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을 가르치는 수업
국어, 영어, 수학, 국사, 세계사, 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 독일어, 일본어, 한문, 체육, 미술, 음악, 기술, 가정, 윤리, 도덕, 철학, 사회 등등등.
그 어디를 보아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인생 수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여러 학문들을 섭렵하면서 대부분의 청소년기를 소비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생 수업은 기나긴 교과 과정을 끝마치고 생계 활동을 시작해야만 미숙하게나마 조금씩 익힐 수 있다.
언뜻 보아도 비효율적인 이러한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은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을 비무장 상태로 또 한 번 치열한 생존 경쟁의 전쟁터로 떠밀듯이 내보내게 된다. 실제 전쟁 상황이라면 비무장으로 전투에 나가라는 것인데, 이 말인즉슨 그냥 총알받이나 하다가 죽으라는 말과 상통한다. 우리 현대 인간들의 생존에 필요한 인생 수업을 좀 더 미리 그리고 좀 더 확실히 가르쳐 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제2의 성장통을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눈에 보이는 안타까운 상황들로 인하여 직장 생활의 번뇌는 그렇게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나도 그렇게 고생하며 배웠으니, 너도 네 시간을 들여가며 그렇게 스스로 깨우치라는 건가? 아니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속도전에 지치고 바빠서 미처 이런 세심한 부분들을 챙기지 못한 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언가에 적응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고, 그 무언가의 시스템을 미연에 알고 뛰어들 수만 있다면, 그 충격과 고통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산업계와 학계가 연계하여 인재를 육성한다는 산학협력단은 소수의 선택된 자들만을 위한 이름뿐인 허울인 것인가?
충분히 미리 배울 수도 있을 텐데 그러한 기회를 제공해줄 수 없어서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미안하다. 인생에 대해 심도 있는 수업을 못 해줘서 그들이 미래에 겪을 고난과 고초에 벌써부터 마음이 아려온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는데, 그냥 인생이라는 과목을 미리 배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굳이 똑같은 시행착오를 매번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의 문제점들을 미리 예견할 수 있더라도, 예방할 수 없는 이러한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모든 것을 다 가르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쳐야 맞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