눈을 의미하고 ‘출리’는 산이라는 뜻이다. 그냥 ‘설산’이다. '히말라야'도 산스크리트어로 '눈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긴 하다.

처음 정면으로 목격한 ‘설산’을 원없이 사진에 담았다.


이곳에선 오전엔 맑고, 오후에 흐려지는 날씨가 반복되었다. 늘 오후에 숙소에 도착하므로 숙소의 진가는 아침에야 확인이 된다. 트레킹 내내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둘째날 아침메뉴는 이 지역의 빵인 구르중빵에 갈릭수프를 곁들였다. 백숙 국물같은 갈릭수프에 도너츠 닮은 튀긴 빵을 찢어 넣으니 꿀맛이다. '핫레몬'을 처음 주문해서 먹었는데, 우리는 이 적당한 상큼달큼한 맛에 운명처럼 빠지고야 말았다. 열흘간 주구장창 핫레몬을 마시게 될 예정이다.

짐을 싸고, 숙박비를 계산하고, 물을 챙겨 롯지를 나섰다. 오늘은 푼힐 바로 아래 동네, 고레빠니로 간다.


하루하루 자연에 더 가까워지는 네팔 길에 슬슬 정을 붙인다. 그렇다고 쉽지는 않다. 오늘은 그닥 힘든 길이 아니라더니, 똑같이 죽겠는데, 디펜드라? 괜히 디펜드라에게 징징거린다.

고레빠니 가는 길. 만만치 않구먼.


8시에 출발해 고레빠니에 1-2시에 도착했다. 고레빠니는 푼힐 바로 아래 있는 마을이고 롯지도 많고 다양한 가게들도 있었다. 고레빠니 제일 높은 숙소를 잡아 툴툴거렸는데,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인 푼힐 언덕에 가장 가까운 숙소다. 역시 디펜드라 채고야.


도착!


숙소는 이름에도 자신감이 느껴지는 '슈퍼뷰'롯지.

지금은 비록 구름이 가득차있지만, 저 너머에 그 분들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욕실 물이 차가워 대충 씻고 점심을 먹었다. 로스트치킨, 야채커리, 그리고 (당연히) 핫레몬. 와, 어떻게 이렇게 다 맛있지? 이건 우리 입맛의 문제인건가, 네팔 사람들이 특히 솜씨가 좋은 건가?

다이닝룸에 난로를 켜주니 아주 아늑했다. 빨래를 말릴 수도 있다는 점도 개이득이다.


슈퍼한 뷰의 슈퍼뷰롯지!


석양을 보긴 힘들것 같은데, 올라갈래?

계획은 고레빠니 도착한 날 오후 푼힐에 올라 석양을 보고, 다음날 새벽에도 올라가 일출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구름이 뭉게뭉게...멋진 석양을 보는 게 불투명한 상황. 디펜드라가 4시 정도에 다시 상황을 보자고 한다.

포근한 다이닝룸에서 수다도 떨고 일기를 쓰면서 기다리다 보니, 구름 사이로 설산이 살짝살짝 드러난다.

디펜드라는 영 기대하기 어렵지만 내일 고산병 예방 차원에서 산책삼아 중간까지라도 올라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올라가다 보니 결국 끝까지 다 올라갔다.ㅎㅎ

3,000m가 넘는 푼힐 언덕은 ‘아이고 계단’의 연속. 아이고~~아이고~~ 정민언니는 추석에 돌아가신 할머니 얼굴을 뵙고 가겠다면서 드러누웠다. 추석명절에 어울리는 코스다.

석양보러 푼힐로 올라갑니다 아이고~아이고~


꽃받침의 시작

죽을똥 살똥 푼힐(3,193m)에 드디어 올랐다.

구름이 멋지게 파도를 치며 설산을 힐끗 힐끗 보여주는데 완전 멋있구먼!

무엇보다, 사람이 적다! 내일은 엄청 사람들이 많을 거라기에,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쪽에서 하늘이 물들기 시작한다. 일행과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데 어떤 포즈로 하면 좋을까 하다가, 꽃받침처럼 손을 얼굴에 대기 시작. 디펜드라 포함한 우리 일행, 과장님네 일행, 그리고 거기서 만난 같은 숙소 한국인 트레커들 팀 모두 꽃받침을 한채 바닥에 엎드렸고 그것을 중국인 트레커가 찍어줬다. 포즈에 딱히 소질이 없던 우리는 여행 끝까지 주구장창 꽃받침 포즈를 고수했다.


구름이 춤추는 푼힐 파노라마
부담스러운 꽃받침의 시작
우와! 너무 멋있다!

