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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Oct 22. 2022

나의 밥벌이는 기웃기웃

일개미 집, 막내딸 베짱이


허삼관은 피를 팔아, 나는 시간과 자유를 팔아 돈을 벌었다. 특별한 재능 없는 내가 돈을 벌려면 별수 없이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담보로 맡겨둬야 했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내 시간과 자유가 그리워 나는 여러 번의 퇴사를 반복했다. 밥벌이 1n 년째,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참 여러 번 회사를 바꿔왔다.

1번의 인턴, 6번의 정규직,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여행사부터 이커머스까지, 사원부터 파트장까지 그 범위도 다양했다.

그중에서는 흥미는 없지만 잘했던 업무도 있었고, 내 능력 밖의 일로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일도 있었다. 그러다 이렇게는 다닐 수 없다 싶어, 마음의 도화선에 불이 붙으면 나는 언제나 stop을 외쳤다.

한 회사를 몇 년씩 다니는 내 주변 사람들처럼 나도 진득하게 한 곳에 정착할 수는 없었을까?


일요일 점심, 결혼한 오빠와 새언니가 집에 놀러 왔다. 첫 회사를 10년째 다니는 새언니와 회사 가기 싫다는 푸념을 나눴다. 옆에서 팔을 베고 누워있던 오빠한테 물었다. “오빠는 내일 회사 가는데 괜찮아?” 1n 년째 착실히 직장 다니는 오빠가 대답했다. “회사? 가면 되지.”

착실한 일개미의 절도 있는 대답을 들으니 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고개가 저어졌다. 저리 단호하고 망설임 없이 회사에 갈 수 있다니 참 어른이다. 이런 일개미 집안에서 어쩌다가 나 같은 베짱이가 태어났을까?


회사 다니기 싫어 죽을상인 나를 보고 엄마가 또 잔소리하신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리지 말고 한 곳에서 있어” 나는 엄마가 듣지 못할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엄마, 이번 생의 기웃기웃은 이미 시작된 거 같아요.’


이 글은 1n 년 동안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나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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