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꿩 이야기 - 色斯举矣。

제10편 향당(第10篇 鄕黨) - 17

by 누두교주

패션계의 전설 중의 한 분인 이은경 대표는 “디자이너의 제품 해석과 판매직원의 해석이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는 지론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소비자는 디자이너의 디자인 의도와는 다른 의도로, 패션 제품을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의 이러한 열린 생각이 한때 대륙을 석권할 수 있었던 근본 이유라고 생각한다.①




『논어』도 다르지 않다. 『논어』에 등장하는 공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생각이나 『논어』를 편집한 사람들의 정확한 생각을 지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거기에 주석을 붙인, 여러 폼 잡던 사람들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논어』를 읽는 모든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논어』를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논어』를 성경처럼 한 글자 한 글자 그분의 말씀으로 알고 믿고 받든다면 매우 난처한 문제를 아주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본다. 가장 전통적인 주자의 『논어집주』를 우선 보자.


새는 사람의 나쁜 표정을 보면 날아서 빙빙 돌며 관찰한 다음에 내려앉는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산 교량(다리)의 암꿩이여, 때에 맞는구나! 때에 맞는구나! 하셨다.

자로가 그 꿩을 잡아 올리니, 세 번 냄새를 맡고 일어나셨다.②


새가 사람의 표정(행동이 아니라)을 살핀다고? 야생의 새를 금방 잡아서 언제 털 뽑고 요리까지 할 수 있는지 국가 공인 중식 조리 기능사인 나도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공자는 그걸 냄새만 맡고 가버린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인가?




TV에 여러 번 나와 동양 고전을 강의하던 김용옥의 해석도 다르지 않다. 다만 몇 가지 단어를 바꾸었다. 예를 들면 “새는 사람의 나쁜 표정을 보면” “새는 뭔가 위험스러운 기색이 느껴지면 튀쳐오른다”로 바꾸었다. 표현은 달라도 뜻은 같다. 그리고 “꿩을 잡아 올리니”는 “까투리를 잡아 요리를 하여 바쳤다”로 구체화했다. 하지만 결국 그 말이 그 말이다.


나 같으면 그냥 젊잖게 ‘『논어집주』의 해석과 같이 생각한다’ 했을 것 같다. 괜히 쓸데없이 중언부언하다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화려한 긴 꽁지 꿩이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까투리(암꿩)는 꽁지가 길지 않다. 꽁지가 긴 건 장끼(수꿩)이다. 동˙서 철학을 회통하고 (자칭) 한국을 대표한다는 철학자가 ‘까투리’를 대상으로 화려한 긴 꽁지 운운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③


까투리(암꿩)이다. 뭐가 길고, 뭐가 화려하며 뭐가 아름다운가? (출처, https://vo.la/lq7 GF. 검색일. 2023. 4. 16.)

요게 장끼(수꿩)이다. 요 정도 돼야 꼬리가 길고 화려하다고 할 수 있다. (출처, https://vo.la/eMzyK. 검색일. 2023. 4.16)


북경대 교수인 리링(李零) 선생은 마지막 단락(자로가 그 꿩을 잡아 올리니, 세 번 냄새를 맡고 일어나셨다)의 해석만 다르게 했다.


자로는 그물을 펴놓았지만, 꿩은 세 번 냄새를 맡아보다 말고 날아가버렸다.④

나는 이 해석이 훨씬 더 현실성 있다고 느껴진다. 다만 이 경우, 자로는 외출할 때 반드시 그물을 가지고 다녔어야 한다(냄새 좋은 그믈로). 물론 새 그물이 조리도구, 식기, 조미료 등에 비해 휴대가 편리하긴 하지만 항상 가지고 다니면 좀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염려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규 소라이(荻生徂徠)의 해석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도 첫째, 둘째 구는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마지막 단락은 달리 해석했다.


자로가 잡기 위해 그 꿩을 향하자 꿩이 세 번 날개를 퍼덕이더니 날아올랐다.⑤


이제 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간다. 오규 소라이가 해석한 전문을 보면 매우 합리적이고 매끄럽다.


사람의 기색을 보고 곧 날아올라 빙 돈 뒤에 모여 앉는다.


공자가 말하였다. “산의 다리에 있는 암꿩이여. (좋은) 시절이구나, (좋은) 시절이구나.”


자로가 잡기 위해 그 꿩을 향하자 꿩이 세 번 날개를 퍼덕이더니 날아올랐다.


이 일본 학자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해석을 한 사람들에 대해 “제대로 학문하지 않은 잘못(不學之失也)”이라고 일갈했다.⑥ 이렇게 열린 생각으로 『논어』를 읽은 사람들이 살던 나라와, 정해진 틀에서 『논어』를 외운 사람들이 살던 나라의 운명이 달라지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괜히 쓸데없이 죽창 들고 설칠일이 아니고 차분히 잘 살펴야 할 일이다.



대문 그림 : 공자가 살던 동네의 가장 일반적인 꿩 요리이다. '꿩 한 마리 조림'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어로는 红烧跑山鸡이다. 날아다니는 꿩을 언제 잡아 이렇게 요리를 한다는 것인지?? 난 당최 이해가 안 된다.


① 중국의 동쪽 상해, 서쪽 성도(成都), 북쪽 심양, 남쪽 광주 그리고 중심의 북경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fashion code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이은경 대표의 열린 생각은 대륙의 모든 시장을 포섭할 수 있는 매우 유니크한 발상이었다.


②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203. 원문은 아래와 같다. 色斯擧矣하여 翔而後集이니라. 曰 山梁雌稚가 時哉時哉인저 子路共之 한 대 三臭而作 하시다.


③ 도올 김용옥『논어한글역주 3』 통나무. 서울. 2019. pp.233-235를 보라.


④ 리링(李零) 지음, 김갑수 옮김『집 잃은 개, 丧家狗1』(주)글 항아리. 경기, 파주. 2019. pp.579-581.


⑤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이기동, 임옥균, 임태홍, 함현찬 옮김 『논어징(論語徵) 2』 소명출판. 서울. 2010. p.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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