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년 5월 22일, 프라하
블타바 강 위로 새벽안개가 갓 걷힌 프라하의 아침은 기만적인 평온함으로 가득했다. 카를교의 석상들은 수백 년 묵은 침묵 속에서 이제 막 동터오는 하늘을 이고 있었고, 강 건너 흐라드차니 언덕 위로 솟아오른 성 비투스 대성당의 첨탑은 도시의 영혼처럼 고고했다. 마치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 도시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분쟁과도 무관하다는 듯, 스스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요한 풍경 아래, 도시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공기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석탄 연기와 마른 먼지 냄새에 섞여, 이제는 누구도 숨길 수 없는 분노와 불안의 향취가 짙게 배어 있었다.
야쿠프는 말라 스트라나 지구의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는 개신교 귀족인 콜로나 폰 펠스 백작의 젊은 서기였다. 그의 손에는 주인이 오늘 아침 카롤리눔에서 열릴 개신교도 의회에 가져갈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양피지에 적힌 것은 단순한 회의 안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끓어오르는 불만과 최후통첩의 언어들이었다.
골목을 돌자 작은 광장이 나왔고, 빵집 앞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소곤거림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단어들은 칼날처럼 야쿠프의 귀를 파고들었다.
“브루모프의 교회 문을 닫아버렸다더군. 신성한 예배당에 자물쇠를 채우고 못질까지 했다지.”
“흐롭의 교회는 아예 허물어버렸다는 소문도 있소. 주님의 집을… 이교도의 사원이라도 되는 양.”
한 사내가 분통을 터뜨리며 주먹으로 제 가슴을 쳤다. 그들은 모두 보헤미아의 개신교도, ‘형제단’의 후예들이었다. 그들에게 교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신앙이자 정체성이었고, 선대 황제 루돌프 2세가 ‘폐하의 서신(Majestätsbrief)’으로 직접 보장해준 신성한 권리였다.
“황제 폐하의 약조를 헌신짝처럼 버리는군. 빈에 앉아있는 마티아스 황제는 허수아비일 뿐이야. 모든 것은 그의 사촌, 슈타이어마르크의 페르디난트 놈의 짓이지.”
페르디난트. 그 이름이 나오자 공기는 더욱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예수회의 칼날 위에서 자라난 남자. 자신의 영지에서 개신교도를 모조리 추방하며 신앙의 순수성을 증명했다고 자부하는 남자. 그리고 이제 늙고 자식 없는 마티아스 황제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계자. 보헤미아의 개신교도들에게 페르디난트는 단순한 가톨릭 군주가 아니었다. 그는 종말의 기수이자,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갈 약탈자였다.
야쿠프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의 눈에 깃든 공포와 분노가 자신에게 옮겨붙는 것만 같았다. 그는 교육받은 사람이었고, 역사를 알았다. 200년 전, 이 땅에서 얀 후스가 화형당했을 때 보헤미아는 어떻게 타올랐던가. 후스 전쟁의 기억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이 땅의 돌멩이 하나하나에 새겨진 경고문이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인가?’
카롤리눔에 도착했을 때, 회의장은 이미 수백 명의 귀족과 기사, 도시 대표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복장은 화려했지만,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공기 중에는 값비싼 향수 냄새와 함께 무기고의 강철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몇몇은 허리에 긴 검을 차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망토 아래 권총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회의가 아니었다. 전쟁 회의였다.
야쿠프는 주인의 곁에 조용히 서서 역사가 기록될 양피지를 펼쳤다.
단상에 오른 이는 인드르지히 마티아스 투른 백작이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강인한 턱선을 가진 그는 개신교 귀족 연맹의 수장이자, 합스부르크의 압제에 맞서는 보헤미아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거대한 회의장을 장악하는 힘이 있었다.
“형제들이여, 보헤미아의 자유인들이여! 우리는 오늘 신성한 약속이 어떻게 더럽혀지는지를 논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루돌프 폐하께서 우리에게 하사하신 ‘폐하의 서신’은 이제 황제의 대리인들 손에 휴지 조각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교회는 파괴되고, 우리의 형제들은 탄압받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장내에서 분노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투른 백작은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우리는 황제 폐하께 수차례 탄원서를 올렸소.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해달라고,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돌아온 답이 무엇이었소?”
