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주어 고맙고 견뎌주어 고맙다
겨울의 문턱에서
당신을 위해
준비한 툇마루에
늦가을 햇볕이 따사롭다
힘없이 떨어뜨린 당신의 어깨엔
오랜 고통의 흔적이 역력하고
퀭하니 비어버린 가슴은
울컥 한 모금의 슬픔을 토해 낸다
초점 잃은 시선을 허공에 두고
엷은 미소로 답하는 당신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시간은 소중하고
아직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소중하다
당신을 만난 삼십여 년의 세월 속에
또 한 번의 겨울의 문턱에 섰고
내 기억 속에는 언제나 한결같은 당신
오 년 전이나
오 년 후나
당신이 있어 주어 고맙고
당신이 견뎌 주어 고맙다
해 묵은 일기장에서
당신이 이렇게 아플 때도 있었어
이러고 옛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그 겨울을
그래서 따뜻하게 보냈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당신을 위해 준비한 툇마루에는
오늘도 따사로운 햇볕이 가득하다.
2012년 11월 4일
우린 언제쯤이나 옛 이야기 하며 살까?
힘들어하는 당신 모습에 가슴을 저미는 듯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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