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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Jul 25. 2017

굿바이 우리집

비로소 이별을 결정했다

누구에게나 집은 소중한 공간일 테지만 우리집은 더더욱 각별했다.  


수능을 마치고 이사 온 방배동 우리집은 열정만큼 실수도 많았던 20대와 성숙해지는 과정이었던 30대를 고스란히 보낸 집이었다. 막 태어난 훈이를 키웠고, 쟝과 결혼 후에는 욕조에서 애나를 낳고, 키우고 우리 가정을 여물게 만들었던 집이었다. 쟝은 40년 가까이 된 낡은 집을 예쁘고 따뜻한 집으로 꾸미면서 애정을 쏟았고, 어느 날 그는 "진짜 우리집 같아."라는 말을 무심히 뱉었다.




그런 우리집과 이별을 결정했다.

뒤돌아 보건대, 집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바는 충분히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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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끄적거린 글에서 보이는 일들 말고도, 행정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할 수 있는 바는 다했다. 구청을 방문했다가 한 바가지의 눈물을 쏟은 어느 날,  더 이상의 노력은 희망고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젠 집착을 내려놓고 새로운 출발을 모색할 순간이라고 마음먹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가장 현명한 판단은 더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집을 팔고 이 동네를 떠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서도 한동안 틈만 나면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일은 신속하게 진행했다. 그 결과 매수자가 나타나 우리집은 매매되었다. 우리가 프랑스 여행 온 며칠 사이에 부모님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셨고, 이사 날짜는 3개월 뒤로 정해졌다.


계약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그 날,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어린이날, 벽화를 그리면서 진행되었던 인터뷰와 영상이 완성되었다고.


볼드 저널과의 인터뷰와 영상 - Hoping for a Miracle.


https://boldjournal.com/hoping-for-a-miracle/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계약서에 사인한  우리집을 추억하는 영상이 오픈되었다.

영상 속 우리집, 참 예쁘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해맑고, 어른들도 행복하다.

이거면 됐다. 이제 우리집을 떠날 준비가 정말로 된 것 같다. 집과 이별하는 파티를 해야겠다.


굿바이,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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