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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Jul 02. 2023

검/은/비/행/선

잔뜩 화난 듯이

찡그린 검회색 하늘에서

쏘나기라도 퍼부을 듯

찐득하고 습한 공기방울들


아까부터 얼굴 주변을

뺑글뺑글 돌다 돌아

이마에 주저앉았다가

볼타구에 걸터앉았다가

슬며시 머리 숲에도 착륙하는

똥파리 한 마리


날씨 탓인지

똥파리 탓인지

짜증스러운 기분 탓인지

남 탓인지 내 탓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엇의 탓인지


잠시 벽에 달라붙어

앞다리로 얼굴을 닦고 있는

경계 늦춘 똥파리


조심스레 내 손은

똥파리 뒤편에서

거대한 그물을 치듯

부처님 손이 되어간다


똥파리를 날아오르게

바람을 일으켜

재빠르게 낚아채면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똥파리의 날갯짓


힘차게 바닥에 내팽개치면

바닥에 처박혀

파르르 떠는

똥파리의 처절함


오늘따라

하찮은 똥파리가

안쓰럽고 불쌍해져

다시 보고

또다시 들여다본다


한참 후 

다시

그 똥파리를 았을 때

정말이지 다행스럽게

유유히 날아다니는

/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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