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5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기, 냄새 (feat. 아찔)

by 수우 Dec 02. 2024

내가 상상했던 아기의 냄새는 달하고 고소하다. 아기의 입 근처 코를 다 들이다.


달큰한 분유냄새를 맡으며 고단한 육아를 잠시 잊고 아기의 사랑스러움에 취한다.


`행복해'


아기의 머리카락은 얇고 부드러워 민들레 홀씨를 연상케 한다.


가벼운 머리카락은 하루가 다르게 길어져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기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면 부드러움에 행복감이 밀려온다.


'보송보송해'


자 여기까지!

상상에서 빠져나온다. 위 내용은 현실에 상상을 더한 것이다.


내 조카 호의 입에서는 달큰한 향이 나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보니, 달큰하지 않은 분유를 먹기 때문이란다.


호는 신생아시절 변비로 아주 고생을 했다.

아기는 응가할 때 똥꼬에 힘주는 법을 모른고 했다. 작은 아기가 원활하지 않은 배변활동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장면을 딱 한번 보았는데,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얼굴은  고구마를 연상케 했고, 가녀린 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매미소리처럼 정확하게 응. 애소리를 내며 우는 호의 고통을 우린 대신할 수 없었다. 안타까움에 어른들 돌어가며 아기의 배를 연신 마사지했다.


아기 변비는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다.


아기마다 맞는 분유가 있는듯하다. 호는 달큰하지는 않지만 비싸기는 한 외국 분유를 먹는다.


후기가 좋았다고 한다.


 초보엄마는 기 엄마들의 말을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물론 이 분유의 단점은 분명 존재한다. 갑자기 분유 떨어지면 큰일 남. 그리고 가격이 단점이다. 할인할 때 한 달 치를 쟁여놓는다고 한다.  아기의 쾌변을 위해서라면 선뜻 지갑이 열리는듯하다.  대신 호의 아빠 배달음식을 줄였고, 호의 엄마는 쇼핑을 줄였다.


아기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조차 어른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기 머리카락도 감기지 않으면 땀에 뭉치기도 한다.  


아기와 함께 지내며 깔끔하기 위해선 무척 부지런해야 한다. 아기가 낮잠 잘 땐 언제 깰지 몰라 샤워하기가 어렵다. 밤잠을 잔 이후 씻기는 하지만 젖병세척, 빨래, 장난감정리 등등 밀린 살림을 하다 보면 녹초가 되어버린다.


호의 엄마는 깔끔한 사람이었고,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었다..이었다.. 지금은 누가 잡아 뜯는 것처럼 빠져대는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가끔아기에게 머리채를 잡혀 더 엉망이 되기도 한다. 어깨는 아기 침과 로 얼룩져 있을 때가 많다.


 그녀의 신체부위 중 가장 깨끗한 부위는 손이.  아기 만지기  손 씻기고 필수니까.


향수를 뿌리고, 핸드크림을 달고 살던 동생에게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언니 일로와 봐


어느 날 호의 엄마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호의 손을 가리키묘 냄새를 맡아보란다.

호의 귀여운 알감자 주먹. 꼭 쥐고 있는 손이 얼마나 귀엽던지.


`?`


흠칫하고 놀라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찔한 냄새.  아기 손이서 이런 냄새가 난다고?


기절초풍이다.


손을 꼭 쥔 채 주먹을 입에 넣기 시작한 아기의 손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고소한 쉰내가 난다. 아침마다 손을 닦아주는데 가끔은 코를 가까이 대고 킁킁거린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코를 들이밀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다. 어느 날 시큼한 냄새가 좋아져 버렸다? 아기 주먹냄새에 중독버렸다.


호는 천사다. 천사였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호에게서 사람냄새가 난다. 오늘도 여전히 호는 사랑스러우며, 호의 엄마는 진짜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이전 03화 아기엄마 관찰일지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