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다고 평가받는 UX를 참고하여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것의 의미
UX를 디자인하는 많은 사람들은 서비스를 디자인하기에 앞서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리서치한다. 참고해도 좋을만한 성공적인 모범 사례를 찾고, 가능하면 비슷한 형태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혹은 좋은 사용자 경험의 일부만 수정함으로써,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방은 실제로 좋은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용자는 익숙하고 좋은 것을 좋아하니까.
그렇다면 과거의 좋은 디자인은 지금도 좋은 디자인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과거 아이팟 휠이 제공해주는 사용자 경험을 정말 좋아했으나, 아이팟 터치를 사용한 이후 구세대 아이팟의 사용자 경험이 더이상 좋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과거에는 SKY 휴대폰이 제공하는 UI가 세련되고 좋다고 생각하였으나, 지금 다시 사용하라고 한다면 답답해서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모든 사용자 경험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영속적이지 않다. 사용자 경험을 둘러싸고 있는 기술, 문화,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실패한 UX 디자인, 남이 먼저 실패한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실패한 디자인일까? 우리는 과거의 실패한 UX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없는가? 그 사이 발전한 기술, 변해온 인식과 문화를 통해서 과거의 디자인에 대해서 재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 서비스 기획자 꿈나무
·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 기획자
·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기획자
· 좋은 UX가 뭐예요? 고민하는 기획자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언가 손을 써야 함이 분명해 보였다. 2003년에 출시된 출시된 메뉴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들이 기능을 요청할 때마다, 버튼을 추가하는 형태로 기능을 구현했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기능을 찾을 수 없었으며, 무엇이 업데이트되었는지 확인하기도 힘들었다. 2004년, 2005년… 시간이 갈수록 오피스는 점점 복잡해졌고, 비효율적이었고, 결정적으로 안 예뻐졌다. 그 결과, 오피스 2003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현재까지도 많은 UX 서적에서 최악의 사례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2007년 시점에서 오피스 2003의 버튼 인터페이스의 실패는 재조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최초 오피스 2003이 등장했을 때 오피스가 제공하던 기능이 이미지 수준은 아니었음을 이해해야한다. 오피스 2003의 버튼 인터페이스는 오피스 기능이 이렇게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예측의 실패였지, 처음부터 망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UX 서적에서는 오피스 2007부터 적용된 리본 UI와 오피스 2003의 메뉴 기반 인터페이스를 비교하며, 2003의 인터페이스를 최악의 사용자 경험 중 하나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당시 오피스를 사용했던 많은 사용자들이 공감하는 찐 최악의 경험은 따로 있다.
기능이 추가 됨에따라 버튼을 추가하는 UX의 실패가 어디서 많이 본 형태라고 생각한다면:
오피스 길잡이는 당시 오피스를 사용하는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했던 기능이다. 결국 오피스 2003에서는 옵션 중 하나로 숨겨졌으며, 2007년에 와서는 완전히 삭제되었다.
사실 오피스 길잡이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생각한 대로 동작했다면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을 것이다. 오피스 응용프로그램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할뿐더러,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인식하여 적절한 기능을 추천해주거나, 오탈자를 검사해주거나, 편지를 작성할 때 양식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다양한 감정 표현 및 애교와 함께 보여줘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피스 길잡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생각했던 대로 동작하지 않았고, 사용자들에게 끔찍한 사용자 경험을 선사했다. 오피스 길잡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린 아이들뿐이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오피스는 어린이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업무용 소프트웨어였다는 거다.
당시 오피스 97 사용자들이 겪는 끔찍한 문제는 이런 느낌이었다:
글을 쓰면서, "Dear"라는 단어를 입력하기만 하면, 오피스 길잡이가 나타나서 "It looks like you're writing a letter! Would you like help?"라는 말과 함께 두 가지 옵션을 주었다.
①도움을 받아 편지를 쓸 것인지, 아니면 ②도움 없이 편지를 쓸 것인지
③나는 편지를 쓰고 있는 게 아니야! 라는 옵션은 ...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Dear"는 편지에만 사용하는 상용구가 아님에도, 오피스 길잡이는 편지에 집착했다. 문제는, 오피스 길잡이가 집착하는 단어가 "Dear"말고도 셀 수도 없이 많았다는 것이다.
비주얼 베이직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앨런 쿠퍼는, 오피스 길잡이의 콘셉을 "오해의 비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피스의 길잡이의 핵심적인 문제는 단순하다. 스스로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피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이용 패턴은 굉장히 다양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다양한 패턴을 지원하기 위해서, 방대한 양의 도움말을 준비해두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너무 방대한 기능을 제공하다 보니, 팝업의 빈도가 너무 잦았던 것이다. 쓸데없이 친절해서 봤던 내용을 다시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더 나아가서는 '저장'을 어떻게 하는지까지도 설명하려고 했다. 사용자 경험이 안좋아진 이유는 당시 컴퓨터의 해상도는 낮은 편이었으며, 길잡이가 등장할 때마다 화면의 1/5이 가려졌다는 거다. 당시 컴퓨터 성능 역시 문제였다. 당시 컴퓨터 성능은 지금처럼 좋지 못했는데, 무슨 작업만 하려면 길잡이가 나오고, 그 와중에 복잡한 애니메이션까지 나오니 컴퓨터가 느려지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지우려고 해도 일반 사용자가 '오피스 길잡이'만 지우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회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 포켓서베이 UX의 결정적 아이디어를 이 '오피스 길잡이'에서 가져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폭망한 사용자 경험인 '오피스 길잡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공되는 포켓서베이의 인공지능 추천 UX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많은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내부적에서도 버튼을 통해 구현했던 사용자 경험보다 훨씬 나은 경험을 갖는다고 의견이 모인다.
