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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Apr 06. 2024

바디 아티스트

시작은 쓰레기통 프로젝트였다 부촌과 재개발 예정지에 각각 카메라가 달린 쓰레기통을 설치해 데이터가 쌓이면 비교 상영하는 전시로 전시장 내부 쓰레기통까지 실시간 중계하기로 한 일종의 미디어 아트.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xx빌라 옆 쓰레기통 입구를 열었던 그는 꿈틀거리는 검은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그는 꺼내기보단 계속 녹화하기로 마음먹는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는 고무장갑을 낀 손이 봉지를 지그시 누르는 장면을 관찰했다 자취방 원룸에서 그는 이 클립을 저속으로 계속 돌려보다가 애완동물가게를 검색해 영업시간을 확인했다 나중에 점원은 정중하고 물기 없는 목소리였다고 기억했다 반려동물 동호회에 가입해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며 프로젝트가 끝났지만 쓰레기통은 계속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다양한 화각을 위해 카메라 몇 개를 더 설치하고 고감도 마이크를 추가했다 윤리적인 갈등보다 그를 괴롭힌 것은 방안 곳곳을 차지한 빼곡한 케이지와 냄새였고 그는 암호화된 파일의 대가로 받은 코인을 현금화해서 중고밴과 특수 제작한 쓰레기통을 더 마련했다 일전에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후배는 자신이 선물로 준 시계를 알아챘고, 같은 시기 거의 모든 메이저 갤러리 주소로 동일한 첨부 메일이 수신되었다 클립 제목은 bodybag.avi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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