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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Apr 18. 2024

대한민국 법이 나를 속타게 한다.

아이가 무서웠단다. 결국 또 다시 집에 경찰이 출동했다.


아들이 방 안으로 들어 왔다. 빠르게 내 옆에 엎드리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방 문 앞을 몸으로 막고 못 나가게 했어. 얘기 좀 하자고 해서 내가 싫다고 했는데, 6분 정도 그렇게 하고는 비켜 줬어. 화난 듯한 목소리로 소파에 앉으라고 해서 얼른 이리로 들어 왔어."


"정말? 너 괜찮아?"


"좀 무서웠어. 아빠가 저러는 거 싫어. 얘기하기 싫어."


나는 변호사한테 문자를 보내고 112에 전화를 했다.








나는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고 물었다. 신고를 해야 하는지, 경찰이 무슨 조치를 취해 주는지 물었다. 그러자 상담사와 상담할 수 있는 곳으로 전화를 돌려 주셨다.


상담사는 친절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도 짧게 말하더니 집에서 가까운 지구대로 연결해 줘 버렸다. 내 상황이나 감정 따위는 배려할 마음도 없고, 자기는 현실 그대로 냉정한 말만 해 준다는 식이었다.

내가 그러면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야만 뭔가를 해 줄 수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답을 피하며 지구대를 연결해줘 버렸다.

말 길을 못 알아 듣는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더는 대답해 줄 말 없으니 그럼 경찰과 얘기하라고 돌려 버린 걸까? 저렇게 냉차게 대할 거면 대체 왜 상담을 해 준다고 전화를 받은 걸까?  


경찰분들은 얘기를 들으시더니 바로 출동을 할 거고 현관 앞에서 전화를 할테니 현관 비밀 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아들은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며, 나는 그런 아들 옆에 딱 붙어 앉아서 마음 조이며 기다렸다.

거의 10분만에 경찰 분들이 우리 집 건물 현관 앞에 도착해 전화를 주셨다. 나는 현관 비밀 번호를 알려 드렸고, 경찰 4분은 집 대문 앞에 와 벨을 누르셨다. 나는 얼른 방 문을 열고 나가 소파에 누워 있는 남의 편을 재빠르게 지나쳐 대문을 열어 드렸다.


경찰 한 분은 방으로 들어 오셔서 나와 얘기를 나누신 뒤 아이랑 얘기를 하시겠다고 해서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남의 편이 있는 거실로 나가기가 싫었다.

경찰 두 분은 거실에서 남의 편과 얘기를 나누시더니 그 중의 한 분이 방으로 들어와 아이한테 갑자기 그러시면 안되고 이러면 곤란하시다고 얘기를 드렸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남의 편은 경찰에게 상간녀에게 소송을 걸었지만 자기한테는 소송을 걸지 않았다고 했단다.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진짜 이해가 안 갔다.

나는 경찰에게 소송 중이고, 애 앞에서 자꾸 싸움을 걸어 변호사한테 얘기할 것이며, 변호사 통해 서류 갈 거라고 얘기해 줬다고 대답 했다. 더구나 지금 이혼 소장이 집에도 왔었고, 직장에도 가고 있은지 보름이 넘어 가고  있으나 본인이 안 받고 있는 거라고 대답 했다.


경찰 분은 돌아 가시고 나서 나한테 전화도 걸어 주셨다. 형사들한테 형사 입건 가능한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힘드실 텐데 무슨 일 있으면 전화 하라고 말해 주셨다.

아동보호과에 얘기는 해 두셨다고 해 주셨다.


경찰 분들과 형사 분들은 매번 안타까워해 주시며, 나와 아들을 위로해 주시고 성심껏 알아봐 주시고 도움을주시려 했다.


잠이 오질 않는다.







대한민국 법은 피해자를, 미성년자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아무 조치도 해 주지 않는다. 절대로!

성인이든, 미성년자든,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야만 뭘 해 준다.감금이든 뭐든  더 큰 충격과 심리적 불안의 압박까지 느꺼야하는 고통이 확인돼야만 뭘 해 준단다. 이미 깊은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숨 쉬기 불편할. 정도로 울고불고 몸부림치며 기절하고 미칠 정도로 마음이 크게 다쳐야만 뭘 해 주나 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겪이다.


경찰 분들과 형사 분들이 힘들어보이는 원고와 피해자와 미성년자를 위해 뭘 해 주고 싶어도 법이 해 주게 허락하질 않는다. 뭔가 조치를 취해 주길 바라면 몸에 상처가 나고 다치거나 죽어야만 한다고 침묵으로 가르칠 뿐이다.


아이가 무섭고 싫다는 데도,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교육 시청 영상에는 미성년자의 심리를 신경 쓰고 정서를 보호해 줘야 하며, 미성년자는 배려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중적이다.


나는 증거가 명백한 위자료 소송과 이혼 소송 같은 과정에 변론 기일이 3차에서 4차까지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대한민국 법은 원고와 피해자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한 법이 아니다. 돈은 돈대로 쳐들이고 그 과정 속에서 더 고통 받고 견디라고 하는 법이다. 지옥 같은 과정만 학습하게 하는 거 같다.


피고가 법으로 소송해 봤자 소용 없다고 원고와 피해자를 조롱하고 비웃는대도 법을 비웃게 놔둔다. 원고와 피해자가 그 조롱을 감당하게 놔 둔다. 그게 대한민국 법이란 걸 느껴가고 있다. 나와 미성년자 아들은!







다음 날 저녁, 아들은 대문 키 누르는 소리를 듣더니 "왔어." 하면서 식탁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재빨리 침대 방으로 들어갔다. 그냥 침대 위도 아니고 침대 위에  설치해 놓은 텐트 안 이불 뒤로 숨었다.


나는 얼른 침대 방문을 꽉 닫으며 아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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