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우 Apr 10. 2020

올드보이가 되고 싶다

처가댁의 이로움

지난 며칠간 요양을 위해 잠시 처가댁에 다녀왔다. 지치고 병든 몸이었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처가댁에 도착하니 온 몸의 아픔이 기적처럼 싹 나았다. 대신 나름 치명적이라는 사위 바이러스에 바로 걸려 앓아눕게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고 잠에서 깰 수 없었다.   


  

어딘가에서 딸이 이모들과 노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벽 하나를 두고 차원이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가끔 방문이 열리며 식사가 들어와서 밥 먹을 때인 것을 알았다. 반찬은 고기 – 밥 – 김치 구성이 아주 단출했다. 장모님의 딸 누군가가 밖에서 ‘고기 좀 그만 차려!!’ 라며 절규했지만 나는 괜찮았다. 누군가 차려주는 밥이 얼마 만이었던가.     



다만 단점이 있다면 내 활동반경이 골방 안으로 한정되었다는 점이다. 가끔 운동시간이 주어질 때 거실에 나가 햇볕도 쐬고 딸 얼굴도 보았다. 한 번은 응가하는 걸 목격하고 누가 들어가 쉬라 하지 않아도 자진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더 이상 어리지만은 않았던  은은히 풍겨온 어른 똥냄새가 며칠 동안 딸이 성장했음을 알려주었다.         



즐거운 날들은 순식간에 지나 어머님과 처형들에게 일상을 돌려드리고 우리는 돌아왔다. 에 오니 처가댁에서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던 아내가 누워만 있는다. 이게 현실인가 싶어 눈물이 나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딸이 굶으니 달려야 한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어머님네 언제 또 갈까?”

“왜? 난 여기가 더 좋은데?”

“... 아 그렇구나. 자기가 좋으면 나도 좋아.”


처가댁의 슈퍼스타 이재하


이전 08화 잠들지 않는 우리 사랑의 결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