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몰입의 쉼, 두 번째 이야기

by 난주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합니다.

선선한 아침 공기 속에 먼지를 훔치고 청소기를 돌리고 나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한결 개운해집니다.


뜨거운 물에 차를 우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거나 영어 공부를 합니다.

대가가 없고 목표도 뚜렷하지 않은 행위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 그 자체로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햇살이 조금 따스해지면 옷을 챙겨입고 걸으러 나갑니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동네마트에 들러 장을 봅니다.

볕이 좋은 날이면 공원 벤치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카페나 빵집에 들러 차 한잔을 마십니다.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아이를 안고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학원 대신 집에서 함께 문제집을 풀며 공부를 하고

정성을 들인 한끼 식사를 웃으며 나눕니다.


밤이 깊어지면 뜨거운 물로 몸의 피로를 풀고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책을 읽다 잠이 듭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저는

소소하고 반복적인 리듬으로 한 해를 채웠습니다.


주변에서는 차곡차곡 사회적 성취를 쌓아가던 제가

갑자기 집에 머물게 된 것을 적잖이 염려했지만

저에게 2025년은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의 시선보다 저의 마음을 우선하는 법을 배웠고

단순하지만 정갈한 습관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습니다.


떠들썩한 사교에서 벗어나 고요한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걸음을 옮기며 감각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처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삶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가끔씩 삶을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나온 과거를 곱씹고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며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어떤 것인지 그려보아야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열심히 비우고 새롭게 채운 몸과 마음으로

저는 이전과는 다른 새해를 맞이할 것입니다.


이렇게 특별한 한 해를 준비해주신 그분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외롭지 않도록 저를 지켜보고 힘을 보태주신

브런치 글벗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 사랑과 배려를 담아

저는 올해의 마지막 날도 퍼펙트 데이로 맺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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