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요양을 위해 잠시 처가댁에 다녀왔다. 지치고 병든 몸이었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처가댁에 도착하니 온 몸의 아픔이 기적처럼 싹 나았다. 대신 나름 치명적이라는 사위 바이러스에 바로 걸려 앓아눕게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고 잠에서 깰 수 없었다.
어딘가에서 딸이 이모들과 노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벽 하나를 두고 차원이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가끔 방문이 열리며 식사가 들어와서 밥 먹을 때인 것을 알았다. 반찬은 고기 – 밥 – 김치 구성이 아주 단출했다. 장모님의 딸 누군가가 밖에서 ‘고기 좀 그만 차려!!’ 라며 절규했지만 나는 괜찮았다. 누군가 차려주는 밥이 얼마 만이었던가.
다만 단점이 있다면 내 활동반경이 골방 안으로 한정되었다는 점이다. 가끔 운동시간이 주어질 때 거실에 나가 햇볕도 쐬고 딸 얼굴도 보았다. 한 번은 응가하는 걸 목격하고 누가 들어가 쉬라 하지 않아도 자진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더 이상 어리지만은 않았던 은은히 풍겨온 어른 똥냄새가 며칠 동안 딸이 더 성장했음을 알려주었다.
즐거운 날들은 순식간에 지나 어머님과 처형들에게 일상을 돌려드리고 우리는 돌아왔다. 집에 오니 처가댁에서는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던 아내가누워만 있는다. 이게 현실인가 싶어 눈물이 나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딸이 굶으니 달려야 한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