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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할아버지 May 05. 2022

풍수원 성당에서

2012년 장맛비 내리던 날 풍수원 성당에서 기도하는 홍 여사

풍수원 성당에서


주님

당신을 향한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또 이 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쳐오며

행여 조금의 원망이라도

또 행여 조금의 서운함이라도 있었다면

모두를 툴툴 털어내고

오롯이 당신을 향한 그리움 만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밖엔 세찬 장맛비가 대지를 쓸어내고 있지만

주님 숨결 머무는 그곳에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언저리에

언젠가부터 희망이라는 설레움이 스며들었습니다

그리곤 이 고통의 순간들을 녹여내고 있습니다.


지나간 기나긴 그 시간의 조각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그 끝인지도 알 수 없던 그 조각들을

이제 당신의 무한한 사랑으로 그 퍼즐을 맞추어 내려합니다

고통은 고통으로 지워내고

즐거움은 즐거움으로 맞추어 내려합니다.


먼 훗날

이 자리에서의 그 절절함을 기억하신다면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당신 앞에설 그날까지 영원함을 잃지 않았구나 할 것입니다


주님

주님이 그곳에 계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이 그곳에 계셔 이 고통을 덜어 낼 수 있었습니다

지루한 장마 끝에 찬란한 햇살처럼

이젠 희망이라는 설레움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리움이 듬뿍 묻어있는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풍수원 성당에서-


(2012년 여름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오대산 월정사를 다녀오다 들른 풍수원성당

천정을 받치고 있는 기둥에 간신히 몸을 의지하고 기도하는 홍여사 그 모습이 안쓰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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