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철이 없어서 그래 늬들이 이해해라. 어쩌냐 이모가 하나뿐인걸ㅎㅎ
나는 나이를 먹고 싶지 않아도 나이를 먹고 시간은 흐른다. 처음 마음은 오간데 없이 올 초에 다짐했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다가온 크리스마스이브가 너무 빨리 온 것 같아 당황스럽고 한 해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것에 당황스러움 마저 느껴진다.
어릴 때는 그렇게 이해가 안 되던 것이, 나이가 들면 시간이 화살처럼 휘리릭 지나가버린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당황스럽게 일주일이, 한 달이 흘러가버린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었나’
그렇게 올해도 어김없이 시간의 빠름만 느낄 줄 알았는데 여차저차 쌍둥이 조카와 남편과 스케줄이 맞아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쌍둥이 조카들과 함께 보냈다.
이제 어엿한 다섯 살이 된 조카들은 애기라는 말보다는 어린이라고 불러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공주님이 되었고, 아직은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기를 기다리는 순수함이 남아있는 아이들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언제 출발했는지 지금은 어디쯤에 오시는지 핸드폰으로 봐달라는 똑똑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너네 집에 굴뚝이 없는데 어떻게 들어오시지?”라는 질문에 밥 먹단 포크질도 잊어버리고 고민을 한다.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 어린 마음을 놀리고 싶은 삼십 대 중반 이모의 어린 마음이 부딪혀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고민하는 조카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고민하는 그 아이들을 놀려주고 싶은 내 어린 마음이 치졸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고민하는 얼굴과 키우는 고양이가 산타할아버지를 위해 문을 열어줄 거라고 믿는 대답이 내 동심을 자극한다.
외식하고 돌아와서 손을 안 씻으면
양치하고 세수하고 옷 갈아입는 과정에서 생떼를 부리면
산타할아버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안 자면
“산타 할아버지가 아직 선물 주러 안 오셨는데, 이제 조금만 있으면 선물 받을 수 있는데 바로 직전에 말 안 듣는 어린이 되면, 선물 못 받겠네~ 친구들은 다 받을 텐데”
회심의 한 마디를 날려주면 잽싸게 움직이는 초고속 어린이를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오롯이 어린이 조카를 놀리고 싶은 어른 이모의 동심이다.
귀여운 조카가 귀여운 짓을 하는데 어떻게 안 놀릴 수 있느냔 말이다.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고 산타를 믿는 나이. 그 시기가 아니면 놀릴 수 없는 아주 짧은 순간이다.
결국 조카들은 잠이 들고 파견된 산타가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쌍둥이 조카의 눈치를 보며 첩보작전급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크리스마스는 모든 이의 동심을 지켜주는 날인 것 같다.
어린이는 산타를 믿으며 기다리고
이모는 그런 아이들을 놀리고
산타 파견직은 업무수행을 하는 과정과 어린이의 믿음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이 동심이다.
조카들에게는 직접 전하지 못할 사과의 말을 전한다.
이모가 철이 없어서 미안한데… 너네가 너무 귀엽잖아ㅎㅎㅎ
산타를 믿는 어린이 만나기 쉽지 않아서 그래
그래도 이모가 산타 파견직들 도와서 너네한테 쪽지도 남겼어. 이모도 지분 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