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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Mar 20. 2020

전세난민의 깨달음

feat. 일취월장

예측을 불가능성을 이해할 때 최선을 기획하는 것보다 최악을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취월장 초반부에 나오는 얘기이다. 책이 두껍긴 하지만 운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좌지우지하는지도 알고, 예측을 믿을 것이 못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 믿어버리고 말았다. 무슨 얘기냐면 2년전 이사를 올 때 집주인이 얼마나 살게 해 줄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싱글 여주인은 "본인이 이 집에 들어오는 일은 1도 없을 것이라고 , 아기도 없고 하신데 오래 살아주시면 좋죠"라고 하는 말을 믿어버렸다. 그래서 곧 전세 만료일이 다가오는데 차액만 준비하고 있었다. 시세가 높아져서 많이 올린다고 해도 이사를 하는 것이 좀처럼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므로 그냥 맞춰야지 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단다. 본인이 들어와야 하니 7월에 나가 달라고 말이다.



나는 결혼 14년 차인데 5번의 이사를 했다. 그런데 바보같이 매번 주인들의 감언이설에 속는다. 남편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듣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거짓말을 했냐며 배신감을 느끼는 타입이다. 엊그제 읽은 책 [ 냉정한 이타주의자 ]에서도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하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나는 반대로 하고 있다는 말인가!



전세로 살지라도 내가 사는 동안에는 내 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깨끗하게 사용한다. 더군다나 아이가 없는 2인 가구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집보다는 상태가 양호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다른 집을 많이 안 가봐서 객관적 비교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매번 계약할 때는 주인들이 나에게 "평생 사세요 편하게~"라고 말을 하신다. 왜 그럴까? 왜 지키지도 못하는 약속을 하시는 걸까? 난 이런 희망고문이 너무 싫다.



새 아파트에 우리가 첫 번째로 입주를 하면서 기존의 장롱과 에어컨도 처분하고 올 수밖에 없었다. 붙박이 장이 있기도 했고, 장롱이 들어갈 공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천장형 에어컨이 있는데 2+1 에어컨을 갖고 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 헐값에 당근 마켓에 넘겼다. 냉장고는 년수가 꽤 되어 망가져서 버릴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김치냉장고가 옵션으로 있어서 기존에 사용하던 뚜껑식 김치냉장고와 옵션 김치냉장고로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다. 아 그런데 이사를 하면 이 모든 것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어떤 집을 구하느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지지만 장롱과 에어컨과 냉장고까지 큰 살림들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니 더 머리가 아파온다. 



사건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사람일수록 예측 실력은 뛰어났다


집주인도 2년 뒤의 일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부동산 정책이 계속해서 바뀌고 조세제도가 바뀌니 자기도 미안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이 집에 들어올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세금 때문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불확실하다는 것을 디폴트로 두어도 될까 말까 한데 난 왜 매번 집주인들의 말을 믿는 것일까? 사실 예전에는 전세금도 떼일뻔했다. 정치를 하는 집주인이 돈을 다 써서 전세금이 없다고했다. 아무리 깨끗하게 치우고, 사진과 글을 써서 잘 올려도 부채가 많으니 전세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안에도 말도 없이 대출을 추가해서 대출이 어마어마했다) 




전원주택 위아래로 사는데 돈을 안 주겠다고 하는 주인 때문에 정말 괴로웠다. 우리 부부는 거의 한 달을 잠도 잘 못 자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담판을 짓고 겨우겨우 탈출하다시피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고, 그 돈은 다른 곳에서 꿔서 준걸로 알고 있다. 이 주인 분들은 안주인과 바깥주인의 말이 달랐다. 절대 전세금을 올리는 일이 없을거라고 아저씨는 걱정 말라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얄짤없이 올리셨다. 그런데 우리가 이사를 나갈 때가 되어서야 전세금을 올려 받은 사실을 아저씨가 아셨다. 우리 앞에서 그걸로 또 싸우셨다.



예측을 확신하지 마라
예측을 신뢰하지 마라
예측에 의지하지 마라


예측은 예측일 뿐인데 우리는 자꾸만 예측을 믿으며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충분히 2년이 돌아오니 이사할 것을 예상했어야 하는데  내심 ' 아니겠지? 아닐 거야~!'라고 자기 위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데 구해서 이사를 가면 되는 거지만 아무래도 이사를 완료하기까지 나의 손이 가야 할 곳이 너무 많다. 아무리 미니멀이라고 해도 정리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동안 늘어난 짐도 꽤 될 테니 정리를 하려면 꽤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6월말은 시험기간이라 꼼짝없이 바쁜데, 하필 7월에 이사라니.. 그것도 맞는 곳이 구해져야 하는데 적당한 곳이 알맞은 시기에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해도 이렇게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다. 머리로 아는 것과 삶으로 살아내는 것은 정말 다르다. 끊임없이 이사를 다니는 삶이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다. 서울살이의 고단함이 느껴지면서, 조만간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해서 당근 마켓에 내놓고, 버리는 등 대대적인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를 해야 정리가 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하나하나 내 손이 닿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운것도 사실이다. 눈 뜨자마자 책 보고, 글 쓰고, 강의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순삭인데 부동산을 돌아다녀야 하고, 물건들을 정리해야 하고, 자잘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한가득이라니. 어휴... 이 닥친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 일취월장의 남은 부분을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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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AL 5기 한달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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