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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May 05. 2024

튤립 좋아해?

수줍은 소년의 고백


노랑 튤립으로 마음을 전하는 소년



튤립이 피어나는 어떤 집 앞을 지날 때

17살쯤 된 소녀가 발걸음을 멈춥니다

아, 튤립!

소녀는 쪼그리고 앉아 꽃을 봅니다


튤립 좋아해?

19살쯤 된 소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노랑 튤립!


소녀는 꽃을 보고

소년은 꽃인양 소녀를 바라봅니다


소녀가 일어나며 고개를 돌려

튤립을 한 번 더 바라봅니다

안녕? 또 보자!


소곤소곤 걷는 길에

소년과 소녀의 청초한 이야기가

하나둘 은방울 꽃처럼 피어납니다


다리 아프지?

여기 좀 앉아 있어 봐

아이스크림 사 올게


소년이 날쌔게 뛰어가고

소녀는 벤치에 살포시 앉아

소년을 기다리다가


풀밭에서 노니는

횡금빛 새끼 고양이

세 마리

소녀는 다가가

쓰다듬어 줍니다


저기, 소년이 옵니다

얼굴엔 송골송골 땀방울

싱글벙글 웃음꽃

온통

발그레합니다


자, 이거 너 주려고!


한 손엔 딸기 아이스크림

한 손엔 노랑 튤립 한송이


나란히 앉은 벤치 아래

수줍은 소년의 고백이

한송이 튤립으로 피어나는 봄


소녀가 한송이 피어나고

소년이 또 한송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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