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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미영 Oct 30. 2022

11. 울어도 괜찮아.

나는 힘들거나 슬픈일이 있으면 항상 속으로 울음을 삼킨다.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힘들어도 슬퍼도 소리내어 엉엉 우는 것이 되지 않는다. 더 슬플수록 이를 악 물고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린다. 


나는 왜 우는 것 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할 까 하는 생각에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본적이 있다. 내가 울면 주변사람들이 힘들어 할 까봐, 더 속상해 할까봐 참아 왔던 것 같다. 그리고 콜센터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울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잘 못 한게 아님에도 온갖 욕설과 비난과 언성을 들어야 할 때가 있다. 요즘은 상담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욕설, 폭언에 대한 방지 멘트도 나오고 있으며 심한 경우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3차례 경고 멘트를 한 후에 끊을 수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20대때 근무 할 경우는 고객을 왕으로 모셔야 했던 시기 였으며 서비스업의 상담사는 무조건 고객의 말에 “네”라고 대답해야 하며 욕설,폭언,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들에도 절대 먼저 전화를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런 곳에서만 10년 이상의 시간을 근무를 해오며 나는 흘러 넘치는 눈물을 속으로 삼키는 연습이 자연스레 되어 버린 것 같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비난을 받으며 굽신 거려야 했던 시간들 속에 또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인 상담은 이어가야 했기에 절대 울고 있다는 것을 내색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소리없이 우는 방법을 익혀 버린 것 같다. 


그런 내가 소리내어 대성통곡을 했던 건 아이를 남편에게 보냈던 그날, 그것도 혼자 있었기에 가능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는 소리내어 울어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디스크로 쓰러져 옴짝달싹 할 수도 없는 고통속에서도 눈물만 흘릴 뿐 소리는 내지 못 했다. 


무엇보다 내가 울 수 없었던 건 모든 결과는 내가 한 선택에서 비롯 되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부모님은 결혼을 반대하셨었다. 엄마는 우시면서 나중에 더 말리지 않은 엄마 원망하지 말라고 하실 정도로 반대하셨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뒤 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빠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지 못 하시고 엄마와 다투시다 나를 결혼 시킨 후 이혼하자는 엄마에게 이혼 대신 다시는 술을 안 드시겠다고 약속까지 하셨다고 했다. 우리 아빠는 엄청난 애주가셨다. 사람 좋아하고 어울리기 좋아하시던 아빠는 하루도 술 자리가 없는 날이 없으셨다. 그랬던 아빠가 내 결혼식 다음날부터 술을 단 한번도 드시지 않으셨다. 그게 벌써 10년이 되어 간다. 


그런 반대를 이겨내고 한 결혼이었다. 그랬기에 결혼 생활 내 힘들어도 힘들다 내색 할 수 없었고 우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아이의 수술실 앞에서도 힘들게 이겨내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해 소리내어 울 수가 없었다. 매일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에게 면회를 갈 때 역시 그곳에 이 아이가 있게 만든 것도 내 탓인 것 만 같아 소리 내어 울 수 없었다. 항상 눈물만 하염없이 뚝뚝 흘릴 뿐이었다. 이혼 서류를 쓰고 친정에 있으면서 수없이 울었었다. 몸이 아파서도 울고, 그렇게 떼 놓은 아이 생각에 매일을 울었다. 손수건으로도 부족해 수건을 받쳐 두고 울 정도였다. 하지만 단 한번도 우는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우겨서 한 결혼이었고, 내가 선택한 이혼이었다. 그 과정이 어떠 했건 모든 순간의 선택은 내가 한 것이었다. 내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든 하지 않는 부모님에게 힘들어 하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그럴 수록 부모님의 걱정이 더 커질 뿐이니 말이다. 


이혼을 하고 주말에 아이를 만난 후 아이를 보내고 나면 알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한번에 휘몰아 친다. 주중에도 늘 혼자 지내는 집인데 주말 사이 아이가 있었다가 없는데 집이 괜시리 더 횡하게 느껴진다. 그 공간의 허함 만큼 내 마음의 허전도 더 커진다. 아이가 있었던 자리를 둘러보다 눈물이 흐른다. 그러나 여전히 소리내어 울지 못 한다. 그저 혼자 구석에 쪼그린채 눈물만 흘린다. 그러면 어김없이 엄마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이를 보내고 혼자 힘들어 하고 있을까봐 전화 했다며 전화를 주신다. 괜찮다고 잘 있다고 말씀 드리지만 그 순간에도 내 눈에서는 눈물이 넘쳐 흐른다. 


몇 일전 아이를 보낸지 5년이 되는 날이었다. 디데이 알림이 울리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5년전 그 날의 그 밤이 생각 났다. 여전히 나는 눈물만 흘러 넘칠 뿐 그 슬픔을 토해내지는 못 했다. 그래서 일까 요즘은 이유없이 눈물이 넘쳐 흐른다. 아무 일도 아닌 일에 그리 슬픈 포인트도 아닌데 그냥 갑자기 눈물이 뚝하고 흐른다. 그동안 울어야 할 때 마음놓고 울지 못 했던 그 마음들이 차곡 차곡 쌓여 이젠 더 이상 쌓아 둘 곳이 없어 차고 넘쳐 나나 보다. 

 그런 나는 여전히 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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