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냉정한 이타주의자
씽큐베이션 3기에 이어 씽큐베이션 4기 부그룹장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재독을 하는 책들이 꽤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롭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고작 2번 읽어놓고 뭘 더 바라겠는가. 더 읽자. 더 후벼 파자. 책의 내용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읽고,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거나 나의 실생활에서 써먹어야 오래 기억된다. 오늘도 분명히 서평까지 썼었던 책인데도 새롭게 다가오는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바탕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36884438
나는 에너지를 아끼려고 꽤나 노력하는 주부이다. TV도 없고, 전기밥솥도 없으므로 전기가 그렇게 많이 사용될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쓰지 않는 콘센트는 꺼두는 편이고 (새 아파트라서 코드를 뽑는 것이 아니라 버튼을 누르면 될 뿐만 아니라 핸드폰 어플로도 OFF가 가능하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전등을 끄고, 물도 최대한 적은양으로 설거지와 샤워를 해결하려고 하고, 보일러는 정말 추울 때나 틀 정도로 공과금을 아끼기 위해 애쓴다. 덕분에 탄소포인트제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https://cpoint.or.kr/ (탄소포인트는 현금으로도 환급 가능하다) 아파트의 공용전기료가 우리 집보다 높은 것을 보면 뒷골이 당기긴 하지만, 다른 가정에 비해 에너지는 1/2 이상으로 절약하는 것 같다. 물론 2인 가구인 데다가 미니멀하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장 보러 갈 때도 항상 장바구니를 들고 다녔고, 썼던 비닐은 휴지통에 한번 더 씌워서 그냥 버려지는 비닐이 없도록 신경 썼었는데, 그렇게 전기를 열심히 아낀 것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물론 아예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은지 따져 보자는 것이다. 효과가 있긴 있지만 미비한 것과 효과가 높은 것을 구분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인데, 이래서 책을 계속해서 읽어야 하는구나를 또 한 번 깨달았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실행하고 있는 것들이 최고인 줄 알고 매몰되어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과금을 아끼고 장바구니를 챙기고 비닐을 아꼈지만, 고기를 주 5일 먹는다면 탄소발자국을 줄였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의도로 했을지라도 그것이 나쁜 결과를 낳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것을 방지하고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으려면 따뜻한 가슴에 차가운 머리를 결합시켜야 하는데 마음만 앞서면 무턱대고 행동을 함으로써 득이 아닌 실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우리는 다시 한번 마음은 따뜻하게 유지하되 냉철하게 생각하고, 고려해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시간과 돈과 에너지는 제한되어 있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누구를 도울 건지? 어떻게 도울 건지? 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 사람을 돕고 저 사람을 돕지 못하는 게 마음이 아파서 결정을 못하고 아무도 돕지 못한다면 이것은 최악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를 항상 고려해야 하고, 또한 남을 도울 때 돈을 '잘' 쓰는 것과 '가장 잘' 쓰는 것의 차이는 아주 크기 때문에 체크하고 또 더블 체크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효율성이 높은 일에 주목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뉴스에서 언급되는 사건에 쉽게 마음을 빼앗길 뿐 아니라, 연예인이 어디에 기부했다고 하면 무조건적으로 집중하는 쏠림현상이 심하고, 이성보다는 감정에 요동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냉정한 이타주의자가 되기 위한 훈련은 계속 그리고 반복적으로 지속해야 그나마 가능해질 것 같다.
공정무역이면 약간 믿고 사는 경향이 있었다. 뭔가 소비를 하면서도 착한 소비를 한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시 한번 말한다.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가난한 나라의 빈곤층에 수익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실제 농부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뭔가 공. 정. 무. 역이라고 쓰여있기만 해도 신뢰가 갔었던 것이 사실인데, 우리는 이것의 효과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착각에 빠져서 소비를 한 것이다. 부유한 나라의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차라리 최빈국의 비 공정무역 상품을 더 효율적일 수 있다니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다. 소비자로서 제대로 소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똑똑해져야 할 것 같다.
노동착취 공장 얘기는 또 어떤가? 저임금 노동 착취 공장은 선진국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 열악한 작업장이란 이유로 많은 단체들이 불매 운동을 벌였는데 그 결과가 정말 놀랍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노동착취 공장이 좋은 일자리인데 여기가 문이 닫힘으로써 일자리를 잃게 되고 대안이 없으니 또다시 빈곤층의 삶은 더 궁핍 해진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불매운동이란 말인가? 노동착취는 당연히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불매운동은 전혀 해결책이 아니므로 공정한 근로기준을 적용하도록 요구를 하거나 공장의 관리를 더욱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알면 상대방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의 저주에도 자주 빠지기도 하고, 운 때문에 잘 된 것인데 실력이라고 착각하기도 하며,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여기며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점점 더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편한 것만 찾는 욕구들에게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더욱더 올바르게 배워야 한다. 더욱더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잘못된 것들이 있다면 고치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감정만 앞서서 무조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 에너지, 재정이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더 체크해볼 수 있는 냉정한 이타주의자로 거듭나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또한 많은 리더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애쓰는 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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