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간식인 죽을 시작으로 8시간 이상 급여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점심과 오후 간식, 저녁을 먹고 귀가한다.
“이거 좀 먹어봐!”
“이번에 담근 거야?, 매콤하니 맛있네.
점심시간, 입바른 소리 하기로 소문난 모둠에서
속닥이는소리가 들린다.
“어머, 어르신 또 반찬 가지고 오셨어요? 지난번 원장님이 개별 반찬은 가지고 오시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가지고 오지 말긴 뭘 가지고 오지 말아? 젠장
뭘 먹게끔 해줘야 먹지!반찬간도 못 맞추는 놈들이 자격증을 어떻게 땄대? 하도맛이 없어서 가지고 온 건데!”
센터에서 제공되는 급식에 불만이 많으신 B어르신이 평소와 다름없이투덜거린다.
치매 어르신 80% 이상은 치매 외에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있다.
그렇다 보니 센터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짜지 않게, 자연식으로 균형 맞는식단을 제공한다. 평소 짜고 매운 음식을 먹던 어르신은 센터 음식이간이 맞지 않는다며 가방에 몰래 개별 반찬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자, 내 거 좀 먹어봐”
“먹어봐요? 맛있네요, 언니”
“어르신, 반찬 다 똑같은 거예요, 그리고 다른 분
반찬 드시면 안 돼요”
인정 많은 어르신은 식판에 있는 반찬을 동료 어르신들과 자신이 먹던젓가락으로 주거니 받거니
나눠 먹기도 한다. 위생도 문제지만 면역이 약한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본인의 음식만 먹기를 말씀드리지만 어르신들은 곧 잊고나눠 먹으려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식사 시간은 늘 분주하다.
‘따르릉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감사합니다, OOO 센터입니다.”
“네 000 센터죠? B 어르신 보호자인데요.”
“네 보호자님 안녕하세요?”
“저 우리 어머니 센터에서 저녁 드시고 오셨나요?”
“네 B 어르신 센터에서 저녁 드시고 가셨습니다.”
“얼마나 드셨나요?”
“평소처럼 반 그릇 이상 드셨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 무슨 일이 아니라 집에 와서 밥을 또 달라고 하면서 엄청 드셔 서요!”
“아, 네 그러세요, 보호자님, 어르신 평소와 같이
저녁 드셨는데 밥을 드셔도아마 먹은 걸 금방
잊어서 그러실 거예요.”
“아, 그래요, 그래도 너무 많이 드셔서 걱정돼서
전화드렸습니다, 약도 드셨나요?”
“네, 보내주신 약도 드셨어요.”
“그래요? 그럼 약은 드시고 밥은 안 줬나 보군요!”
늘 그랬듯 작은 일 하나도 예민하게 굴며 따져 묻는 보호자의 전화.
치매 센터에서는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네 명의 어르신을 보살핀다.
치매 어르신들의 잔존기능 향상과 유지는 물론
낮에 치매에 걸린 부모님이나 배우자를 돌볼 수 없는 보호자들에게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도움을 주고자 주간보호센터는 존재한다. 어르신들의 식사, 배변, 인지, 신체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발바닥이 닳도록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정성을 다한다. 자신은 시간이없어 식사를 거르는 한이
있더라도 어르신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늘 애쓴다. 이런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수고를 폄하하거나 의심하는 태도는 일하는 이들의 의지를 떨어뜨린다. 가끔 똑똑하게 따져 묻는 보호자들을 보며
‘과연 똑똑하다는 건 뭘까?’ 생각해 본다.
“P어르신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예? 예! 아주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P어르신 안녕히 가세요.”
“예, 고마워요.”
작은 일에도 웃는 얼굴로 ‘고마워요, 고마워요’
감사를 표하는 P어르신.
“복지사님, 선생님들 드시라고 과일 좀 보내요.”
“네, 보호자님 감사합니다.”
“아휴, 저희 엄마 돌봐주셔서 저희가 감사하죠.”
배려와 감사로 일하는 이의 사기를 고추 시키는 P보호자의 자녀.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기 전 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수년간 근무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교회에서 유치부 아이들을
비롯해 성인이 되어 중고등부아이들까지 가르쳤던 경험.학습지 교사로 수많은 가정을 방문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 이 모든 경험을 통틀어 내린 결론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란 말은불변의 진리라는 것이다. 아무리 교양 있는 척해도 아이의 행동을 보면 부모의 인격은 반드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