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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을명인 오기자 Sep 20. 2023

단어의 요상함

[사진한 장의 감성]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단어는 참으로 오묘하면서, 요상하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죽어’라는 단어는 두렵고, 무섭고, 냉정하고, 일방적이기도, 악하기도 하는 등 무언가 ‘허탈하고, 무기력하고, 검다 같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어’라는 단어를 반대로 말해볼까요. 그러면 ‘어죽’이라는 단어가 탄생합니다. ‘어죽’하면 무섭나요? 저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죽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던 모든 것을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참 요상하네요. 결과는 같으나 뿜어지는 의미는 다른 것도 있습니다. ‘죽어’라는 단어와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나요.


모두 ‘죽다’와 같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러나 담고 있는 온도는 틀릴 것입니다. ‘죽음’은 고귀하기도, 추모하기도, 때때로 상황에 따라 아름답기도 하답니다. 가정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또 다른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볍게 ‘메롱’이라는 단어를 설명할까요. ‘메롱’은 상대를 약 올리는 표현입니다. 속에 품고 있는 의미도 모두 알고 있을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메롱’에서 받침 하나를 바꿔 보겠습니다. 탄생한 단어는 ‘멜론’입니다. 한 순간 머리에 떠오른 ‘메롱’이라는 단어의 약 오름이 맛있는 ’ 멜론‘이라는 과일로 바꿔치기 됐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저는 새삼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처럼 비슷한 게 참으로 많습니다. ’사랑‘과 ’사람‘, ’ 물건‘과 ’ 건물‘, ’ 거울‘과 ’겨울‘, ’전사‘와 ’사전‘, ’용사‘와 ’사용‘, ’주름‘과 ’음주‘ 등 조금만 생각하면 주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본 것만으로도 재미있네요. 단어 하나만 바꾸거나 반대로 이야기 했을 뿐인데 의미가 크게 다릅니다. 우리는 그런 오묘하고, 요상함속에 아름다운 한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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