푼힐은 빠르게 어둑어둑해지고 쌀쌀해졌다. 언니가 가져온 핫아이템이 있는데 바로 야외에서 물을 끓이는 텀블러. 발열 팩을 넣고 물을 넣으면 열이 나고, 그 위에 물담은 컵을 넣으면 물이 데워진다. 쌀쌀한 언덕에서 따뜻한 생강차를 타먹으니 몸이 데워진다. 완전 대박인데???

어두운 계단을 따라 다시 고레빠니로 내려와 따뜻한 다이닝룸에서 몸을 녹이며 저녁을 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 내일 일출을 보기 위해 4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

 

DAY 3

Ghode Pani (Poon Hill Sun rise)> Deurali Pass > Tadapani > Chuile


밤에 화장실 가느라 잠에서 깼는데, 하늘을 보니 누가 별을 한마지기 뿌려놓았다. 히말라야가 별 맛집이라더니 찐이네...!! 또한 별이 많다는 건 오늘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란 뜻이다. 와우.

일출은 6시인데 우린 좀 느리니 4시 50분쯤 일찍 출발한다. 트레커들이 몰려들어 줄서서 올라갈 정도다.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먹을것도 나눠주는 훈훈한 분위기다.


트레커들로 빼곡한 푼힐에 다 오르니 여명이 서서히 하늘을 밝힌다. 왠일로 좋은 자리를 잘 잡아 대기한다.


그리고-

소문으로 듣던 일출때만 잠깐 볼 수 있다는 그것.

붉은 빛이 안나푸르나 남봉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온다.

와, 너무 멋지잖아. 불타는 설산이라니.

붉게 물든 설산을 정신없이 보는데 그 반대편을 보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산 위로 눈을 찔러버릴 것 같은 강한 광선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어어~하는 순간에 툭, 해가 떠버린다. 아니 뭐 저렇게 빨리 떠? 이 순간의 찰나로 밤이 아침이 되었다.

툭,하고 떠오른 태양, 그리고 마차푸차레.
푼힐, 일출의 순간

태양빛이 얼마나 강한지, 추웠던 공기가 금새 데워진다. 불타는 설산은 사라졌지만 날카로운 빛이 설산에 눈부심을 더한다. 그냥 하얀색이라고 하기엔 섭섭한, 이 색깔을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일일텐데, 스펙터클하다. 환호성을 지르다보니 배가 고파진다.

밝아진 세상으로 내려간다.


슈퍼한 뷰를 자랑하는 다이닝룸에서 만족스럽게 아침을 먹었다. 토스트 위드 허니 계란후라이 추가에 핫레몬. 아침메뉴 정석이 차려졌다. 이 집에서 내준 꾸덕한 질감의 꿀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고레빠니 슈퍼뷰의 다이닝룸

오늘은 추일레라는 곳까지 가야하는데, 7시간 거리라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일출을 보고 기분이 좋았기에 힘을 내 일곱시 반쯤 롯지를 나선다.

계산을 하는데 어제 점심, 저녁, 오늘 아침, 숙박비까지 해서 5,300루피? 넉넉하게 두명 생활비가 하루 50달러면 된다고 했는데, 두배 나왔네...뭐지...? 여튼 고산병이 오면 입맛이 떨어진다는데, 그럴 걱정은 없겠구만. 이곳에선 사람이 긍정 모드가 되는 것 같다.

걸으며 쉬며 설산을 봅니다
오늘, 개안하는 날인가?

푼힐에서 조금만 더 가면 푼힐 못지않게 멋진 곳이 있다는 후기를 읽은 적이 있다.

아, 그 곳이 여기구나. 데우랄리 패스. 파노라마 대박. 눈이 다 맑아진다.


여기서 설산들의 이름을 디펜드라가 알려줬다.

다울라기리, 루체픽, 니르기리, 안나푸르나퍼스트, 안나푸르나사우스,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세컨드... 그런데 매번 물어봤음. 고통받는 디펜드라...쏴리.


그렇게 마차푸차레를 좌편에 끼고 숲속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데우랄리 마을에 도착한다. 능력자 디펜드라는 마을을 살짝 빗겨간 여유로운 롯지의 식당을 잡았다.

아직 햇빛이 선명하게 내리쬐지만 오후엔 구름이 끼겠지. 배낭에도, 신발에도 햇빛을 흠뻑 받게 둔다.

치킨달밧과 프라이드누들, (당연히) 핫레몬을 주문했다. 여기 채소반찬 리필이요!!!

햇빛받으며 늘어져있는데, 트레커들 여럿이 윗몸일으키기를 하면서 객기를 부린다. 젊어서 조켔다.

