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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y 25. 2022

반려 식물 키우기

초록 초록을 좋아해



 홀로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 아마도 2012 경이었을 것이다. ' 홀로'라고 붙인 이유는,  전에도 많은 식물들과 함께였지만 식물을 돌보는 주체는 아빠였기 때문이다. 아빠는, 없는 화단도 손수 만들어내는 금손의 소유자였고, 희귀  종류도 끝끝내 꽃을 피워내던 식물계의 파워 능력자였다. 물론 나는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내왔는데, 결혼을 하고 보니 신혼집이 너무 휑했다. 초록 초록한  있었으면 했고, 10 전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안시리움, 킹벤자민, 율마를 처음으로 키우기 시작  같다. 어느  홈쇼핑을 보는데, 예쁜 화분(식물 알못이던 내게 무슨 종류의 식물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담긴 3종의 식물이 등장했고, 여백의  충만하던 신혼집에 딱일  같아 덥석 주문부터 하였다.


신혼집에는 베란다가 있었다. 최근 트렌드는 베란다 없이 확장하여 집안을 넓게 하는 것이지만, 당시에는 베란다가 흔했다. 나는 그 베란다에 있는 화단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하얀 흙으로 뒤덮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없는 살림에, 식물을 들이며 조금씩 따스함을 찾아나갔다. 그렇게 식물과 함께 한 2년의 세월 이후 임신과 함께 친정집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킹벤자민과 안시리움만 이사할 새집으로 함께 옮겨졌다. 몸집이 큰 식물이, 이사할 때는 꽤 옮기기 힘든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새로 이사한 집은, 상업 지구에 있었고, 오피스텔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오피스텔의 최대 단점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기가 잘 되지 않던 집에서 지내던 킹벤자민은 이후로도 5년간 정말 키가 많이 커졌지만 흰 솜 깍지벌레의 공격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첫째가 태어나고 커가는 동안에도 아이가 아주 별난 아이는 아니었기에 식물과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발생한 벌레의 공격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해충제를 쓰기에는 아이가 있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킹벤자민과는 당근 마켓 2만 원에 안녕을 고했다. (화분 값만 2만 원 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싸게 올렸다. 어째 연락이 너무 많이 오더라니.)


환기가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햇볕이 굉장히 잘 드는 집이었다. 이후로도 자그마한 화분은 조금씩 늘어갔다. 그러면서 작은 지식들이 쌓여갔다. 블루베리는 집안에서 키우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과 해를 좋아하는 과일나무 종류는 실내에서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식물 키우기에 게으른 워킹맘의 말로는,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고 키우기 편한 종류를 골라 키우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율마도 들이고, 이름 모를 정체모를 식물들도 하나 두울 늘어갔지만, 공통적인 조건은 물을 그렇게 주지 않아도 잘 크고, 가끔 관심 가져주어도 죽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식물을 잘 모르지만, 식물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 내가 보기에 예쁜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쉽게 잘 크는 것을 위주로 고르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우리 집에는 내가 관리하고 있는 화분이 여섯 개가 있다. 이름은 잘 모른다. 그저, 초록 초록함이 좋아서 키우고 있다. 이전 이사 때의 경험으로 집 안에 엄청 키가 큰 식물은 웬만하면 두지 않는다. 스타트 필름과 율마 정도가 그나마 큰 편이다. 율마는 처음 50센티 정도였는데 거의 1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키가 많이 컸고, 스타트 필름도 흰 꽃을 피고 지며 잘 자라는 중이다. 루틴은, 베란다 식물들에게 주말 하루 물을 듬뿍 주는 것이 전부다. 아이들도 식물아 잘 자라렴, 물 주는 시간을 좋아한다. 스타트 필름만 베란다 아닌 곳에 두는데, 흙이 마르면 한 번씩 물을 듬뿍 준다. 서로 물을 주겠다고 난리지만, 결국 모든 관리는 내 몫이다. 개, 고양이만큼은 아니지만 은근 손이 가는 게 반려 식물이다.


진료실에도 여섯 개 정도의 화분이 있다. 볕이 잘 드는 곳이라, 잘 큰다. 분갈이도 가끔 하는데 할 줄도 모르는데 하다가 손톱 아래 흙이 잔뜩 껴 본의 아니게 환자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였다. 잘 키울 줄은 모르지만,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 물 주는 날은 잊지 않는다. 혹시 당일 잊으면 다음 날이라도 물을 듬뿍 준다. 루틴이 생기면, 식물들도 그 시기를 스스로 깨우치는지, 거기 맞춰서 살아간다. 다육이, 선인장들도 다른 식물과 같이 일주일에 한 번 그냥 물을 주는데도 수분이 많아 썩는 일 없이 여태 잘 살고 있다. 심지어 피워내기 어렵다는 난도 꽃을 피워냈다. 다들 신기해한다. 나는 게으른 반려 식물러인데, 생각보다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키가 큰 몬스테라나 뱅갈 고무나무를 들이고 싶은데, 그리고 언젠가 그것들을 그려보는 게 내 작은 소망인데, 게으름이 앞서 실천에 옮기고 있지는 못하다. 또 추천받아 꼭 키워봐야지 했던 식물이 있었는데 이름을 잊었다. 버킷 리스트에 언젠가는 집을 직접 짓고 사는 게 있는데, 정원이 아주 넓었으면 좋겠고 많은 식물들과 함께 하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때가 되면 첫째가 원하는 강아지도 키우고, 남편이 원하는 큰 개도 키우고, 내가 원하는 각종 식물들과 함께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구체적으로 자꾸 말을 하다 보면, 어느덧 문득 꿈에 가까워져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지금은 게으른 초보 식물러이지만, 언젠가는 아빠 닮아 만렙 정원 가드닝 실력을 뽐낼 수도 있지 않을까. 초록과 따스한 햇살과 함께 하는 노년을 꿈꿔본다. 현실은 해충과 벌레와의 전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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