투른 백작이 옆에 선 서기에게 고갯짓하자, 서기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제 도착한 황제의 칙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간결하고 오만했다. ‘개신교도 의회의 소집은 불법이며, 황제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즉시 해산하지 않으면 반역으로 간주할 것이다.’
“반역!”
한 젊은 귀족이 검자루를 움켜쥐며 외쳤다.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반역이란 말인가! 이것은 보헤미아 왕국 전체에 대한 모욕이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러워졌다. 온건파 귀족 몇몇이 신중론을 펼쳤다.
“백작, 흥분을 가라앉히시오. 상대는 신성 로마 제국 황제요. 우리가 군사적으로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오.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하오.”
그러자 투른 백작의 곁에 서 있던 바츨라프 루프레흐트 폰 루파가 코웃음을 쳤다.
“외교라? 뱀의 혓바닥을 가진 자들과 무슨 외교를 한단 말이오! 그들은 시간을 벌며 우리의 목에 죌 교수형 밧줄을 꼬고 있을 뿐이오. 빈의 황제는 늙고 병들었소. 진짜 적은 프라하 성에 있소. 황제의 눈과 귀를 막고, 페르디난트의 사악한 의지를 이 땅에 집행하는 자들!”
그의 시선이 흐라드차니 언덕을 향했다. 그곳에는 황제의 섭정으로 파견된 두 명의 가톨릭 강경파, 빌렘 슬라바타와 야로슬라프 보르지타 폰 마르티니츠가 있었다. 그들은 보헤미아 출신이었지만, 보헤미아의 영혼을 합스부르크의 제단에 바친 자들이었다. 개신교도들에게 그들은 배신자이자,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
투른 백작이 다시 단상 앞으로 나섰다. 그의 눈빛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렇소. 뱀의 머리를 치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소. 내일 아침, 우리는 모두 무장하고 흐라드차니로 갈 것이오. 황제의 칙서를 전한 그 배신자들에게 직접 물을 것이오. 누구의 명으로 우리의 신앙을 짓밟고, 보헤미아의 자유를 능멸하는지를!”
그의 선언에 온건파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거대한 함성이 카롤리눔의 천장을 뒤흔들었다. 야쿠프는 주인의 명에 따라 투른 백작의 연설을 속기하면서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잉크가 양피지 위로 번졌다. 그는 지금 단순한 글자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거대한 폭풍의 첫 번째 바람을 기록하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귀족들은 삼삼오오 흩어지며 내일의 거사를 준비했다. 야쿠프는 펠스 백작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지만, 그의 눈에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화약고처럼 보였다. 작은 불씨 하나면 모든 것이 터져버릴 듯 위태로웠다.
펠스 백작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두려운가, 야쿠프?”
“솔직히 그렇습니다, 나리. 마치 절벽 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분입니다.”
“때로는 절벽 끝에서야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법이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합스부르크의 발밑에서 기어 다녔다. 이제는 날아오르거나, 아니면 전부 함께 떨어지는 수밖에 없다.”
백작의 말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야쿠프는 생각했다. 날개가 없는 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이 거대한 싸움에 휘말린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 빵집 앞에서 분노하던 시민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들의 운명은 귀족들의 담대한 결의안에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날 밤, 프라하는 잠들지 못했다. 개신교도들은 교회에 모여 철야 기도를 올렸고, 귀족들의 저택에서는 무기를 손질하는 소리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흐라드차니 성의 가톨릭 대리인들은 성벽의 경비를 강화하며, 반역자들의 어리석은 객기를 비웃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딛고 선 땅이 얼마나 깊은 분노의 마그마 위에 떠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1618년 5월 23일, 흐라드차니 성
아침이 밝자, 역사의 수레바퀴는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시가 광장에서 출발한 행렬은 하나의 거대한 강철 뱀과 같았다. 투른 백작과 루파를 선두로, 약 200명에 달하는 개신교 귀족과 기사들이 말을 타거나 걸어서 흐라드차니로 향했다. 그들의 갑옷은 아침 햇살에 번쩍였고, 허리에 찬 검들은 절그렁거리며 결의를 노래했다. 그들 뒤로는 수천 명의 프라하 시민들이 따랐다. 야쿠프 역시 인파에 섞여 있었다. 그는 역사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주인의 명을 받았지만, 심장은 갈비뼈를 부술 듯이 뛰고 있었다.