디펜드라의 말대로라면, 반탄티라는 마을까지 오르내리막을 반복하다, 쫘악 내리막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디펜드라는 '힘들면 충분히 쉬세요, 천천히 가도 되요' 이랬었는데, 오늘은 계속 '좀더 빨리 갈까요?' 하고 재촉한다. 진짜로 갈 길이 먼 것일까, 아니면 하루이틀 이 누나들 걷는 꼴을 보니 좀 쪼아야겠다고 생각했나?

미안한데 우린 무릎이 많이 늙었어요....흑.


오르락내리락을 지나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우리 분명 4,300미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올라가야 하는데 왜 한없이 내려가는거죠???

ABC 트랙의 특징이라고 하는 오르내리막의 진실.....이런 구간이 몇번이 더 있는지 이때는 몰랐지....ㅠㅠ


다울라기리~ 뚜루뚜뚜루

한가지 정말 아쉬웠던 것- 폰에 네팔 유심을 끼웠는데, 산속에서 통신이 안터진다는 예상못한 변수로 멜X앱이 구동이 안되는 것이다... 폰에 담아간 음악을 하나도 플레이를 할수 없었다.ㅠㅠ 열흘 트레킹 내내 너무너무 음악이 필요했는데...급기야 직접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주로 부른 곡들이다.


*설산가족 (상어가족 곡.)

다울라기리~ 뚜루뚜뚜루 니르기리~ 뚜루뚜뚜루

안나푸르나~ 뚜루뚜뚜루 퍼스트~ 뚜루뚜뚜루

안나푸르나~ 뚜루뚜뚜루 사우스~ 뚜루뚜뚜루

히우출리~ 뚜루뚜뚜루 마차푸차레~ 뚜루뚜뚜루


*ABC인생(백세인생 곡. 주로 계단에서 부름)

37세에~ 저 세상에서~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ABC 못가서~못간다고 전해라~


*곰세마리(다른 트레커들 힘내기용)


*디펜드라와 비스무허리가 알려준 네팔노래.  

레썸삐리리 레썸삐리리~ 레썸삐리리~(무한반복)

도수레 ~~~~도수레~~~~도수레~(무한반복)


추일레 가는 길에 만난 히말라야 원숭이

노래를 부르며 무한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디펜드라가 갑자기 저길 보라고 가리킨다.

와, 하얀 원숭이가 나무 뒤 빼꼼하고 있다.

히말라야 원숭이란다.

근데 포터인 비스무허리가 원숭이 소리를 엄청 잘낸다. 이때부터 그의 별명은 포카라 원숭이가 되었다.ㅋㅋ


또 하나 에피소드- 오르막 계단을 오르기 전에 디펜드라는 우리에게 몇분 걸릴 것이라고 미리 얘기를 해주는데, 시간이 실제로 맞는지 의심스러웠다.(10분 걸린다고 했는데 체감은 한시간인 경우가...) 한 오르막에서 언니가 스톱워치로 재보자고 했다. 디펜드라는 살짝 긴장하더니 신중하게 40분이 걸릴 것이라 했다.

스톱워치를 누르고 우리 속도대로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데, 디펜드라가 안달난 눈치다.ㅋㅋ

다 올라서 확인을 딱 해보는데....헉! 42분. 소오름.....능력자 가이드님, 믿숩니다!! 안까불게요.


와! 추일레다!!!ㅠㅠ

내리막길에 나타난 추일레 레인보우롯지! 한적한 곳에 마당이 넓은 집이 나타났다. 와, 너무 예쁜데?

짐을 풀고 매우 간단한(!) 샤워를 하고 마당에서 저녁식사를 기다린다. 이렇게 멍때리는 시간이 그렇게 좋다. 이런 반복되는 하루에 점점 적응하고 있다.

어두워지고 나서는 난로를 피운 다이닝룸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언니가 디펜드라에게 네팔국기를 그려달라고 하면서 본인 일기장을 채웠다. 어찌나 정성스레 그림을 그리는지. 사악한 한국누나들이 오늘도 열심히 디펜드라를 야근시켰다.

여튼 오늘도 무사히 잠에 듭니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안나푸르나 #ABC #푼힐


2017 히말라야트레킹 이야기

(1) 내가 히말라야를 간다고?

(2) 불타는 설산을 보러, 푼힐

(3) ABC 턱밑까지 왔다

(4) 드디어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5) 오스트레일리안'힐링'캠프


*2018 뚜르드몽블랑 일주 여행기 1편

*2012 까미노데산티아고 순례 여행기 1편

*휴가로 갈만한 걷기여행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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