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 숨은 공간이 있는데 그 속이 아주 헝클어져 있다. 한 뼘을 한 평처럼 쓰고, 일 분을 십 분처럼 써야지,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일단 풀과 더러움을 걷어내고 묵혀뒀던 텐트를 치고, 커피를 한 잔 끓여마시며 멍을 좀 때리다가... 다음날 아침 텐트를 말끔히 치우고 밭을 갈겠다. 콩을 심어야지. 콩을 심고 두부를 만들어야지. 이 상상은 채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틈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안 보려고 하는 것이지.
<카피, 기억과 기록> 출간작가
나는, 명민함과 서사감각을 갖춘 전기작가가 되고 싶다. 사진에세이 [완곡한 위로]와 소설집 [음악단편]을 썼다.