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다 보니 나 되었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뜬 알림을 끄기 위해 들어갈 뿐 인스타그램을 잘 보지 않는다.
알림을 끄기 위해 들어가더라도 어쩔 수 없이 처음에 뜨는 피드는 볼 수밖에 없다.
어김없이 알림을 끄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들어갔다가 첫 번째로 뜬 피드를 보게 되었다.
결혼 8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남편이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했고
이를 자랑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피드에 사진을 올린 것.
그런데 사진을 보면 여러 가지 선물이 아니라
한 가지 선물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에르메스!
첫 번째 사진만 보면 다른 선물들과 ‘에르메스’는 공평한 듯 보이지만
두 번째 사진부터는 특별 대우받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에르메스’ 매장에서 선물을 사는 모습,
엘리베이터에서 ‘에르메스’ 구매인증 샷을 찍은 모습 등등.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남편이 최고의 남편이라는 걸 자랑하기 위함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날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에르메스라는 걸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보며 문 듯 든 생각은
‘명품을 자랑하는 게 나쁘다는 것’도,
‘저분이 최고의 남편이 아니다’라는 것도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과연 저 선물이 진짜 필요한 선물이었을까?’라는 생각이다.
특별한 날 어떻게 해서든 명품을 선물해 주기 위해
내 주머니 사정에 맞춰 구매할 수 있는 명품을 구매하는 행위,
그냥 에르메스 상자면 되는 듯
에르메스 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분명 평소에 스카프를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에르메스 스카프면 오케이가 된다.
시장에서 산 스카프와 백화점에서 산 스카프의 디자인이 똑같다는 가정하에
만약 검은 봉지에 에르메스 스카프를 넣어 선물해 줬다면,
저렇게까지 좋아했을까? 인스타그램에 선물을 공개했을까?
만약 에르메스 상자 안에 시장에서 산 스카프를 넣어 놨다면
그게 시장에서 산 스카프라는 걸 알 수 있었을까?
만약 시장에서 산 스카프를 검은 봉지에 담아서 선물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마지막 만약의 경우가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면, 최악의 남편으로 올라오지 않았을까?
정말 필요했던 게 명품이었다면 노력해서 그 명품을 사준 남편을 최고의 남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걸 자랑하기 위해 남편이 그걸 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
그 노력했던 모습들을 올리는 게 맞지 않을까?
정말 갖고 싶었던 게 명품이었을까? 명품선물이었을까?
보여주기식 인스타그램, 제대로 보여주기식이 되었으면 한다.
작위적으로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네”가 될 수 있길!
앞으로 명품선물은 개인소장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