우리는 왜 망한 UX를 넘어서 폭망한 UX의 대명사 '오피스 길잡이'와 유사한 형태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과거 '오피스 길잡이'와는 다르게 사용자들은 우리 서비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어느 날 잠을 자다가, 우리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혁신할 수 있는 영감이 떠올랐다고 가정해보자. 너무 좋은 아이디어 같아서, 비슷한 레퍼런스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이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① 나의 사용자 경험 디자인 아이디어와 같거나 유사한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성공했다.
② 나의 사용자 경험 디자인 아이디어와 같거나 유사한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망했다.
③ 이렇게 쩌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 아이디어는 세상에 처음이다. (있을 리 없는 일이니 넘어가자..)
1.
몰랐지만 다른 사람이 이미 내 아이디어와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서비스로 만들어서 성공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UX 디자이너는 자신이 꿈에서 떠올린 영감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번 감탄하며, 서비스 개선 기획을 추진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아이디어로 성공했음이 나의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배우는 사람은 무릇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기 전에 자신의 제약 조건을 파악해야 한다고 배운다. '내가 처한 상황이 성공한 사람이 성공했던 시기와 시기적, 금전적, 기술적, 인적 등 모든 제약 조건과 동일한가?', '과거 다른 사람이 만들었던 좋은 UX가 지금도 여전히 좋은 UX인가?'를 모두 고려했을 때, 'YES!' 답변이 나와야 괜찮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
반대로 나는 몰랐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내 아이디어와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서비스로 만들어서 실패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실패한 경험 역시 다른 사람이 성공한 경험과 비슷하다. 과거 다른 사람의 실패는 현재의 나와 내 조직에게 영향을 크게 주지는 못한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용자 경험은 이미 실패한 사용자 경험을 개발한 조직과 시기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인적으로도 그 어떤 제약 조건도 공유하지 않거나, 일부를 공유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아이디어를 적용했던 분야에서는 실패했지만, 내가 시도하고자 하는 분야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아이디어는 완성도가 떨어져서 실패했지만, 타이밍이 안 맞아서 실패했지만, 내가 했을 때는 성공할 수 있다.
요점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참고한다고 내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실패를 참고한다고 내가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 그들이 성공 혹은 실패를 경험했을 때의 조건과 내 조건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피스 길잡이와 포켓서베이 AI는 정말이지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패턴을 분석해서, 사용자가 필요로 할 기능을 추천해준다는 콘셉은 완전히 동일하다. 그런데 왜 오피스 길잡이는 실패한 UX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UX는 괜찮다고 평가받는 걸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얼리슬로스의 포켓서베이는 다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오피스 응용 프로그램의 사용 목적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하지만, 포켓서베이의 사용 목적은 명확하다. 또한 포켓서베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이용 목적은 각 페이지별로 명확하게 나뉘어있다.
사용자의 사용 목적이 명확한만큼, 우리는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특정하여 기능을 추천할 수 있다.
포켓서베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추천 기능은 필수로 이용할 필요는 없지만, 이용하는 경우 사용자의 시간을 큰 폭으로 줄여줄 수 있는 것들이다.
좋은 경험은 다음 경험을 기대하게 한다. 추천 기능을 이용했던 좋은 경험들이 누적되어, 좋은 사용자 경험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만약 UX를 기획하던 중에, 나와 유사한 형태의 UX를 시도해본 다른 사람이 성공한 흔적을 찾게 되더라도 성공을 확신해서 안된다. 만약 이러한 논리라면, 우리 동네의 열 군데가 넘는 치킨집 중에서 어떤 치킨집은 배달까지 90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데, 어떤 치킨집은 내 주문만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배달해주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람의 성공 경험이 내 성공이 보장한다면, 잘되는 피자집 옆의 망하는 피자집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반대로 나와 유사한 형태의 UX를 시도해본 다른 사람이 실패한 흔적을 찾게 되더라도 괘념치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이 실패했다고 내가 기획하는 사용자 경험의 실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치를 무시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UX 기획자가 되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의 경험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남들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사용자 경험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영속적이지 않다. 그리고 역시 모든 사용자 경험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영속적이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분명히 과거에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지금 시점이라면 재조명받을 수 있는 좋은 사용자 경험이 보물처럼 쌓여있을 것이다. 그 사용자 경험은 대체로 주인이 없다.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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