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2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독일 아파트 대출을 승인받다

대학 합격통지보다 더 떨려

by 가을밤 Oct 30. 2023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찾았다면 이제 구매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쓰여있는 가격대로 돈을 내면 된다. 그러나 주택을 100% 현금 내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적어도 나를 포함한 내 주변에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의 아파트 대출, 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알아보게 되었다.


독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대출 시 집값의 최소 20~30%의 '자기자본(Eigenkapital)'이 확보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전 편에서 보았듯 순수 집값을 제외한 부대비용만 약 10%가 들어가니 본격적으로 대출상담에 뛰어들기 전 집값의 약 40%는 수중에 마련해 두는 게 이상적이다.

 

억 단위의 돈을 본 적도 없는데 억 단위로 돈을 빌려야 한다니 걱정부터 앞선다.


독일은 일단 전세가 없고 재건축은 매우 드물어서 '재테크로서의 부동산' 성격이 약하다. 물론 투자용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잘못하면 관리비, 리모델링비, 중도상환비 등으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알아봐야 한다. 따라서 주담대를 받는 대다수가 실거주용 주택이거나, 미래 실거주 계획이 있는 유일한 월세용 주택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대치는 가구전체 세후수입의 최대 110배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나와 남편 둘 다 경제활동을 하고, 둘의 세후월급을 합친 금액이 5000유로라고 하면 이 부부에겐 '이론적으로' 최대 55만 유로까지 대출이 나온다. 물론 월급으로만 계산하는 건 아니고 기타 수입까지 더하여 총체적으로 심사하니 실제는 다를 수 있다. 내 주변 최대 주담대 사례는 자기자본 0 + 은행자본 100%로 집을 산 독일인 가정이었으며, 보통은 자기자본 10~30%를 갖고 대출받은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독일 코메르츠방크.


# 대출상담 전 필수체크

그러나 외국인인 우리에겐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바로 '독일비자(체류증)'다. 외국인 신분으로 대출심사를 진행하면 가장 먼저 보는 게 '비자 만료기간까지 대출을 다 갚을 수 있는지'이다. 비자를 계속 연장할 수 있고 나중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도 심사를 요청한 시기에 그것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 즉 영주권이 없다면 대출이 거절될 확률이 높다.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이 대출을 받으려면 비자기간 안에 완전상환할 수 있다는 걸 어떻게든 증빙하거나 그냥 현금으로 100% 구매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독일 주담대 계획이 있다면 일단 영주권 취득이 우선이다.


영주권이 해결됐다면 그다음은 '직업(안정적인 수입)'이다. 외국인 독일인 할 것 없이 까다롭게 보지만 외국인은 더 까다롭게 본다.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급여를 입증할 수 있다면 은행은 신용한다. 급여가 아무리 높더라도 계약직이거나 변동이 심하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즉,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보다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게 대출이 더 잘 나온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월세나 다른 대출 여부, 그리고 Schufa(신용점수)도 고려한다.


# 대출상담 진행 및 은행선정

대출상담은 은행이나 전문 상담사(중개인)를 통해 받을 수 있다. 은행마다 심사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은행에서 대출이 안 나올 수도 있으며 꼭 정해진 은행에서 받을 필요도 없다. 우리는 주거래 은행 2곳과 중개인 2명에게 상담을 받았는데 전부 B은행에서 받는 게 가장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거래 은행이 아니었던지라, 상담받은 내용을 B은행에 가지고 가서 재상담 후 심사를 요청했다.

 



# 대출심사 진행

선정한 은행에 대출심사(Finanzierungsprüfung)를 요청한다. 심사는 '모든 서류 제출 후'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 걸린다. 은행에 제출해야 할 서류는 다음과 같다 (매물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매입자 준비서류>

- Personalausweis 신분증 (부부 공동명의는 혼인증명서 함께 제출. 독일인과 결혼한 지 2년 이하라면 개인신분에 대한 서류를 요구받을 수 있다.)

- Aufenthaltstitel in Deutschland 독일 거주증

- Arbeitsvertag 근로계약서: 은행에 따라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 Entgeltnachweis 월급명세서: 최근 약 3개월치 증빙

- Lohnsteuerbescheinigung 수입세금 증명서: 작년 12월에 발급된 월급명세서 혹은 지난 1년 치 수입세금 명세서(보통 회사에서 1월 중순에 준다.)

- Renteninformation 연금정보: 여태까지 독일 연금보험을 낸 증빙

- Sparguthaben Nachweis 자기자본 증명: 지불하려는 자기자본 만큼의 돈이 들어있는 계좌와 금액


<집주인/매도자/시공사/공증인이 제공하는 서류>

- Aufteilungsplan: 면적분할도면서

- Baubeschreibung: 건축설명서

- Exposé: 건축 개요서/ 아파트 및 주변 환경 소개서

- Flurkarte: 복도(해당 층) 도면

- Amtlicher Lageplan: 관청에서 제공한 위치지도

- Grundriss: 집 건축도면

- Kaufvertragsentwurf: 매매계약서 (사인 전이므로 임시본)

- Teilungserklärung: 면적분할 설명서

- Wohnflächenberechnung: 전용면적 산정서




서류 종류가 너무 많고 이름도 생소하여 준비에만 2주 가까이 걸린 것 같다. 폰이 뜨거워지도록 건축사와 연락하고 연금보험사는 심지어 본사까지 직접 찾아갔다 (그럴 필요 없지만 급한 마음에). 아무튼 이렇게 서류를 완전히 내면 심사준비 완료.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잡아둔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계약금을 걸어두는 게 좋다. 계약금은 보통 1000-5000유로다. 독일 집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좋은 집은 단 몇 시간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확히 3주 반 만에 드디어 은행에서 승인 메일이 왔다. 대출가능!


앞으로 무조건 최소 10년은 은행에 발 묶인 몸이 되겠지만 공식적으로 독일에 집을 가질 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어찌나 떨리던지, 대입 때보다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거의 다 온 거다.

다음으로는 공증인 및 부동산(건축사)과 Kaufvertrag unterschreiben(매매계약서 체결)할 날짜를 잡으면 된다. 대망의 사인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unsplash

이전 04화 독일 부동산 구입 총 얼마가 들까? 아파트 스펙 보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