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릴 때 들었던 생각은 '그래서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어떻게 잃지 않는건데?'라는 꾀나 반항적인 질문 이었다. 이런 질문이 아니라면, 세상에 살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본인은 그렇게 살고 있나 라는 사춘기도 하지 않을 싸가지 없는 생각을 하면서 무시하고는 했다.
그리고 나는 30대 중반이 되었고 결혼을 한지 벌써 5년차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렴풋이 처음의 순간 그 마음을 살짝 들여다보고 오는 순간을 경험한다. 아주 화려하고 찬란하고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기억은 안나지만 영원히 남을 순간이다.
그 순간은 결혼식이다. 나는 무남독녀 외동딸로써 아빠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자라 그 순간만은 울지 말자라고 결심한 순간이 있는데 결혼식 날이었다. 나는 결국 아빠의 한마디 한마디마다 줄줄이 울었다. 일부러 얼굴도 안봤는데도 펑펑 울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잘 살아야지. 뭔가 그런 소소하지만 단단한 결심을 했었는데 사람인지라 살다보니 잊었다.
그리고 희안하게 남의 결혼식만 가면 정확하게 생각이 나는 것은 아니만 내 결혼식이 생각나면서 나의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려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무슨 사연 있는 여자처럼 괜시리 코 끝이 찡해진다.
결혼을 했어도 아이같은 나를 여전히 귀여워해주고 맛잇는 것도 많이 해주는 남편이 고맙고 약간 산적 느낌이 나는 비주얼이지만 한동안은 곰돌이 같이 느껴지며 부모님과 통화하는 날에는 늘 사랑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엄마랑은 전화로 다투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속으로 내적 갈등이 심하게 온다. '이렇게 싸웠는데,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되는데' 생각은 이렇게 하면서도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데 수초의 시간이 지나고 결심힌다.
"이렇게 지랄맞게 싸웠는데! 그래도 엄마 사랑해! ..."
"..."
"아! 사랑한다고오..."
"....알았어 나도. 끊어"
남의 결혼식만 다녀오면 결혼식 그 날 결심했던 순간의 초심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남의 결혼식에 한 껏 꾸미고 갔다.
공들여 준비해서 다녀온 결혼식인 만큼 더 초심으로 깊이 돌아왔다.
글을 22일에 올리게되고 난 뒤
지난 12월 21일은 남의 결혼식에 다녀오면서 제가 처음 결혼했을 때 결심했던 순간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에 대해 썼다. 그리고 멍청하게 일반 글쓰기에 발행을 해버리고, 연재에는 날짜가 넘어가 버렸다.
완전한 내 실수라서 표출하지 못할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거 하나 차분히 보지 못하고 매일 연재를 하겠다는 약속을 3일만에 깨버려? 20일치는 송년회를 하는 도중에도 써서 올렸으면서 오늘은 왜 이모양이야... 도대체 어떻게 살려고 이런것도 못하냐..."
내가 나에게 질타를 했다. 그리고 그 잠시 잠깐의 사이에 하트를 눌러주신 분이 계셨다. 그 분께 미안하고 멍청한 손가락으로 하루를 날려버린 나에게 화가 났다.
그래도 오늘 쓴 것은 그대로 올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22일자 연재에 21일에 쓴 글을 올렸다.
올리고 나서도 한참을 봤다. 올리기는 올렸는데 하루가 아니라 2일을 날려버린 기분이 들었다.
21일은 어쨌든 일반 글에라도 21일이라는 날짜가 찍혀 있을 텐데, 조금이라도 빠르게 올려보겠다고 22일 날짜에라도 올린 나의 결정이 어쩌면 22일의 기록도 날려버린 기분이 들었다.
물론 최대한 매일 쓰겠다는 다짐이고, 의식의 흐름과 글쓰기를 위한 준비 글쓰기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실수로 21일 날리고 그걸 만회 해보겠다고 22일의 생각도 날려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간 12월 22일 12시 22분 아직 22일은 제대로 시작도 못했는데 괜히 다가올 22일의 낮과 밤이 아쉬워졌다.
22일에 있을 일정은 언 30여년만에 조금이라도 큰 평수의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신 시댁에 방문하는 날이라서 그 행복의 감정이 나에게도 묻어나 글도 행복할텐데 한번의 실수가 2일을 날려버린 기분에 자책에 기분이 든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 약속한 것이고 오롯이 내 즐거움을 위한 일임에도, 하루를 놓쳐 숫자가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꾀나 마음이 쪼잔해진다.
오랜만의 결혼식이라고 2시간의 외출 준비와 딱 맞는 아니 살짝은 조이지만, 그래도 입을 수 있는 검은 원피스와 힐까지. 눈 오는 겨울날 양껏 멋을 부리고 다녀왔더니 피곤해서 잠깐 잔다는 것을 무슨 밤에 자는 것 마냥 5시간을 내리 자고 눈떠보니 11시가 다 되어 있어서 부랴부랴 쓴다고
참... 매일매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날짜가 빠져버린 이 기분이 좋지는 못하다
내 정신과 자존감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그래도 월요일부터 온전하게 매일매일 쓰면 되지 화요일이나 수요일 처럼 중간에 시작하는 것 보다 훨씬 완벽하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정도로 내면이 자란 것은 아니라서 굳이굳이 22일 글에 이렇게 질척인다.
못났고, 쓸데없는 생각이고 왜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까지 부정적이게 만드냐고 할 수있지만
미리 안내를 드렸다시피 의식의 흐름이니까요..
오늘의 글은 이런 생각의 흐름이었고요
잠시 후 있을 22일의 낮과 밤을 신나게 보내고 이런 기분이 지워진다면 23일 월요일의 글은 또 어떤 생각의 흐름일지는 모르죵. 저는 생각보다 단순하거든요. 저를 기다릴 22일의 낮과 밤을 적당히 보내고 23일 월요일에 새롭게 온전한 연재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