행렬이 카를교를 건널 때, 다리 양옆의 성인 석상들은 마치 다가올 유혈 사태를 예감한 듯 침통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시민들은 침묵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거나, 성호를 그었다. 지지와 공포가 뒤섞인 기묘한 분위기였다.
흐라드차니 언덕을 오르는 길은 가팔랐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성문 앞에 다다랐을 때, 경비병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길을 열어주었다. 보헤미아의 귀족 의회가 무장한 채 성을 방문하는 것은 그들의 정당한 권리였기에, 막을 명분이 없었다.
성 안뜰을 지나, 그들의 목적지인 수상 관저(Chancellery)에 도착했다. 육중한 문이 열리고, 투른 백작을 필두로 한 지도부가 안으로 들어갔다. 야쿠프를 포함한 일부 수행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
수상 집무실은 넓었지만, 갑옷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서자 금세 비좁게 느껴졌다. 방 안에는 네 명의 황제 대리인이 앉아 있었다. 그들 중에는 온건파인 아담 폰 슈테른베르크도 있었지만, 개신교 귀족들의 시선은 오직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야로슬라프 폰 마르티니츠와 빌렘 슬라바타.
마르티니츠는 기름한 얼굴에 오만한 미소를 띤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슬라바타는 육중한 몸집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이 무장한 방문객들에 대한 경멸이 서려 있었다.
투른 백작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강철처럼 차가웠다.
“황제의 이름으로 보헤미아를 다스리는 대리인들에게 묻겠다. 브루모프와 흐롭의 교회를 파괴하라고 명령한 자가 누구인가?”
마르티니츠가 비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그대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오, 백작. 이교도들의 불법적인 집회 장소를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뿐.”
“이교도?” 루파가 앞으로 나서며 으르렁거렸다. “황제께서 ‘폐하의 서신’으로 보장한 우리의 신앙이 이교란 말이냐! 그렇다면 너희는 황제의 명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반역자들이다!”
슬라바타가 육중한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입 조심하시오! 우리가 집행하는 것은 현 황제이신 마티아스 폐하의 뜻이다! 선대 황제의 칙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리고 곧 왕위를 이으실 페르디난트 대공의 의지이기도 하지!”
그 말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폐하의 서신’을 부정하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페르디난트의 이름을 들먹인 순간, 협상의 여지는 사라졌다. 방 안의 공기가 폭발 직전까지 팽팽해졌다.
투른 백작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의 손이 허리의 검자루 위로 올라갔다.
“그렇다면 너희가 보헤미아 개신교도 전체의 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군. 황제께 보내는 우리의 탄원서를 가로막고, 거짓을 고해 이 모든 사태를 만든 것도 너희들이지?”
“우리는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할 뿐이다.” 마르티니츠는 여전히 오만함을 잃지 않았다. “너희 같은 반역자 무리의 협박에 굴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반역자라…” 투른 백작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는 천천히 방을 둘러보며 동료 귀족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들의 눈에는 이제 결단만이 남아 있었다.
“좋다. 그렇다면 보헤미아의 오랜 전통에 따라, 이 나라를 배신한 자들에게 합당한 심판을 내리겠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알브레흐트 폰 스미르지츠키를 포함한 몇몇 급진파 귀족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창밖으로!”
“고대 로마식으로 처형하라!”
순식간에 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야쿠프는 벽 쪽으로 물러서며 눈을 크게 떴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 한 시대가 그의 눈앞에서 찢겨나가고 있었다.
귀족들이 먼저 마르티니츠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건장한 사내들의 손에 맥없이 붙들렸다.
“예수! 마리아!” 그는 필사적으로 외치며 끌려갔다. 귀족들은 그를 창가로 몰아붙였다. 창문이 거칠게 열리고, 프라하의 풍경이 액자처럼 펼쳐졌다. 성벽 아래는 아득한 낭떠러지였다.
“이 반역자 놈들! 신께서 너희를 심판하실 것이다!” 마르티니츠가 발버둥치며 악을 썼다.
“닥쳐라! 신의 곁으로 먼저 가서 우리를 위해 기도나 하시지!”
