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에이브러햄 링컨
15개월 전이었다면 나는 벽돌 책을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벽돌책이 두렵지 않다. 꾸준히 독서를 한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어쨌거나 환경설정으로 몇 번 벽돌 책을 깨보니 뭐 별거 아니었다. 우리는 해보지도 않은 채 겁부터 먹기 쉬운데 그냥 일반 책보다 시간만 조금 더 잡으면 되니 겁먹지 말고 당장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사실 벽돌 책보다 더 무서운 책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책이다. 재미만 있다면 얼마든지 벽돌 책을 환영하는 바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400268
4명의 대통령이 등장하는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뭔가 마음속에 꿈틀꿈틀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셨을 것이다. 코로나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경제 부문까지 영향이 미쳐서 정말 혼란스러운 시간을 걷고 있는데, 책으로써 위안과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흡입력이 좋아서 몰아서 다 읽고 싶었지만 공부와 병행하고 있다 보니 일주일에 걸쳐서 조금씩 읽었다. 인강을 듣고 나서 저녁에 한 챕터를 읽게 해 주는 식으로 나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주며 즐겁게 읽었고, 어떻게 서평을 풀어갈까 하다가 인물별로 나눠서 한번 써보고자 한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40942&docId=1090054&categoryId=34318 역사에 문외한이라서 16대 대통령이라는 것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위인전 중에 분명히 있었을텐데 별로 기억이 나는 것이 없다. 이렇게 대단한 분에 대해 너무 늦게 알게 되어 약간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고, 아이들이 읽는 링컨 동화책에서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서점에 가면 한번 찾아볼 생각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링컨은 9살에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그 이후에는 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다. 배움이 짧은 아버지 밑에서 죽어라 밭일을 해야 했기에 아버지 앞에서는 마음대로 책조차 읽지도 못했지만 이 모든 환경을 뛰어넘는 끈기와 확실한 소명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가난과 볼품없는 외모, 그리고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한 것이 콤플렉스로 작용해서 스스로를 괴롭힐 수도 있겠지만 링컨은 이 모든 것을 이겨낼 만한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었다.
링컨의 MBTI는 INFP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이다) 이상주의자로써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열정적이며, 자신만의 세계관이 뚜렷한 유형으로써 소위 지구를 구하는 잔다르크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 창의력과 독창성과 예술가적인 특성도 뛰어나고, 사교적이면서도 신중한 유형이다. 다소 감정 기복이 있고, 동정심으로 결혼을 주의해야 하는 유형 중 하나인데 파혼했다는 부분에서 깜짝 놀라긴 했다.
MBTI 외에도 디퍼런스를 추측해보자면 누구보다 논리적이고 지적인 탐구를 좋아하며 가르치기를 좋아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뇌인이다.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말을 잘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이고, 여러 사람들과 일하기를 좋아하고, 시련을 잘 견디며 설득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설인의 특성도 보인다. 옳고 그름이 중요하며 도덕적인 수준이 높고, 가치와 의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목인의 특성 또한 보인다.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디퍼런스 상담의 개념이므로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은 그냥 패스해도 좋다)
외향형의 사람들이 리더십이 뛰어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내향형중에서도 말하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 무조건 외향형이 말이 많고, 내향형이 말이 없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사실상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향형들은 목소리와 행동이 크기 때문에 눈에 조금 더 띄는 것일 뿐 [ 콰이어트 ] 책을 읽어 본 분들 아시겠지만 의외로 내향형의 리더들이 더 많다. 링컨은 완전히 내향형이 아니라 내향+외향형인 복합적인 성향으로써 자신이 잘 아는 부분, 혹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칠 때는 외향의 모습이 많이 나왔을 것이다. 복합형은 양쪽의 모습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양쪽의 성향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세심한 면이 있기 때문에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향도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세심한 면이 있었기에 병사들의 욕구를 이해할 수 있었고, 주변 사람들의 니즈를 제대로 이해했기에 주변에 사람도 많았고, 리더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링컨은 아주 인간적인 모습이 매력적이다. 군림하는 리더들과는 전혀 다르게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고, 겸손하고, 그 누구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했으며, 잘못한 게 있으면 바로 인정하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다. 게다가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상당히 높아서 자신의 약점을 굳이 변명하거나 숨기려 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신하려고 하지 않고 솔직하게 오픈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링컨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많은 사람을 끌어당겼을 것으로 보인다.
리더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거나, 마음을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링컨은 급하지 않았고, 유심히 관찰하면서 지혜롭게 문제에 접근했다. 아주 능숙한 사냥꾼이 떠올랐다. 섣불리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고, 아주 조심히 접근하고, 사냥하려고 하는 동물의 습성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사냥감에 맞게 작전을 짜는 아주 노련한 사냥꾼 말이다. 상대방의 생각이 무엇인지, 상대방의 니즈가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했을 뿐 아니라 글과 말로 설득하는데 이것이 협박이나 강압이 아닌 친절한 설득인 것이다.
요즘 시대로 말하면 거의 1타 강사나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서 의욕이 없는 어떤 학생을 앉혀놔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소명을 깨닫게 해 주고, 어떻게 하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지 심리를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성적이 낮은 원인을 파악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작전도 다 짜줄 수 있는 실력 있는 1타 강사로써 딱 적합한 유형이 링컨이다. 이런 유형은 분명 자신만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링컨에 대한 다른 책을 찾아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자신의 분신 같은 사람들을 키웠으리라고 짐작이 된다. 왜냐면 이 유형의 사람들은 배움의 욕구가 상당하기에 자기가 아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고, 계속해서 잘 따라오는 사람을 자신처럼 만들고 싶어서 리더로서 충분히 끌어줬을 것이다.
링컨은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유형중 하나이다.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침에 말을 타고 혼자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우울증이 종종 링컨을 괴롭히긴 했지만, 다소 예술적인 면이 뛰어나고 무디지 않고 민감한 성향에서 종종 목격되는 면이기도 하다. 양날의 검이기에 우울증이 완전히 없는 사람은 세밀한 관찰이 어렵다고 봐도 무방하다. 종교의 힘과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로 컨트롤을 했겠지만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비교적 화를 잘 다스리며 냉정함을 잘 유지한 것도 훌륭한 점이다. 화가 났을 때 즉시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편지를 쓰되, 절대 그 편지는 붙이지 않음으로써 지혜롭게 스스로를 관리한 부분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소통과 공감이 절실히 필요한 이 시대에 링컨과 같은 리더가 돌아온다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것 같다. 상황이 변하지 않더라도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리더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이 녹는데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경청해준 링컨의 리더십은 정말 본받아야 할 점이다. 노예해방을 위해 애썼지만 결과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신 게 아쉽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존경하고 있으니 하늘나라에서 흐뭇해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옳은 가치를 위해 타협하지는 않되 지혜롭게 설득하고, 조율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되도록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결과를 이끌어 내는 지혜로운 리더 링컨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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