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일.

사...실, 아니지 1

by 나길


6시 20분, 라디오의 볼륨이 나를 깨웠다.

볼륨이 너무 작은 데다 알아듣기도 힘든 영어의 대화가 거슬려 일어났다. 상쾌한 아침을 맞으려다 되려 이불킥! 만 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므로 성공은 어찌한 샘이다.

눈물샘이 고장나 빡빡한 눈을 비비지 않으려 눈을 찡그리며 슬리퍼를 찾았다. 발끝으로 아무리 돌려봐도 슬리퍼가 닿지 않아서 차가운 바닥을 최소한 밟으려고 발 끝을 새워 통통 뛰어 화장실로 가려 했다. 겨울 한가운데, 얼음판 같았다. 이미 균형이 깨어져버린 내 몸은 기분 나쁜 땀에 젖은채 아침마다 날 일으켰고 발가락 사이로 새어 나온 그것이 얼음판에 모두를 붙였다. 한 걸음만 더 밟았다간 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깨어질 살얼음 사이로 비친 것이 유리몸이라서... 떨어져 나갈까 깨어질까, 한 걸음으로 뛰어올라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할 것 없는 일상이 이상하다. 화장실에서 따뜻한 오줌을 비워내는 순간도 아쉬웠다. 몸속 온도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느낌이, 가진 것 없는 내가 몸뚱이 하나에 뭐가 되었든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싫었다. 뭐든, 내 것을 가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나는 그런 욕심쟁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아니 욕심을 부릴만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는 게 맞겠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몰랐거나, 모르는 척했거나, 그 정도는 가진 게 아니라고 기준을 내게 매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진 게 왜 없다고 생각했나 모르겠다. 그렇게 많았는데 말이다.




차 안에 놓여있는 게 나인지, 짐인지 모르겠다.


그가 옮기고 있는 게 짐인지 미련 묻은 내 마음인지도...


여기는 다시 올 일이 없고 고개도 돌리지 말아야지 했다. 여행으로도 누군가 일을 부탁해도 절대! 이곳은 한국의 지도에서 사라진 것처럼 생각하고 살자 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넓고 내 마음이 가질 수 없는 여유를 품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 안에 숨어있다. 누군가 어울리지 않는 나를 찾아서 죽일 것 같은 공포가 스민다.

나를 여기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온 그가 한없이 밉고 싫다. 들어오는 차량들이 주차할 때마다, 그들의 집 사정이 궁금해진다. 저들은 어찌해서 저렇게 저 자리 주인인 듯 부드럽게 정지턱까지 끽 소리 하나 없이 주차를 하고 하나 같이 차에서 내려 멀찍이 떨어져서 보란 듯이 익숙한 손짓으로 문을 잠글까. 너무 짜증이 났다. 그 흔한 '삐빅' 소리하나 울리지않고 닫히는 소리가 거슬리지 않아서...


그는 한 두어 번 왔다 갔다 하더니, 운전석에 타고서는 나를 흘깃 보고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나는... 상상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또 어떨까...' 같은.

내가 처음으로 살고 싶었던 이 50평 아파트, 처음으로 인테리어라는 걸 관심 가지고 몇 달 동안 공사하는 곳의 먼지를 마시고 있는데도 웃음을 숨길 수 없었던 첫 입주 아파트, 하자 체크하러 오는 기사님들이 '이렇게 예쁘게 인테리어 되어있는 집 못봤어요. 인테리어 소개 하는 집보다 예쁘다!' 라며 부러워하는 그 눈을 보며 귀를 세우던 내 흑심. 넓은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대해 얘기하던 내 입술, 그 오만한 입술을 지우고 싶었다. 립스틱을 지우듯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앞으로의 우리의 삶이 평탄하지 않더라도 이 집 하나 만큼은 지키는 게 아무 문제없을 거라는 당연함을 품던 나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내 옆에 있던 그도 기억해 내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내 옆에 운전을 하고 어쭙잖은 말을 걸어오고 있는 그를, 그 집에 있던 그와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주차장 입구가 끝도없이 가늘어져서 계속 따라왔다. 나는 그 실 같은 그림자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앞으로 향해있는 내 얼굴에서 눈을 떼어 뒤로 던졌다.


내 눈은 어디에 멈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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