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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Jan 17. 2022

일본 우경화의 총본산 <일본회의의 정체>

아베 신조

일본에서 언제부터 우경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그 배경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일본회의는 최근에 갑자기 생긴 괴물이 아니다. 그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니구치 마사하루가 창시한 '생장의 집'과 1960년대 전공투 운동에 대항하는 학생조직으로 결성된 생학련, 생장의 집 학생회전국총연합에 이른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한국은 큰 경제성장을 이뤘는데, 특히 중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이 일본의 국제적 지위를 상대적으로 낮게 떨어뜨려 일본 내의 상실감과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일본 국내에는 격차와 빈곤이 확대되고 경제성장이 주춤하면서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초조감을 일으키고 있다."

앞 단락이 일본의 우경화 운동을 이끄는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회의의 시원에 대한 답이라면, 뒷 단락은 우경화 흐름이 강해지는 배경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단락 모두 <일본회의의 정체>(율리시즈, 아오키 오사무 지음/이미연 옮김, 2017년 8월)에 나오는 글이다. 

이 책은 일본의 우경화 흐름과 배경, 주도세력을 가장 쉽고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인 아오키씨가 비밀주의와 경계감으로 무장한 일본회의 관계자들이 취재를 피하고 거부하는 데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관계자들을 찾아가 만나고 자료들을 동원해 일본회의의 정체를 실체에 가깝게 그려낸 노작이다.

일본의 우경화운동의 배후세력이자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일본회의는 형식적으로 1997년 5월 30일 발족됐다. 일본 우파 세력의 염원인 '원호(연호)법 제정' 운동의 성공의 여세를 몰아 1981년 결성된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이미 우파 종교단체가 결집해 1974년에 결성된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통합하면서 태어났다. 하지만 두 단체는 그동안에도 서로 인적, 물적으로 긴밀하게 연대하면서 우경화 흐름을 이끌어왔으며, 더욱 효과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해 이때 통합을 했다고 보면 된다. 

이 단체가 얼마나 힘 있는 단체인가는 2014년 발족한 아베 2차 내각 때의 각료 19명 중 80%인 15명이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 소속 의원이고, 총리 보좌관 등 총리 관저 스태프가 거의 이 간담회의 회원으로 채워졌던 것에서 알 수 있다. 물론 그 정점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있다. 아베 전 총리는 퇴임 뒤인 지금도 최대 파벌의 수장으로 일본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회의의 운동은 두 기둥의 결합으로 작동된다. 이론 구축과 사무총괄의 핵심은  신흥종교단체인 '생장의 집' 출신이 담당하고, 자금 지원과 인원 동원은 자금력이 풍부한 신사본청을 필두로 한 전국의 신사계나 우파 종교단체가 맡는다. 특히, 전국에 8만여 개나 있는 신사가 든든한 물적, 인적 기반이 되고 있다. 또 눈에 띄는 일본회의 운동의 특징은 좌파 운동단체를 본떠 풀뿌리 대중운동 방식으로 '지방으로부터 중앙을' 압박하는 전술을 취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개헌운동의 경우, 전국의 각 도도부현에 개헌서명 운동 캐러밴 부대를 파견해 지역의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이런 지방의 열기를 중앙에서 흡수해 정치에 압박을 가하는 상향식 운동을 펼친다. 실제로 원호제정 운동을 비롯해 많은 운동이 이런 방식을 통해 큰 성과를 거뒀다.

일본회의가 하는 일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천황이 지배하는 전전체제로 일본의 역사를 돌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1. 천황, 황실, 천황제의 수호와 그 숭배, 2.현행 헌법과 그로 상징되는 전후체제의 타파, 3. 애국적인 교육의 추진, 4. 전통적인 가족관의 고집, 5. 자학적인 역사관의 부정이다. 일본회의는 그동안 이런 다섯 가지 목표를 야금야금 달성해왔다. 원호법 제정, 국기국가법 제정, 교육기본법 개정, 부부별성제 반대, 수정주의 역사교과서 발행, 집단자위권의 헌법 해석 변경 등이 그것이다. 마지막 남은 최대의 목표가 개헌이다. 물론 일본회의가 전전체제로 회귀를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후 일본 사회의 발전과 국제사회의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전전체제로 그대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전전체제를 지향하는 세력이 점차 강한 힘을 얻고 있고 그런 노력이 하나씩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아오키씨도 일본회의의 성향에 대해, '반동적'이며 '극우'이고 '초국가주의'라는 서구 언론들의 지적이 정곡을 찌른 평가라고 동의한다. 더 나아가 "문제는 아베 정권이나 일본회의에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일본 사회 전체가 병에 걸렸으며, 일본회의는 그 심각한 상황을 상징하는 존재에 불과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취재의 결론으로 일본회의를 "전후 일본 민주주의 체제를 사멸로 몰아넣을 수 있는 악성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그의 경고는 일본회의에도, 일본 사회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아 불길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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