한 귀족이 외치며 그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다른 이들이 그의 상체를 밀었다. 순간, 마르티니츠의 몸이 허공으로 떴다. 검은 옷을 입은 그의 형체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잠시 점처럼 보이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방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가늠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미 수레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되돌릴 수 없었다.
다음은 슬라바타였다. 그는 마르티니츠보다 훨씬 격렬하게 저항했다. 육중한 몸으로 버티며 가구들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의 저항도 오래가지 못했다. 수적 열세 앞에 그는 결국 창가로 끌려갔다.
“나는… 나는 무고하다!” 그는 창틀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귀족 중 하나가 단검의 손잡이로 그의 손등을 내리쳤다. “악!”하는 비명과 함께, 슬라바타의 몸도 창밖으로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의 비서였던 필리프 파브리키우스였다. 그는 겁에 질려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귀족도, 정책 결정자도 아니었다. 그저 불운한 직장인이었을 뿐이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한 귀족이 그를 불쌍하다는 듯 쳐다봤다. 하지만 다른 이가 차갑게 말했다.
“네놈의 주인들이 저승에서 외로울 것이다. 가서 시중이나 들거라.”
파브리키우스는 거의 저항 없이 끌려가 창밖으로 던져졌다.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세 명의 남자가 15미터 아래로 던져졌다. 3층 높이였다. 누구도 그들이 살았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방 안을 채운 것은 거친 숨소리와 피어오르는 먼지,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이 남긴 묵직한 침묵뿐이었다.
투른 백작이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잠시 후, 그가 몸을 돌려 방 안의 귀족들을 향해 선언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는 황제에게 반역자가 되었지만, 보헤미아에게는 자유의 수호자가 되었다. 지금 즉시 임시 정부를 구성하고, 흐라드차니를 장악한다. 전 유럽에 우리의 봉기를 알리고, 동맹을 구해야 한다!”
그의 말에 모두가 정신을 차린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창밖을 살피던 한 젊은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맙소사… 저들을 보시오! 살아있소!”
모두가 창가로 몰려들었다. 야쿠프도 그 틈에 끼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성벽 아래,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물이 쌓여 있던 경사면에 세 남자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르티니츠는 어깨를 붙잡고 신음했고, 슬라바타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기어가려 했다. 파브리키우스는 기적적으로 거의 다치지 않은 듯 허둥지둥 일어나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방 안에 있던 귀족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저… 저럴 수가!”
“악마의 가호를 받은 놈들이다!”
몇몇은 서둘러 권총을 꺼내 그들을 향해 쏘았다. 하지만 거리가 멀고 손이 떨려 총알은 빗나갔다. 세 남자는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비틀거리며 근처의 롭코비츠 궁으로 사라졌다.
기적이었다. 가톨릭 교도들은 훗날 천사가 그들을 부드럽게 받아주었다고 말할 것이고, 개신교도들은 그들이 떨어진 곳이 악마의 오물 구덩이였기에 살아남았다고 비웃을 터였다.
하지만 그 순간, 야쿠프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단 하나였다.
‘신은 어느 편인가?’
신이 그들을 살렸다면, 이 봉기는 신의 뜻에 반하는 것인가? 아니면 신이 이 끔찍한 사건을 통해 더 큰 전쟁의 불씨를 살려두기로 작정한 것인가?
투른 백작은 잠시 흔들리는 동료들을 향해 다시 한번 소리쳤다.
“흔들리지 마라! 그들의 목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행동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제 낡은 질서의 창문 밖으로 낡은 시대를 던져버렸다. 새로운 시대는 우리의 손으로 열어야 한다!”
그의 외침이 다시 귀족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성의 주요 거점을 장악하고, 임시 정부 수립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야쿠프는 떨리는 손으로 양피지에 마지막 문장을 기록했다.
‘1618년 5월 23일, 세 명의 남자가 흐라드차니 성 창문 밖으로 던져졌다. 그들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보헤미아는, 그리고 아마도 유럽 전체는, 오늘 죽었다. 그리고 무엇이 태어날지는 오직 신만이 아실 것이다.’
그가 펜을 내려놓았을 때, 프라하의 성당들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축복의 종소리가 아니었다. 온 대륙을 뒤흔들 서른 해 동안의 전쟁, 수백만 명의 피와 눈물을 요구할 거대한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조종(弔鐘)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지옥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