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해 동안 나는 우울과 불안 속을 헤맸다. 그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수천 번 다짐하고 외친 뒤에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기 시작한 지 벌써 일 년. 빠른 걸음으로 출근을 하고, 퇴근하면 곯아떨어진다. 휴무날엔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약속을 나간다. 생각이 많은 날엔 산책도 하고 틈틈이 책을 읽는다. 그토록 바라던 평범한 삶 속에 내가 있었다.
분명 내가 그토록 원했던 평범한 삶이었는데,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낯설었다. 문득 스스로를 의심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무탈하게 살 수 있을까? 다시 우울과 불안이 오지 않을까? 두려움은 늘 발밑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았다. 선택의 순간이 오거나 하루가 벅찰 때도 ‘모든 사람에게 힘든 시기는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버텼다. 일을 하며 겪는 피로도, 사람을 만나며 소모되는 감정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원래 인생이란 게 이런 거겠지’ 하면서.
그러던 어느 오후, 햇살이 쨍하게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회사 직원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었는데, 불현듯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고등학교 자퇴하기 전, 일본어 교실에서 시작된 공황장애 기억이 불쑥 스쳐 지나갔다. 에이, 아니겠지. 애써 무시했지만,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 약을 끊은 내겐 비상약이 없었고, 어느새 빠른 걸음으로 옥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발… 아니겠지. 나 이렇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손끝은 핸드폰의 진동처럼 떨렸고, 공황발작은 순식간에 나를 집어삼켰다. 눈물은 몇 시간이고 멈추지 않았다. 그날 이후, 출근해도 조퇴하는 날이 늘었고, 좋아하는 운동조차 할 수 없었다. 절망스러웠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마저 무서웠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두려워졌다. 결국 나는 약을 다시 복용해야 했고, 수시로 심리 상담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와중에도 내가 굳게 붙드는 믿음이 있다. ‘이 순간도 결국 지나간다는 것’ 태풍이 아무리 거세게 몰아쳐도 언젠가는 바람이 잦아들고 하늘이 맑아지듯, 내 감정의 소용돌이도 그렇게 잦아들 것이라 믿는다. 우울과 불안 속에서 여섯 해를 견뎠듯, 이번에도 견뎌낼 수 있다. 설령 옛날의 어둠이 다시 찾아온다 해도,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이제는 살아내는 법을 알고, 우울을 견디는 법을 알고, 불안을 다루는 법을 안다. 태풍은 결국 지나간다. 이 감정도, 이 시기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어떤 감정은 영원할 것처럼 길고, 또 어떤 감정은 태풍처럼 휩쓸려간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냥 지나가 보자고. 오늘도 어쨌든 살아내 보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