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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Feb 16. 2024

다니구치 지로

— 그림에 담기는 극한의 사실



다니구치 지로(谷口 ジロー, Jiro Taniguchi)  

1947년 8월 14일 일본 도토리현 출생, 2017년 2월 11일 일본 도쿄도 사망.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하고 일본에서 작고한 만화가.  



얼마전 다니구치 지로의 7주기가 지났다.


1971년 「목쉰 방」으로 데뷔한 뒤

1987년 후일 일본 만화가협회상(1994)과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1998)을 수상하는 『「도련님」의 시대』를 발표하고,  

1992년 「걷는 사람」이 프랑스에 번역 출간되어 좋은 평가를 받고,

같은 해, 「개를 기르다」로 일본 만화가협회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1999년에는 1997년 발표한 「열네 살」(원제: 「머나먼 고향」)이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하고,

유메무라 바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신들의 봉우리」로 2005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작화상을 수상했다.




『고독한 미식가』(1,2), 『개를 기르다』,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 『아버지』, 『지구빙해사기』(상,하), 『시튼』(1,2,3,4), 『산책』, 『고독한 미식가』, 『에도 산책』, 『창공』 등 그의 작품 다수가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되었다.


그의 작품 중 넘볼 수 없는 경지를 보인 작품,

극사실주의를 보여 준 작품.

아니, 그려진 시각 정보 외에 후각과 청각, 촉각 정보까지 일으킨다는 점에서

극사실 묘사를 통해 도리어 환상적인 작품들은

‘산’을,

그리고 이 ‘야생’에서 고루한 인간성을 벗고(혹은 뛰어넘어)

짐승과 자연의 ‘야성’을 통해

‘신성’과 하나가 되는

‘인간’을 그려내는 데서 가장 빼어나게 빛난다.


진짜 사람의 얼굴을

이웃에게서 볼 수 있는 얼굴을 그리는 다니구치 지로의 펜은

산을 그리고

일기의 변화를 그려내면서

신을 마주하게 한다.

신과 마주하자 인간도 제 얼굴을 비로소 드러낸다.

『신들의 봉우리』(전5권), 『케이K』, 『동토의 여행자』 같은 작품들은

한여름 전기가 끊긴 방 안에서도

몸을 움츠리는 한기를 일으킨다.

그리고 무기력을 떨치고

온몸에 힘을 모으게 한다.


그의 작품이 가진 극사실성과 환상성을 동시에 맛보여 주는 작품으로는

루브르 박물관이 협력해 나온 그래픽 노블 시리즈의 한 편

『천년의 날개 백년의 꿈』(영어 제목: Guardians of the Louvre)(2016)를 들 수 있다.


나는 여러 차례 그의 작품들을

진지한 독서 목록에 올려

같이 읽어냈는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깊이 감명 받고,

오래 그 울림이 남아

가슴에서 꺼내어 보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종이에 그려진 것들을 전부 사실로 여기게 한다는 점에서

외형만 아니라 분명 내면까지도 선에 담아 전달한다는 점에서

그냥 잘 그린 그림이나

똑같이 혹은 닮게 그린 그림이 아니고

‘이야기’에 걸맞는 ‘그림’을 재구성해낸

‘만들어진 사실’ 그러니까, 팍투스factus,  어원대로의 ‘사실’[(영)fact < (라)factus]을 그린 것이다.


낱낱의 사실이 무의미하지 않고

의미 있다고 할 때에

그 의미까지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의 필체는

비로소 극사실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사실이 극에 달하면 의미가 드러난다는 것

달리 해석할 수 없게, 달리 알아들을 수 없게

분명하게 전해진다는 것,


마침내 표현이

실제를 실제로 전달한다는 것.


이 기적에 이른다.


그래서 당신이 무기력하다면,

당신 이웃 누군가가 삶에서 에너지를 잃었다면

그가 비관해서든 나태해서든

불가피한 비극으로 앓고 있든


맨먼저 묻고 싶고

권하는 것은

“『신들의 봉우리』 봤어요?”

“『신들의 봉우리』 보세요.”

란 말이다.




보았다면, 본다면

이 세상도 볼 것이다.

새로 볼 것이다.

비로소 선명하게, 믿을 수 없이 눈부시게.

당신이 온힘을 다하기에 부끄럼도

모자람도 없게.








『케이K』 속 사랑하는 대사를 나눕니다.


“야수는

싸울 때엔 전력을 다해 싸우고,

쉴 때도

안전한 곳을 찾아

전력으로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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