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아침 루틴부터!

호흡, 나만의 자비관/자기확언과 기도, 그리고!

아침 7시, 자동설정해 놓은 아침 라디오 방송 로고송이 아침잠을 깨운다. 여전히 MC의 목소리는 경쾌하고 기운이 넘친다. 그래, 출근 준비에는 이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가 딱이지. MC가 일반인 청취자와 일대일 퀴즈쇼를 할 타임쯤엔 샤워 마치고 머리를 말리는 시간, 8시 광고가 끝나고 3부 프로그램이 시작될 즈음이면 메이크업을 마치고 가방 챙겨 방을 나서곤 했었다. 이제 그런 루틴은 없다. 어지러운 방을 뒤로하고, 분주하게 정신없이 뛰쳐나가던 나는 없다.

갑작스러운 퇴사 결정, 사직서에 사인하고 나온 지 두 달째. 내가 언제 그곳에서 일했었나 싶을 정도로 아득히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조용히 라디오 볼륨을 줄이고,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잠은 어제까지 존재했던 나의 죽음.

핸드폰 시스템 업데이트를 마친 핸드폰처럼, 나도 리부팅.

나의 삶도 다시 새로 시작이다.


들숨, 날숨. 깊게 호흡해 본다.

잠에서 깬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마음이 혼잡하다. 잠에서 깨기 전 꾸었던 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내 무의식이 무엇을 전달하려 한 걸까? 내 깊은 곳 마음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 벌써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들숨, 날숨


나의 명상 멘토들은 말씀하셨다.

"붓다라고 이름 붙여도 되고, 예수, 마리아, 알라, 어떤 이름을 붙여도 괜찮아요. 자신의 호흡을 붙들 수 있는 호칭이면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그저 호흡에 집중해 보세요."


"붓~ ~ 예~ 수~"

폐 가득 공기를 들이마실 때, 내쉴 때 이렇게 이름을 붙이면 편안하다. 내게 명상을 가르쳐주신 스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붓다, 냉담자인 딸이 언젠가 다시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여전히 기대 중인 부모님을 떠올리며 예수. 공식적으로는 종교 없음, 하지만 어쩌면 나는 두 종교에 모두 의지하는 다종교인이 아닐까. 숫자나 외국어로 호흡에 집중하는 것보다 아직은, 붓다, 예수 이렇게 호칭을 붙이는 것이 편한 걸 보면 말이다. 당분간은 부처님도 예수님도 다 이해해 주시겠지. 내가 아는 그분들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그렇게 박한 분들이 아니시니까.


명상을 처음 접한 건 지난 9월. 집중 명상 이후, 최근 나는 아침 루틴을 정했다.


잠에서 깨자마자 급하게 바로 몸을 일으키지 않을 것.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것.

오늘 해야 일들, 연락해야 사람들 리스트 같은 것들떠올리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과 마음을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


차분하게 호흡하며, 누운 채로 두 눈에 손을 대본다.

"오늘도 좋은 것, 아름다운 것들을 보는 하루가 되길. 다시 눈감을 때 만족스러운 하루였구나, 괜찮은 하루였구나 생각들만큼, 기분 좋은 장면 하나쯤은 꼭 남기는 하루가 되길."


왼쪽 가슴에 손을 대고 호흡한다.

"어떤 일로도 심장 아프게 슬프거나 고통받지 않는 하루가 되길. 무슨 일 닥치더라도, 내 마음은 그저 평안하길."


숨 쉴 때마다 볼록 튀어나오는 배에 손을 옮겨본다.

"스트레스 받으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나의 장기들, 오늘 하루 아프지 않게 평화로운 하루가 되길.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것들 먹고 마시고, 기분좋고 건강한 하루가 되길."


그리고 핸드폰에 저장된 나의 자비관, 자기 확언 메모를 꺼내 읽는다.


"고통과 번뇌 없는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를 내게 선사해 주세요.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할 테니, 행운도 함께 하게 해 주세요.

선한 이들을 만나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있는 하루가 되길.

마음에 걸리는 없는, 상처 없이 깔끔한 하루가 되길.

오늘 하루 잘 살음으로써, 사랑받고 사랑 나누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 주세요.

몸과 마음, 영혼 모두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게 해 주세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주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나 자신도 성장할 수 있길.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나아지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길.

내가 아끼는 이들에게도 고통과 번뇌 없는 행복한 하루를 선사해 주세요."


나 자신이 만든 자비관, 자기 확언. 처음에 시작할 땐, 어색하고 머쓱했는데 이것도 반복하다 보니 괜찮다. 이렇게 매일 빌어도, 오늘 하루 무슨 생각지 못한 일이 닥칠지 모를 일이다. 화나고, 억울하고, 허무한 일 무엇이 나를 괴롭힐지 모르지. 하지만, 괜찮다. 무슨 일이 생기든 내 마음은 다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지켜낼 수 있다. 대단한 행복은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하루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니, 그런 방어적인 태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는 행복할 것"이다. 


이런 마음을 담아, 내가 목표하는 것들을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살아보니,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절박하게 노력해야 어느 선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사람들을 만날 땐 운명적인 요소가 항상 있었다.

나의 목표, 이를테면 이직에 관한 것들도 아주 구체적인 조건을 기도하고, 또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좋은 일 많이 할 테니 내게 좋은 운도 보내주십사 부탁하게 된다.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우주의 어떤 기운이 든 간에 말이다. 노력만으로도 다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겸허하게 기도하게 된다.


이제 막 시작한 명상, 여전히 잡생각과 온갖 감정에 집중이 어렵다. 하지만,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 시작하는 것만 해도 큰 발전이다.

사실 지혜에 이르고 깨우침을 얻는, 열반 같은 정답에 이르는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경지에 올랐노라 얘기하는 건 아마 수십 년 뒤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어느 누구도 죽음 전에 온전한 경지에 이르렀다 자신할 수 있을까.

그러니, 그냥 오늘 하루하루 아주 사소한 변화들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 뿐이다.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알아차리려 노력할 뿐이다. 


아주 사소한 변화는 아침부터. 사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는가가 관건이다. 5분 정도 명상, 누워서도 앉아서도 좋다. 그리고 자신만의 자비관과 자기 확언, 기도의 루틴이 있다면 도움이 된다.

아, 하나 더. 이건 소문으로만 들은 것인데, 틱낫한 스님이 하신다는 플럼 빌리지 (Plum Village)에서 하는 수행 방법 중 하나, 바로 미소 짓기.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살짝 당겨 미소 짓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자, 이제 입술 양쪽에 손을 대고 살짝 위로 당겨본다. 미소 짓는 표정이 되니 왠지 기분도 나아진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맞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미소 지으며 시작! 오늘 나는 행복하게 웃을 것이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나는, 명상하러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