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 집은 한옥이었다.
낡은 대문을 열면 마당이 있었고, 부엌은 낮았고, 방바닥은 늘 싸늘했다.
그에 비해 고모 집은 참 근사했다.
수성구 양옥집.
거긴 진짜 ‘도시’ 같았다.
식탁이 있었고, 고모 방엔 침대도 있었고,
언니야 방, 오빠야 방 따로 있는 것도 부러웠다.
고모 집에 가면, 난 꼭 도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민지 언니는 나보다 다섯 살 많았는데
그 나이 차이가 어릴 땐 참 크게 느껴졌다.
언니는 서태지를 좋아했다.
책상 위엔 테이프가 몇 개 놓여 있었고,
책장엔 뭔가 비밀스러운 것들이 가득했다.
국민학생이었지만 왠지 어른 같았다.
얌전하고 똑 부러진 언니였다.
나만 오면 그렇게 잘해줬다.
그래서 난 언니가 좋았다.
지훈이 오빠는… 뭐, 그냥 그랬다.
공부를 그렇게 잘 한다고 가족들에게 소문이 나 있었고
음… 그래서 좀 재수없는 스타일?
성별이 달라서 오빠를 그렇게 따르진 않았던것 같다.
아주 잘해주진 않았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아빠 가게를 들렀다가 고모 집에 자고 오는 게 좋았다.
어린 동생에게 이것저것 나눠 주는 언니가 너무 좋았고,
아빠가 “자, 이제 가자” 하면 속상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날 자꾸 고모 딸로 착각했다.
고모 둘째 딸쯤 되는 줄 알았던 거지.
그럴 만도 했다.
내가 우리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
아빠랑 고모는 남매니까 나도 고모를 닮았던 거다.
진짜 많이.
그래서 고모 집에만 가면 자꾸
“아이고~ 이 집에 어린 딸이 있었어?” 이랬다.
그러면 나는 입이 튀어나왔다.
“아니에요! 우리 엄마 아니에요!
우리 고모예요!
나는 고모 안 닮았어요!
우리 엄마는 진짜 예뻐요!
고모는 못생겼단 말이에요!”
이러고 버럭했었다. 하하.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웃긴다.
지금 그때 사진 보면,
응. 진짜, 고모랑 판박이다.
다들 오해할 만했지.
근데 난 그때 진심이었다.
나는 고모 딸이 아니라, 엄마 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