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작은아이와 함께 인왕산을 올랐다. 나는 쩔쩔매며 올라가고 부들거리며 내려오면서도 씩씩하게 앞장서는 아이가 믿음직스러웠다. 바람도, 햇빛도 좋았다. 벚꽃도, 진달래도 활짝 피었더라.
집에 돌아와서는 꽃병의 물을 갈아주었다. 며칠 전 나를 보러 온 친구가 준 꽃이 아직 생생했다. 친구가 내게 건넨 말 “꽃처럼 생생하게 살아요”처럼.
“생생하다”의 뜻은 “힘이나 기운이 왕성하다”이다. 자연의 왕성한 기운이 내게도 스며들었는지 저녁에는 미뤄두었던 책을 읽고 글도 조금 썼다. 봄과 자연의 생명력을 조금은 빌려 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